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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83화
PAYLUA ORIGINAL · 제183화

183화. 빈 휠체어를 따라간 이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146자

오프라인 책장
휠체어는 바퀴 하나가 비뚤어져 똑바로 굴러가지 못했다. 왼쪽으로 조금 기울었다가 복도 벽에 닿았다. 누군가 급히 밀고 갔다면 뒤에서 발소리라도 났을 것이다. 그러나 벽에 부딪힌 휠체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람 때문에 움직였을 수도 있어요.” 가은이 말했다. 자신을 임미정이라 소개한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저기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제가 봤는데, 눈 깜빡한 사이에 없어졌습니다.” 미정은 병원 야간 청소원이었다. 대피소에 가 본 적도 없고, 현우에 관한 뉴스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의 피로 때문에 헛것을 본 줄 알았다. 그러나 빈자리 위에 선명한 붉은 이름이 떠오른 뒤부터는 눈을 감아도 글자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은은 병원 보안실에 연락해 즉시 주변 영상을 보존하도록 요청했다. 현우는 미정에게 이름을 직접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본인이 보는 것과 그녀가 보는 것이 일치하는지 알아야 했다. “세 글자입니다.” 미정이 말했다. “맨 앞은 '정'. 뒤에는 숫자가 있어요. 마흔세 시간쯤.” 현우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여은 역시 휠체어 위의 허공에서 어떤 글씨도 읽지 못했다. “저분만 보는 건가 봐요.” 여은이 속삭였다. 현우는 예전 같았으면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자신이 볼 수 없었다.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미정이 휠체어 옆에 쪼그려 앉았다. 바퀴에 감긴 투명 낚싯줄이 보였다. 누군가 복도 끝에서 끌어당긴 흔적이었다. 가은이 보안요원과 함께 줄을 따라가자 급식 운반용 통로로 이어졌다. “할아버지가 사라졌다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은이 말했다. “휠체어를 움직인 사람은 있었을 수 있어요.” 그들은 급식실에서 환자복 차림의 노인을 발견했다. 이름은 정병익. 급성 혼동 상태로 병실을 벗어났고, 야간 환자 이송 명단에는 '퇴원 처리 예정'이라고 잘못 적혀 있었다. 그는 다치지 않았지만 계속 누군가 자기를 데려오겠다고 말했다. “누가요?” 미정이 물었다. “낡은 스피커에서 내 이름을 불렀어.” 주영이 병원 시설 담당자와 기록을 확인했다. 급식 통로의 비상방송 장치는 서람 대피소에서 옮겨 온 중고 장비였다. 낡은 부품에는 서람시 교체 자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누군가 휠체어에 줄을 연결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장비의 이동 경로만큼은 추적할 수 있었다. 노인이 침대에 눕자 미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숫자가 줄지 않아요.” “멈췄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아뇨. 글씨가 바뀌었어요. '회수 대상'에서 '복귀 확인'으로.” 가은은 노인의 귀환과 미정의 시각적 경험을 따로 기록했다. 누군가 위험에 처한 사람의 이름을 보았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그러나 그 위험을 예측했는지, 이미 벌어진 일을 뒤늦게 감지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미정은 병실 문턱에서 현우를 붙잡았다. “왜 하필 저한테 보였을까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물었다. “아까 할아버지 이름을 봤을 때 뭘 하셨어요?” “다른 사람을 불렀죠.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서 휴대전화부터 꺼냈는데, 사진에는 안 찍혔어요.” “그런데 결국 다른 사람을 부르셨네요.” 미정은 생각에 잠겼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현우는 여은과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름을 보는 능력은 특정한 혈통이나 기계를 가진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누군가 혼자 남아 있음을 알아채고, 남에게 알리는 순간에 관찰자가 늘어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병원 문을 나서기 전 현우는 시설 반출 목록에서 작은 숫자 하나를 발견했다. '대피소 수신 모듈. 12기 분할 이관.' 열두 개 지역의 병원과 대피 시설로 장비가 흩어진 날짜는 20년 전 재난이 끝난 지 한 달 뒤였다. 규칙뿐 아니라 오래된 회선의 일부까지 열두 지역에 남아 있는 셈이었다. 주영이 화면 공유를 켰다. “누가 과거의 장비를 모아 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설치 지역 사이에 한곳이 비었습니다.” “어디죠?” “설치 완료라고 찍혔는데, 수령 서명이 없는 곳. 서람시 남쪽 제4중계소.” 현우의 머리 위 숫자는 쉰아홉 시간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중계소를 향한 길은 전날 폭우로 통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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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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