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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87화
PAYLUA ORIGINAL · 제187화

187화. 대피소 아래의 두 번째 층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787자

오프라인 책장
스무 해 전 대피소는 이미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이 아니었다. 서람시가 재난 기억관으로 일부를 보존하면서, 옛 출입문과 수신창만 남겨 둔 상태였다. 벽에는 당시 구조 작업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안내판에는 사망자와 구조자 수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그 숫자 아래 작은 문구가 있었다. '미확인자는 발생하지 않음.' 현우는 그것을 오래 바라봤다. 정민서는 열세 번째 의자에서 자신의 이름을 기다렸고, 장여은은 수신창에서 아직 안에 사람이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모르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미확인자 없음'이라는 문장을 매일 읽어 왔을 것이다. 가은은 시 시설관리팀의 입회 아래 자료실을 열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 앞에는 출입 통제문이 있었다. 주영은 오래된 배선도에서 그 문 바깥으로 꺾이는 좁은 복도를 찾았다. “이송실이 여기 있어야 해요.” “도면이 맞는다면요.” 하린이 말했다. 안전 점검을 마치고 문을 열자 축축한 공기가 올라왔다. 계단 아래에는 물이 고이지 않았지만 벽은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 일행은 구조 전문가가 확인한 통로만 따라 들어갔다. 눈앞에 나온 것은 특별한 비밀 장치가 아니었다. 낡은 침대, 고장 난 산소통 받침대, 급히 쓰다 만 기록판. 사람이 떠난 방의 냄새가 났다. 민서는 기록판 앞에 멈췄다. “여기에 열세 번째 의자를 옮겨 놓았을까?” “그건 아직 몰라.” 하린이 대답했다. 벽의 철제 캐비닛은 비어 있었다. 주영은 보수 기록에서 20년 전 물품 이동 신청서를 찾아냈다. '미상 아동 1명 이송 준비'라는 행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아래 '실제 탑승 인원 0'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송 준비와 탑승은 다른 일이에요.” 가은이 말했다. “이 아이가 버스에 타지 못했다는 뜻일 수는 있지만, 이 방에 남았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말이 끝나자 현우의 시야에서 다른 글씨가 떠올랐다. [미확인 대기 / 44:02:19] 이번에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바닥의 물 얼룩 위에 글씨가 맺힌 것처럼 보였다. 여은이 현우의 팔을 붙잡았다. “나도 보입니다. 그런데 위치가 달라요. 제 눈에는 문 손잡이 위예요.” 하린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무슨 글씨가 보인다고 해서 저 문을 바로 열지는 말자. 안전팀이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 그들이 밖으로 나온 뒤 주영은 서랍에서 확보한 마이크로필름 복사본을 읽었다. 스무 해 전 이송실에서 작성한 기록은 단 한 줄을 제외하고 훼손돼 있었다. '아이는 말을 하지 않음. 대신 다른 아이의 이름을 세 번 부름.' 그 다른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글씨가 눌린 자국을 볼 때, 이름의 길이는 세 글자였다. 현우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날 밤 기억관 안내원으로 일하던 중년 남자가 가은을 찾아왔다. 그는 아침부터 낯선 손님이 지하 이송실의 출입 기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방문자는 정식 출입 절차를 밟지 않았고, 대신 20년 전 사진을 보여 줬다. “사진 속 남자가 누구였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안내원은 모니터에 찍힌 방문객의 뒷모습을 가리켰다. “이 사람은 그때 사진에 있던 구조요원과 똑같은 비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찍힌 사람이 지금 살아 있다면, 나이가 훨씬 많아야 하잖아요.” 현우는 화면의 노란색을 알아봤다. 남쪽 다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그 비옷이었다. 안내원이 또 하나의 사실을 전했다. “그 사람이 자꾸 물었어요. 누가 마지막까지 문 안에 있었느냐고. 제가 모른다고 하니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문 안에 남은 사람이 아니라, 문을 열지 않은 사람을 찾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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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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