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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78화
PAYLUA ORIGINAL · 제178화

178화. 대신 보았다고 쓰지 마라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16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두 번째 관찰자가 아닙니다.” 현우는 담당자 앞에서 그 문장을 세 번 말했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설명하기 위해, 두 번째는 담당자가 기록하도록, 세 번째는 녹음이 끝난 뒤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가은은 기록관 회의실에서 현우의 이의 신청서와 여은의 비공개 진술서를 각각 제출했다. 두 서류는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아무리 같은 사건을 설명하더라도 하나로 묶을 수 없었다. “자동 지정은 임시 처리 규칙이었습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동일 사건의 주된 증인이 이의 제기인으로 분류되면, 시스템이 그를 관찰자 2의 후보로 올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후보와 당사자의 수락은 다릅니다.” 가은이 말했다. “그리고 현우 씨는 그날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담당자가 화면을 돌렸다. 작은 글씨로 적힌 옛 운영 규칙이 있었다. ‘관찰자 공백 발생 시 최초 이의 제기인 자동 귀속.’ 하린이 낮게 말했다. “언제나 결국 현우한테 돌아오는구나.” 주영은 규칙이 추가된 날짜를 확인했다. 스무 해 전의 사고 이후였다. 누군가 새 사람이 확인될 때까지 빈칸을 비워 두는 절차를 무너뜨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도록 바꾼 것이었다. “운영 02가 한 거죠?” 현우가 물었다. “그 권한으로 기록된 변경이 맞아요.” 주영이 답했다. “하지만 그 번호로 누가 접속했는지는 별도로 밝혀야 합니다.” 그 사이 여은은 제본소를 하루 닫았다. 지역 청소년에게는 개인 사정이라고 알렸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불안은 먼저 그녀의 일상을 흔들었다. 현우는 제본소 앞에 도착해 문에 붙은 휴업 안내문을 보았다. 직접 만나는 대신 편지를 우편함에 넣으려 할 때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여은이 말했다. “당신이 나 때문에 귀찮아진 줄은 압니다. 그렇지만 나 대신 뭘 결정하지는 말아 주세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기록을 지킬 방법은 찾고 싶습니다.” “그럴 거면 먼저 이걸 읽어 주세요.” 여은이 보여 준 종이는 스무 해 전 그린 수신창의 그림이었다. 그림 아래에는 어린 유림의 글씨로 적혀 있었다. ‘문 밖에서 세 번 두드림. 문 안에서 두 번 두드림. 그 뒤에 한 번 더 들림.’ 현우는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 “네 번째 소리가 있었다는 겁니까?” “세 번, 두 번, 한 번. 당시 어른들은 마지막 소리를 무시했어요. 기계가 늦게 울린 거라며.” “어른이 한 말이 기억나요?” “‘그건 사람 대답이 아니다.’ 그 말이요.” 현우는 그 말을 들을수록 사건이 다른 모양으로 보였다. 누군가의 응답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구조 신호를 분류한 장치. 사람인지 아닌지를 결정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기준이었다. 가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긴급 심사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실명 자동 공개 작업은 중지됐지만, 여은의 이름을 가져온 쪽이 기록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며 원본 전체 공개를 다시 요구하고 있었다. “저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은이 전화기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필요하다면 비공개 심사에서 답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지금 쓰는 이름까지 공개하라는 건 다른 문제예요.” 가은은 그 진술을 별도 파일로 남기고 심사 담당자에게 보냈다. 밤이 되자 현우는 제본소를 나왔다. 가로등 아래에서 그의 시야에 짧은 붉은 문장이 나타났다. [미응답 1 / 분류 대기] 글씨는 유리창에 비쳐도 보였다. 현우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같은 장소를 촬영했다. 사진에는 가로등과 자신의 얼굴만 남았다. 그는 촬영한 영상을 주영에게 보낼 생각을 접었다. 영상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번 확인한 뒤였다. 하린에게 전화를 걸어 그는 간단히 말했다. “오늘은 이름이 안 보이고 문장만 보여.” 하린은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할 거야?” “내가 본 걸 적고, 내일도 같은지 확인할 거야.” “그럼 집에 와서 저녁부터 먹어. 기록도 배고프면 틀리게 쓰잖아.” 이번에는 누구의 이름도 없었다. 현우는 자꾸 떠오르는 숫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응답을 삭제 대상으로 만들지 마. 누군가가 아직 말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그가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휴대전화에 사진이 도착했다. 옛 대피소의 수신창 안쪽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좁은 유리 너머에 아이의 손이 붙어 있었다. 손가락은 하나만 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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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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