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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177화.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자리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959자

오프라인 책장
가은은 팩스 원본을 봉투에 넣었다. 주영은 팩스의 수신 기록과 제본소에 연결된 통신선을 분리해 확인했다. 기계에 찍힌 시각은 정확했지만 발신 번호는 비어 있었다. 옛 장치에서 송출된 문서인지, 누군가 번호 표시를 제한하고 보낸 것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관찰자는 누굽니까?” 현우가 물었다. 여은은 오래된 그림을 펼쳤다. 머리 위에 네모를 그린 사람 셋. 그중 문 옆에 서 있는 어른에게는 네모가 두 개였다. “그때 왜 두 개를 그렸는지 기억이 안 나요. 붉게 보였다는 건 기억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영이 말했다. “지금 질문하는 쪽에서는 두 번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 수 있죠. 또는 없는 사람을 만들어서 여은 씨를 흔들 수도 있어요.” 현우는 그림 뒷면에 연필 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했다. 종이 위에는 아무 문장도 없었지만 압력을 따라 읽으면 ‘나를 따라오던 사람’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여은은 손끝으로 자국을 만지다가 갑자기 종이를 내려놓았다. “아버지가 아니라, 그때 나를 데려온 사람이 있었어요.” “기억나십니까?” 가은이 물었다. “이름은 모르겠어요.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요. 내가 그 사람에게 ‘나한테도 빨간 글씨가 보이냐’고 물었어요.” “뭐라고 했습니까?” 여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난 색을 잘 모르지만 네가 무서워한다는 건 안다.’ 그렇게요.” 이것은 두 번째 관찰자가 붉은 이름을 볼 수 있었다는 증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보지 못했다는 답에 가까웠다. 그런데 누군가 왜 지금 두 번째 관찰자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을까. 그날 밤, 현우는 예린과 통화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아버지의 물건 중 비슷한 문장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오래된 재봉 상자에는 바늘뿐 아니라 봉투 하나가 더 있었다. 어머니가 접어 둔 종이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관찰자는 본 사람이다. 확인자는 그 말을 끝까지 들어 준 사람이다. 둘을 같은 칸에 적으면 안 된다.’ 현우는 소리 내어 읽었다. “관찰자와 확인자를 구분하라고요?” “아버지 필체인지는 모르겠어요.” 예린이 말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쓴 것 같아요.” 가은은 여은에게 그 문장을 보여 줄지 먼저 허락을 구했다. 여은이 동의하자 셋은 제본소에 다시 모였다. 여은은 문장을 읽고 눈을 감았다. “그래요. 나를 따라왔던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어 줬어요. 그분은 ‘네가 본 것을 내가 봤다고 쓰진 않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서랍에서 첫 공책의 맨 앞장을 꺼냈다. 지금까지 공책이 첫 장부터 온전하다고 믿었는데, 제본할 때 잘라 낸 책등 사이에 얇은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펴자 처음으로 본명 대신 직무가 적혀 있었다. ‘첫 번째 관찰자: 서유림.’ ‘첫 번째 확인자: 야간 안전원.’ ‘관찰자 2: 공란.’ “두 번째는 없었네요.” 현우가 중얼거렸다. “공란이라는 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영이 말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때 가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기록관에서 자동 공개 작업을 정지해 달라는 긴급 신청이 접수됐지만, 시스템에는 이미 ‘두 번째 관찰자 동의 대기’ 항목이 생성됐다고 했다. 화면에 나타난 대상자의 이름은 장여은이 아니었다. ‘이현우 / 두 번째 관찰자 자동 지정.’ 여은은 서류를 덮었다. 현우는 몇 주 전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한 적 없는 수락이 등록되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도 침묵을 승낙으로 해석하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거짓된 증인 둘뿐이었다. “내가 본 것을 대신 봤다고 쓰면 안 돼요.” 여은이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우는 답했다. “그런데 그 말은, 당신이 보았다는 것도 제가 함부로 의심할 수 없다는 뜻이겠죠.” “의심해도 돼요. 단, 내가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고쳐 쓰지는 말아요.” 현우는 입술을 다물었다. 누군가 그 빈칸을 또 자기 이름으로 채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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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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