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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막힌 도로의 반대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034자

오프라인 책장
제4중계소로 향하는 길에는 노란 차단기가 내려와 있었다. 저수지 둑 아래가 유실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멀리 돌아가라는 임시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계속 그 길만 가리켰다. 현우가 목적지를 바꿔도 화면에는 한 문장이 반복됐다. '원본 경로로 복귀하십시오.' “기계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마.” 가은이 말했다. 그녀는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실제 통제 상황을 확인했다. 둑이 내려앉은 구간은 흙이 아직 젖어 있었고 바퀴 자국은 물웅덩이 앞에서 끝났다. 누구도 그 길로 들어가서는 안 됐다. 가은은 중계소 관리 주체와 안전 담당자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현장 진입 허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반대편 마을에서 자료를 찾기로 했다. 현우는 조급했다. 머리 위에 남은 시간은 58시간. 한 시간을 허비하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사라질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발목을 잡아당겼다. “우리 얘기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하린이 물었다. “사람이 사라지는 거.” “아니. 네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거. 우리가 지금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해.” 현우는 차단기에서 시선을 뗐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옛 라디오 수리점이었다. 낡은 간판에 '강신호 전파사'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주인은 고장 난 부품을 버리지 못한 채 창고에 쌓아 두고 있었다. 그는 가은의 신분 확인과 협조 요청서를 받고서야 손님들을 안으로 들였다. “제4중계소요? 그 이름을 아직 아는 사람이 있네.” 노인은 중계소가 재난 뒤에도 한동안 살아 있었다고 했다. 지역별 데이터망이 서로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서 중앙 설비는 철거됐지만, 긴급 구조 회선만은 연장됐다고 했다. 문제는 중계소가 산에 있는 게 아니라 산 아래 배수 터널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왜 지하에 중계소를 만들었습니까?” 주영이 물었다. “산 위는 안테나고, 아래가 제어실이었지. 물이 들어오면 회선이 끊기는 구조라서 나중에 옮겼어야 했는데.” 노인은 손바닥만 한 금속 상자를 꺼냈다. 그 위에는 숫자 대신 손글씨가 붙어 있었다. '13 / 응답 보존.' 하린이 민서를 바라봤다. “열세 번째 의자와 같은 숫자네.” “무조건 같다고 보진 말자.” 민서가 말했다. “이런 숫자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어.” 그 말은 어른들의 입에서 더 자주 나왔어야 했다. 민서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모든 것을 비밀의 열쇠로 만드는 일이 싫었다. 주영은 상자의 내부를 열지 않고 겉면을 촬영했다. 연결 단자 하나가 검게 탄 흔적이 있었다. 노인이 설명했다. “이건 열두 곳의 대답이 다 돌아오지 않으면 완료 신호를 내지 않는 장치였어. 예전에 그걸 사람들이 불편해했지. 한 군데라도 조용하면 아무 일도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래서 바꿨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내가 바꾸진 않았네. 어느 날 새 장비가 들어왔고, 거기엔 '응답 없는 지역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라는 설정이 붙어 있었지.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그때는 몰랐어.” 현우는 공책에 그 문장을 적었다. 12개 지역 동기화는 모두가 같은 자료를 가지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한 지역에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때도 시스템이 마음대로 대답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노인이 그들에게 오래된 지도를 건넸다. 제4중계소로 이어지는 터널은 현재 공공 배수 시설과 별도로 막혀 있었다. 단, 안전 점검 구역에서 입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 터널에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하린이 물었다. “지금은 없겠지. 하지만 스무 해 전에는.” 그때 전파사 구석의 진공관 라디오에서 잡음이 났다. 전원이 연결돼 있지 않은 기계였다. 노인은 놀라지 않았다. 외부 확성기 소리가 진동을 타고 전해지는 일도 있다며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우만 들은 소리가 아니었다. 똑. 똑. 똑. 잠깐의 침묵. 똑. 똑. 노인은 굳은 얼굴로 금속 상자를 내려다봤다. 스피커가 아닌 상자 안쪽에서 진동이 들리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뒤집었다. 바닥에는 새로 붙인 종이테이프가 있었다. '현재 응답 없는 지역: 1.' 그 아래 주소는 제4중계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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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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