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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92화
PAYLUA ORIGINAL · 제192화

192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수첩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332자

오프라인 책장
공동묘지 옆 보관소의 문은 아침 일곱 시가 되어야 열렸다. 현우는 시간을 헤아리는 대신 할 일을 나눴다. 가은과 주영은 보관소의 인수 기록을 확인하고, 여은과 지수는 다른 곳에서 진술을 남기기로 했다. 한지수를 위험한 지하실에 붙잡아 두지 않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수는 조용한 상담실로 옮겨졌다. 본인이 선택한 이름인 ‘한지수’로 임시 보호 서류를 작성했다. 가은은 스무 해 전 이름을 찾아내더라도 본인의 허락 없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럼 이 사건의 발신인이 저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죠?” “필요한 기관에 비공개로 진술하고 원본과 대조하면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과 사실을 확인하는 건 다른 일이에요.” 지수는 펜을 쥔 손을 천천히 풀었다. 처음으로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은 사람처럼 보였다. 보관소는 화려한 기록관이 아니었다. 누렇게 바랜 서류 상자들이 천장 가까이 쌓여 있었다. 관리인 최경자는 가은이 보여 준 자료 번호를 확인한 뒤,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꺼냈다. “오세준 씨 유족이 맡긴 겁니다. 본인이 살아 있을 때 정리하지 못한 업무 기록이라고 했어요.” 가은은 곧바로 상자를 열지 않았다. 소유권과 열람 범위를 확인하고 유족에게 연락했다. 동의를 받은 뒤 상자에 있던 수첩의 해당 날짜 부분을 촬영했다. 첫 장에는 20년 전 그날의 시간표가 있었다. 18:24 하부 대피 완료 확인. 18:26 02석 내선 불통. 18:31 현장 직접 확인. 18:38 구조 요청 잔여 1건. 마지막 줄에는 굵은 붉은 펜으로 문장이 쓰여 있었다. ‘완료 처리 거부. 아이 하나가 더 있음.’ 현우는 의자에 앉았다. 110화까지 그들을 괴롭히던 02석의 빈 서명란. 누군가는 그것을 승인으로 바꿔 버렸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끝까지 완료를 거부하고 있었다. 관리인은 따로 보관된 사진 봉투를 꺼냈다. 젊은 남자가 작업복을 입고 서 있었다. 가슴에는 금속 명찰이 달려 있었지만 이름이 거꾸로 찍혀 읽기 어려웠다. 별 모양의 흠집은 보였다. 손으로 만져 닳은 자국이었다. “이 사람이 지수 씨를 구했다는 뜻인가요?” 주영이 물었다. “아직은 세 가지가 따로 확인된 겁니다.” 가은이 대답했다. “02석 오세준이 현장으로 갔다는 수첩, 흠집이 있는 명찰 사진, 지수 씨가 기억하는 명찰. 서로 연결할 근거는 강해졌지만 본인의 진술을 마지막으로 받아야겠어요.” 사진 뒷면에 다른 사람이 쓴 메모가 있었다. ‘아버지는 나중에라도 현장에 아이가 남아 있었다는 말을 정정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날 현장에 있던 사람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작성자는 오세준의 딸 오윤정이었다. 가은이 전화를 걸자 윤정은 처음에는 긴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두고 이상한 말을 들어 왔다고 했다. 누구에게는 책임을 피한 직원, 누구에게는 기록을 잘못 처리한 담당자였다. “아버지는 은퇴하고도 비 오는 날이면 잠을 못 주무셨어요. 자기 손으로 사람 하나를 꺼냈는데, 서류에는 그 아이가 없다고.” “직접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오세요. 대신 약속해 주세요. 저희 아버지가 누군가를 구했다는 이야기만 하러 오는 거라면 사양할게요. 그날 끝까지 못 나온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해야 해요.” 현우는 전화를 넘겨받지 않았다. 윤정이 원하는 것은 영웅담이 아니라 온전한 기록이었다. 오전 아홉 시, 여은에게서 사진이 도착했다. 지수가 비공개 면담에서 본 명찰의 흠집 위치를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별 모양 흠집은 사진과 같은 곳에 있었다. 지수는 오세준이라는 이름을 들은 뒤가 아니라, 이름을 알기 전에 그림부터 남겼다. 가은은 기록의 순서를 확인했다. “좋아요. 서로의 말을 맞추지 않고 남긴 겁니다.” 주영이 마지막 사진 봉투를 뒤집었다. 유족이 보낸 짧은 녹음 파일의 보관 번호가 적혀 있었다. ‘오세준 사망 전 구술 기록. 공개 불가 조건부 보존.’ 유족의 허락을 얻어 재생한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다. ‘아이를 밖으로 보냈다. 그다음 문을 다시 확인하러 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내선에서 한 번 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완료란에 서명하지 않았다.’ 현우는 20년 전 자신이 문 앞에서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아직 누군가 남아 있다고. 그때 어른 한 사람이 끝까지 그 말을 들었던 것이다. 녹음의 마지막 문장이 흘러나왔다. ‘내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직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은은 재생을 멈췄다. “그래도 이름은 중요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잘못 붙은 책임을 누구에게서 떼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요.” 그 시각 지수의 붉은 숫자는 여덟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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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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