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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90화
PAYLUA ORIGINAL · 제190화

190화. 열두 시간의 마지막 수신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539자

오프라인 책장
지하 이송실의 비상 전화는 수화기가 없었다. 손잡이가 부러진 본체만 벽에 남아 있었다. 전면에는 다이얼 대신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0. 현우가 손을 뻗자 가은이 먼저 그를 막았다. “잠깐. 확인부터 합시다.” 안전 담당자가 장치의 전원 상태를 점검했다. 표면은 차가웠고 배선 일부는 끊겨 있었다. 하지만 벽 너머에는 다른 선이 연결돼 있었다. 새로 손본 흔적이 있었고, 그 선은 옆방으로 이어졌다. 옆방은 오래전 진료 물품을 보관하던 작은 창고였다. 서람시 시설 도면에는 '설비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문턱을 넘어서자 주영이 손전등을 낮췄다. 방 바닥에 네모난 먼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언가 오래 놓여 있다가 최근 치워진 흔적이었다. “크기는 침대 하나 정도네요.” 하린이 말했다. 벽에 붙은 종이에는 젖은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었다. 종이 앞면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뒷면에는 작은 글씨가 보였다. '아직 끝내지 마세요. 안에서 대답할 사람이 있습니다.' 민서는 그 말을 소리 내 읽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스무 해 전 아이들이 문 안에서 보낸 신호를 누군가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왜 그 기록은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을까. 주영은 종이의 종질과 최근 설치된 배선의 시점을 구분해 기록했다. 둘이 같은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옛 종이가 오늘의 기계 아래에서 발견된 것은 분명했다. 그때 철문 반대편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났다. 가은이 문을 열자 작업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한쪽 발을 절었다. 손목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여자는 가은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먼저 말했다. “저는 여기서 일하던 사람이 아닙니다. 스무 해 전 이곳에 있던 아이였어요.”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여자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지수라고 부릅니다.” 현우는 '지금은'이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여은도 다른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은 이름 때문에 일상을 빼앗길 뻔했다. 그는 여자의 본래 이름을 당장 묻지 않았다. “왜 지금 오셨어요?” “메시지가 왔어요. 마지막 확인을 하지 않으면 남겨진 사람의 기록이 모두 닫힌다고.” 지수는 코트 안쪽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첫 장에는 삐뚤빼뚤한 아이 글씨로 숫자 세 개가 적혀 있었다. 3 / 2 / 1.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밖에 세 번, 안에서 두 번, 남은 사람이 한 번.' “마지막 한 번은 누가 쳤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지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고, 벽에 없는 수화기의 자리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날, 밖에서는 아무도 마지막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 전화기로 보냈습니다.” “전화기로요?” “말을 하지 못했거든요. 비가 너무 많이 왔고 목에 연기가 들어갔어요. 수화기를 쥘 힘은 있었으니 금속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어요. 그런데 뒤늦게 알았죠. 밖에선 모두 대피가 끝났다고 기록했다는 걸.” 민서는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지수가 그날의 발신인이라면, 스무 해 동안 누군가의 대답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지수의 말은 중요한 증언이고, 그 증언을 확인할 기록이 필요했다. “그 후에는 어떻게 밖으로 나오셨어요?” 지수가 손목의 화상 자국을 문질렀다. “옆방의 구조요원이 구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저를 꺼낸 뒤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름을 압니까?” “압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지금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해요.” 지수는 수첩의 뒤쪽을 펼쳤다. 어른의 필체로 적힌 문장이 있었다. '최초 발신자 한지수. 마지막 구조 담당 이현우.' 현우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말이 안 됩니다. 저는 그때 아이였어요.” “맞아요.” 지수가 대답했다. “이현우라는 아이가 저를 꺼낸 게 아니에요. 아이가 들었던 이름이 이현우였던 거죠. 구조 담당자의 실제 이름은 서류에서 빠졌고, 시스템이 아이 이름을 그 자리에 넣었어요.” 주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당시 그 사람의 손에 있던 명찰을 봤어요. 지금도 그 명찰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수는 금속 명찰을 꺼내 들었다. 이름이 적힌 자리는 긁혀 있었지만 작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남았다면, 완료하지 않는다.' 현우는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의 이름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던 이유를 생각했다. 프로그램 속 잘못 들어간 시험용 이름, 사라진 구조 담당자, 누군가의 목격 기록이 하나의 이름으로 겹쳐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본 붉은 글씨가 왜 나타나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그 글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지웠는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가은이 물었다. “왜 명찰을 지금까지 숨겨 오셨습니까?” 지수는 눈을 감았다. “그 이름을 말하면 제가 지금 쓰는 이름도 없어질까 봐요. 스무 해 전부터 계속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 구조받았다고 말할 때마다, 기록에는 '구조자 불명'이 아니라 '신원 오류'가 찍혔어요.” 지수의 말이 끝나자 지하실 벽에서 얇은 진동음이 났다. 새 배선 끝의 표시등이 켜졌다. 주영의 장비에는 여러 지역에서 응답 신호가 동시에 들어왔다. [12 / 12] 열두 지역의 연결이 모두 채워졌다.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떴다. '최종 발신인 정정 대기 / 12:00:00' 여은이 현우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야에도 붉은 숫자가 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우의 이름 위가 아니었다. “지수 씨.” 한지수가 고개를 들었다. 여은은 입술을 떨며 말했다. “당신 이름이 붉게 보입니다.” 현우는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현우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붉은 이름을 두 사람이 동시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한지수 / 11:59:57] 주영의 화면에서는 더 차가운 문장이 나타났다. '발신인 원본 일치. 오래된 미완료 요청 자동 종결 예정.' “그 사람을 지우려는 거예요?” 하린이 물었다. 가은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문서의 종결과 사람의 소멸은 동일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우가 본 숫자는 과거 여러 사람에게 나타났고,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흔적을 잃었다. 지금 무시할 수 있는 경고는 아니었다. 지수는 오래도록 쥐고 있던 명찰을 작업대 위에 놓았다. “제가 여기 남아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방법이 있다면, 이제는 숨지 않을게요.” 현우가 말했다. “숨지 않는 것과 혼자 위험을 감당하는 건 달라요. 같이 찾아요.” 가은은 지역별 동기화 중지를 요청했고, 주영은 재난 구조 원본 회선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여은은 지금 보이는 숫자를 자신이 직접 적었다. 지수는 수첩의 마지막 빈칸을 펼쳤다. 그곳에는 스무 해 전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한 문장이 있었다. '마지막 구조 담당자의 이름: ______.' 열두 시간을 알리는 숫자가 내려가고 있었다. 이름을 채우는 일은 또 누군가를 잘못 지목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빈칸을 영원히 남겨 두면, 누군가의 구조 요청이 이번에도 없던 일이 될지 몰랐다. 현우는 그 빈칸을 바라봤다. 문밖으로 나온 사람을 찾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이제 문을 열어 준 사람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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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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