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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열한 시간, 비어 있는 이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842자

오프라인 책장
한지수의 이름 위에서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한지수 / 11:42:16] 지하 이송실의 낡은 시계는 새벽 두 시를 조금 넘겨 가리켰다. 가은은 시간을 따로 기록해 두었다. 벽의 시계는 멈춘 적이 있었고, 현우의 눈에 떠 있는 숫자는 다른 사람에게 남길 수 없었다. 여은이 자기 눈에 보이는 값을 적었다. 두 사람의 숫자는 일치했다. “지수 씨가 열두 시간 안에 사라진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가은이 말했다. “다만 자동 종결이 그 시각에 예정돼 있다는 건 별도로 확인됐어요. 그걸 멈춰야 합니다.” 현우는 지수가 작업대 위에 놓은 명찰을 집어 들지 않았다. 명찰은 경찰 입회하에 사진을 찍고 수거 봉투에 넣을 예정이었다. 금속 표면에는 긴 긁힌 자국과, 왼쪽 아래에 작게 찍힌 숫자 02가 있었다. 누가 이름을 긁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절 구했어요.” 지수가 말했다. “연기가 들어오던 통로에서 손을 내밀었죠. 얼굴은 기억 안 나요. 그날 저는 열 살도 안 됐으니까.” “그분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그리고 자기가 다시 문을 확인하겠다고 했어요.” 주영은 오래된 이송실 배치도를 벽에 펼쳤다. 지수가 가리킨 곳은 출구가 아니었다. 문 옆의 낮은 정비 통로였다. 당시 구조대가 들어갈 수 있었던 좁은 길. 도면에는 지워진 파란 글씨가 있었다. ‘02석 현장 확인자 — 수동 복귀.’ “02석이라면 오세준 씨가 근무했던 자리죠.” 가은이 말했다. 20년 전 오세준과 훗날 전산화 업체에서 일한 오세준은 동명이인이었다. 두 사람의 이력이 뒤섞이면서 수많은 서명과 책임이 잘못 붙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곧 첫 번째 오세준이 이 문을 열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지수는 아무 말 없이 수첩을 펼쳤다. 세 번, 두 번, 한 번. 아이가 그린 동그라미 옆에는 손톱으로 누른 듯한 작은 선들이 있었다. “금속 명찰에 이 부분이 있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분이 쪼그리고 앉자 이 선을 봤어요. 별처럼 긁혀 있었거든요.” 가은은 명찰 봉투를 돌려 투명한 면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숫자 02 아래에 별처럼 벌어진 흠집이 있었다. 지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제가 그걸 보면서 이름을 물었어요. 그분은 ‘나중에’라고 했어요. 다시 와서 알려 주겠다고.”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영이 현장 출입 기록을 검색하는 동안 가은은 지역 재난 담당자들에게 다시 통화했다. 열두 지역이 모두 연결됐어도 승인된 중지 명령은 아니었다. 한 곳의 관리 화면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 열한 곳이 그 지역을 ‘응답 없음’으로 처리하도록 짜여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정말 사람이 대답하지 않는 상황을 싫어했나 봐요.” 하린이 낮게 말했다. “아니.” 현우가 대답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을 싫어했겠지.” 그때 지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저장하지 않은 번호였다. 화면에 나타난 문장은 한 줄이었다. ‘구조 담당 이름을 기입하면 종결을 보류할 수 있습니다.’ 현우가 즉시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뗐다. “또 빈칸에 아무 이름이나 쓰라고 하네요.” 지수는 메시지를 가은에게 보여 주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잘못된 이름 하나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은 너무 오래 겪었다. “기다릴게요.” 지수가 말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인할 때까지.” 벽 건너에서 세 번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주영이 기록 장비를 내려다봤다. 이제 막 확보한 새 회선에서 들어온 통지였다. ‘원본 구조 담당자 1명. 기록 주소 확인 완료.’ 주소는 서람시도, 해온군도 아니었다. 오래된 공동묘지 옆, 폐쇄된 작은 문서 보관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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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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