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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75화
PAYLUA ORIGINAL · 제175화

175화. 두 번째 이름으로 사는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07자

오프라인 책장
가은은 서유림을 찾아내자마자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관에 도착해 현우에게 먼저 한 장의 서면을 보여 주었다. 오래전 명단과 현재 신원 사이의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였지만, 개인 정보 대부분은 가려져 있었다. “정황상 같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이 있습니다. 본인이 연락받기를 원한다고 답하시면 그때 만나세요.” 현우가 물었다. “왜 이름을 바꿨답니까?” “아직 묻지 않았어요. 이름을 바꾸는 데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으니까요.” 현우는 편지를 한 통 썼다. 자신도 어릴 때의 일을 분명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붉은 이름의 의미를 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만나기 싫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적었다. 마지막에 딱 한 문장을 더했다. ‘당신이 적어 둔 첫 번째 이름이 저라면, 왜 저를 적었는지만 알고 싶습니다.’ 사흘 뒤 답장이 왔다. 장소는 서람시 외곽의 작은 제본소였다. 낮에는 낡은 책을 고쳐 묶고, 저녁에는 지역 청소년에게 책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가은이 먼저 주인의 동의를 받고 들어갔다. 현우는 창가에서 표지를 재단하던 여자를 보았다. 서른 중반쯤 되었을 여자는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는 종이칼이 남긴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지금은 서유림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여자가 말했다. “이름을 알려 드리기는 하겠지만, 그걸 밖에 말하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장여은입니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바뀌었어요.” 여은은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낯선 방문객 앞에서 현재의 이름을 말하는 일이 이렇게 큰 결심이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벽에 걸린 제본 도구를 바라보았다. 칼날이 무디어지면 갈아 끼웠고, 잘못 붙인 표지는 새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한때 다른 사람이 써 버린 자신의 대답을 되돌리는 일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 이름은 제가 골랐어요.” 여은이 말했다. “누가 지우라고 해서 지운 게 아닙니다.” 현우는 자신을 소개할 때만큼이나 조심해서 그녀의 이름을 되풀이했다. “장여은 씨.” 그녀는 의자에 앉으라는 말 대신 종이 한 장과 연필을 놓았다. 현우가 앉자 여은도 마주 앉았다. “저를 찾은 게 붉은 이름 때문이라고요?” “네.” “그걸 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말해 본 적이 있습니까?” “많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틀렸던 적도 있습니다.” 여은은 처음으로 현우를 똑바로 보았다. “그게 좋은 대답이네요.” 그녀는 스무 해 전 대피소의 밤을 이야기했다. 문 밖에 있던 아이는 고장 난 손전등을 꼭 쥐고 있었고, 문 안에는 울음을 참는 아이가 있었다. 어른들은 몇 명이 들어왔는지 세느라 바빴다. 여은은 누가 문 안팎에 남아 있는지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저는 현우 씨 머리 위에 붉은 이름이 뜨는 걸 봤어요. 단지 글씨였는지, 열이 나서 잘못 본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아래 숫자가 줄어들었어요.” “일흔두 시간이었습니까?” “처음에는요.” 현우의 손이 굳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세 번 두드리고 기다렸어요. 안에서는 두 번 대답했죠. 그때 누군가 문을 열려고 했는데, 어른이 막았어요. 지금의 저는 그 사람이 왜 막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날의 저는 그저 무서웠어요.” 여은은 서랍에서 오래된 공책을 꺼냈다. 종이마다 이름 옆에 서로 다른 색으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 장을 펼치자 현우라는 이름 뒤에 비어 있는 날짜가 나왔다. “이름은 분명히 봤는데, 사라지는 장면은 못 봤어요. 숫자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갔거든요. 그 아이가 정말 당신인지도 그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왜 기록을 남겼습니까?” “본 것을 못 본 것처럼 할 수는 없어서요. 다만 본 것만 적었어요.” 현우는 오래된 자신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여은은 공책을 닫지 않았다. “지금 현우 씨 눈에는 제 이름이 어떻게 보입니까?” 그는 여은의 머리 위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사라질 예고도, 낯선 숫자도 없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여은이 조용히 웃었다. “좋네요. 적어도 오늘 저녁에는 이름만으로 저를 판단하지 않을 테니까.” 그때 제본소 출입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한 남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장여은 씨. 본명으로 받은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봉투에는 오래된 글씨체로 적힌 수신인이 있었다. ‘첫 번째 관찰자 서유림. 원본 진술 자동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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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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