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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73화
PAYLUA ORIGINAL · 제173화

173화. 열세 번째 문이 없는 곳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097자

오프라인 책장
옛 대피소로 들어가는 길은 낙엽에 덮여 있었다. 한때 사람들을 받아들이던 건물은 이제 안전 펜스 안에 서 있었다. 서람시청 시설 담당자와 건축 안전 전문가가 먼저 균열을 확인했다. 가은은 모두의 출입을 기록했고, 임시 조명이 설치되기 전에는 현우도 지하로 내려가지 못하게 했다. “열세 번째 문이 있다면서요.” 민서가 펜스 밖에서 물었다. “도면에는 검사 공간이 있다고 나옵니다.” 가은이 대답했다. “실제로 그런 방이 남았는지는 봐야 알아요.” 민서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보관 중인 오래된 의자 사진을 펼쳐 놓고 번호를 셌다. 열세 번째 의자와 열세 번째 문이 같은 번호를 쓴다는 사실은 누군가 붙인 단서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었다. 현우와 가은, 주영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안내자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천장 아래로 녹슨 배관이 지나갔고, 비상등이 있었던 자리는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복도에는 문이 열둘이었다. 반대편 벽은 매끄러운 콘크리트였다. “방이 없는데요.” 현우가 말했다. 시설 담당자가 망치로 벽을 두드렸다. 속이 비어 있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벽을 깨지 않았다. “이 뒤에 설비가 있다 해도 임의로 부수면 안 됩니다. 배관이 살아 있을 수 있어요. 안전 계획서와 허가가 필요합니다.” 주영은 벽 아래에서 둥근 구멍을 발견했다. 먼지를 털자 검은 전선 피복이 드러났다. 그 옆에는 지워져 가는 글씨가 있었다. ‘응답선 3 / 회송선 2.’ 바닥에는 오래된 수위 표시가 있었다. 같은 벽에 연필로 세 줄을 그어 놓은 흔적이었다. 가장 위의 선은 현우의 허리보다 높았다. 스무 해 전에는 물이 여기까지 차올랐다는 뜻일까. 전문가가 표시의 연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었다. 가은은 현우의 팔을 잡아 물기 많은 쪽으로 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현우가 웃지도 못한 얼굴로 말했다. “그날도 누군가 여기까지 내려왔겠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오늘은 살아 있는 우리가 안전하게 돌아가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현우는 창고에서 보았던 빈칸 두 개를 떠올렸다. 세 번 노크하고, 안에서 두 번 대답한다. 그 신호는 대피소 출입을 통제하는 장치였을까, 아니면 갇힌 사람을 발견하기 위한 구조 신호였을까. 열두 번째 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일행은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가은이 손전등을 들어 올렸다.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목소리는 낡은 인터폰 구멍에서 나온 것이었다. 멀리서 누군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가은이 장치에 다가가 답했다. “경찰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현재 위치부터 알려 주세요.” 침묵이 흘렀다. 이어 처음 들었던 목소리와 다른, 어린아이를 닮은 짧은 소리가 났다. “이름 말하지 마.” 현우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스무 해 전 소라가 들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것이 생방송인지 녹음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주영이 인터폰의 전원 상태를 확인하려 손을 뻗자 가은이 제지했다. “연결 상태를 먼저 보존합시다.” 가은은 외부 관제팀에 확인 요청을 보냈다. 약 십 분 뒤 답이 왔다. 인터폰 자체는 작동하지 않는 장치였고, 벽 안의 통신선은 임시 점검 중 다른 구역의 수신기에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 대답한 것이 아니라 저장된 시험 음성이 재생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현우는 그 말을 들었지만 가슴의 떨림은 가라앉지 않았다. 어린 목소리는 자신의 기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시설 담당자가 벽의 배관 상자에서 봉인된 점검철 하나를 찾아냈다. 겉면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13번 검사 공간은 별도 실이 아님. 문 뒤의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수신 구획.’ 문은 없었다. 대신 복도 끝 벽에 작은 수신창이 있었다. 사람 하나의 얼굴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이었다. 틈을 덮은 금속판에 이름이 하나 긁혀 있었다. ‘서유림.’ 현우가 이름을 읽자, 붉은 글씨가 잠깐 그의 시야를 스쳤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 예고가 아니었다. [관찰자 기록 / 원본 보류] 그는 가은에게 금속판의 이름을 먼저 보여 주었다. 자신의 눈에 보인 글씨가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이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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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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