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비옷을 입은 방문객이 돌아온 경로는 기억관의 뒷문을 지나 남쪽 시장으로 이어졌다.
가은은 폐쇄회로 화면의 원본을 확보했고, 직원들에게 방문객의 인상착의를 다시 물었다. 누구도 얼굴을 뚜렷하게 보지 못했다. 모자가 낮게 내려와 있었고 목도리가 입을 가렸다. 목격자 셋은 걸음걸이조차 다르게 기억했다.
“설명만 듣고 한 사람이라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가은이 말했다.
그들은 사진 한 장을 얻었다. 시장 주차장에서 촬영된 비옷 뒤쪽의 작은 숫자, '04'. 남쪽 진료소에서 발견됐던 비옷의 바느질 자국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오래된 물건을 누군가 흉내 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린은 사진을 오래 보다가 말했다.
“저 사람은 우리를 이송실로 유도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우리가 안에 남은 사람만 찾고 있으니까. 문을 연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보라는 거겠지.”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 둘이 꼭 반대되는 건 아니에요. 누가 열지 않았는지 찾는 동안 안에 남은 아이가 다시 잊히면 안 되잖아요.”
현우는 두 사람의 말을 공책에 나란히 적었다. 자신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사람을 먼저 단서로 보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누구는 마지막 목격자였고, 누구는 열세 번째 의자였으며, 또 누구는 이름 없는 손목띠였다. 그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삶이 있었다.
주영은 기억관의 전기 사용량을 대조했다. 밤 열한 시부터 지하 이송실에 전력이 공급된 날은 최근 한 달 사이 세 번 있었다. 모두 운영 02 관련 자동 변경이 진행된 날과 겹쳤다. 정식 관리 인력이 없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들어간 건지, 예약된 장비 점검인지는 아직 몰라요. 내일 점검 전까지 출입 기록을 보존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을 기다릴 수 없게 만드는 소식이 들려왔다. 서람시 지하철에서 두 명의 승객이 같은 열차를 탔는데도 서로 다른 도착역을 증언했다. 한 사람의 교통카드는 정상적이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승차 이력이 통째로 보류돼 있었다. 둘은 재난 당시 임시 보호자 등록을 했던 부부였다.
현우는 그들을 직접 만나러 가고 싶다고 했다. 가은은 수사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니 무작정 달려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운영 02 변경과 관련된 자료가 어디로 향하는지 추적했다.
다음 날 새벽 3시, 주영은 지역별 기록 요청이 모두 하나의 발신 주소로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
'제4중계소 / 시험 회선 / 사용자 OP-02.'
가은은 통신 관리 업체를 통해 그 회선의 계약 변경 이력을 확보했다. 담당자는 최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외주 유지보수를 맡던 장치 관리자였다. 이름은 고명식. 그는 이미 퇴사했지만 자신의 관리자 권한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을 회사에 몇 차례 알린 사람이었다.
“그가 범인일까요?” 현우가 물었다.
“그 사람의 계정이 사용됐다는 것까지 확인됐어요. 본인이 사용했는지는 모릅니다.”
고명식은 통화에서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그는 더는 그 장치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자기 앞으로 서류가 날아오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승인하지 않은 승인서였다.
“회사에 신고했는데도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계정 주인이 저니까요.”
“지금 어디 계십니까?” 가은이 물었다.
“서람시 북쪽 버스터미널. 경찰서로 가려던 참입니다.”
고명식은 몇 초 말을 멈췄다. 버스 안내방송이 멀리서 들렸다. 그 뒤에 작은 두드림 소리가 이어졌다.
똑. 똑. 똑.
그가 급히 속삭였다.
“한 가지 더 있어요. 이번 동기화는 삭제 작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끝까지 남겨 두려고 하는 게 있어요.”
“무엇을요?”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고명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짧은 문장 하나를 말했다.
“수신인이 아니라, 발신인이 지워집니다.”
통화가 끊겼다.
그 순간 현우의 눈앞에 떠 있던 '열두 지역 최종 동기화'라는 글자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발신인 확인 / 31:08:22]
이번에는 현우 자신의 이름이 그 옆에 없었다.
제18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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