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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89화
PAYLUA ORIGINAL · 제189화

189화. 발신인이 없는 구조 신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518자

오프라인 책장
고명식은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되지 않았다. 가은이 출동시킨 순찰팀은 대합실의 구석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는 쓰러진 것도 아니었고 다친 곳도 없었다. 다만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너무 놀라 화장실 옆 좁은 통로로 몸을 숨겼다고 했다. “그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몰라요. 모자를 썼어요.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나는 그 이름을 알려 준 적이 없어요.” 고명식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전 회사에서 퇴사할 때 출력했던 계정 폐기 요청서였다. 날짜는 네 달 전. 접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으로 온 서류에는 그가 어제도 운영 02로 접속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가은은 두 문서를 각각 보존했다. 고명식이 직접 접속한 게 아니라면 계정 관리 실패, 도용, 자동화된 명령 중 하나가 원인일 수 있었다. 그를 범인으로 취급하기 전에 보호할 이유가 충분했다. “발신인이 지워진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고명식은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처음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은 외부에서 온 구조 요청을 지우지 못하게 했어요. 아무리 불확실해도 누가 구조 요청을 보냈는지는 남겨야 한다는 거였죠. 그런데 다음 버전에서 그걸 바꿨습니다. 구조가 완료되지 않아도 발신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요청 자체를 '오류 신호'로 취급하게요.” “그러면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일이 되는군요.” 현우가 말했다. “맞아요. 안에서 사람을 찾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아도, 밖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기록에서 없어질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우는 기억관에서 본 손목띠를 떠올렸다. '누군가 나를 찾으면, 네가 나를 보았다고 말해 줘.' 그 문장을 쓴 아이는 이름을 남겨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자신을 보았다는 말을 이어 달라고 부탁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한 번 두드린 소리를 두고 돌아서면, 그다음 사람은 애초에 누가 두드렸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가은은 고명식에게 당시 구조 회선의 변경 승인자를 물었다. 그는 이름 하나 대신 문서 번호를 꺼냈다. '개정안 02-12'. 서명란에는 담당자 이름이 없고 '자동 대체'라는 도장만 있었다. “왜 이런 걸 막지 못했습니까?” 하린이 물었다. “처음에는 불편한 경보를 줄이는 기능이라고 설명했어요. 같은 요청이 자꾸 울리면 사람들이 피곤해진다고. 하지만 마지막 한 번의 응답을 끄면,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잖아요.” 고명식은 주먹을 펴지 못했다. 주영은 개정안의 송신 목록을 분석했다. 그때 12개 지역은 모두 수신인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발신인 목록은 단 하나였다. 이름은 비어 있었다. 대신 '고정 전화선 번호'가 적혀 있었다. 번호의 마지막 네 자리는 0000. “서람 대피소에서 사용하던 비상 전화 회선입니다.” 주영이 말했다. “이 회선에서 발신한 구조 요청이 있었고, 그 요청이 12개 지역으로 퍼진 것 같아요.” “왜 그렇게까지 멀리 보냈을까요?” 민서가 물었다. “한 곳에서 응답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있도록. 처음엔 그게 목적이었을 수 있죠.” 그날 저녁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한 번의 두드림을 들었다. 병원의 청소원 미정은 빈 휠체어를 밀던 복도에서, 여은은 제본소의 프레스 아래에서, 현우는 버스터미널의 벤치 뒤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서로 다른 재질, 서로 다른 울림이었다. 그런데 모두 소리가 난 시각은 같았다. 주영이 세 사람이 기록한 시간을 나란히 놓았다. 19시 11분 08초. 각각의 시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차이는 초 단위였다. 현우의 눈에는 붉은 이름이 세 개 떠올랐다. 세 이름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여은도 하나의 이름을 보았고, 미정은 두 개를 보았다. 세 사람이 각자 적은 이름을 합치자 중복은 하나도 없었다. “대상이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현우가 말했다. “각자 다른 사람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장소에 있죠.” 주영이 답했다. “같은 소리가 흘렀다는 것과 같은 걸 봤다는 건 별개예요.” 그 밤, 가은은 공식 구조 방송망으로 오래된 회선을 확인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름을 읽어 주거나 무분별하게 신고를 받지는 않았다. 이미 연결된 열두 지역 담당자들에게만 고유 회선의 상태를 문의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응답이 하나 돌아왔다. '발신 회선 확인. 기존 소유자 성명 미기재. 회선이 연결됐던 장소: 서람시 대피소 지하 이송실.' 그리고 별도의 수기 메모가 첨부돼 있었다. '발신자가 실제로 손으로 두드린 것이 아니라면, 마지막 한 번의 소리를 보낸 사람은 어디 있었는가.' 주영은 메모가 오래전부터 파일에 붙어 있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우리가 들은 소리는 누군가 지금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오래전 보내 둔 것이 이제야 다시 들리는 것일 수도 있어요.” 가은의 답에 현우는 잠시 숨을 골랐다. 여은이 보았다는 첫 붉은 이름과 스무 해 전의 마지막 신호, 지금 각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예고는 한 장소로 모이고 있었다. 그 장소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전화 회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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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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