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람시 통신관리사무소의 첫 번째 답변은 간단했다.
‘해당 회선은 스무 해 전 사용 종료. 현재 가입자 없음.’
두 번째 답변은 전혀 달랐다.
‘설비 철거 확인서는 확인되지 않음.’
가은이 서류 두 장을 탁자에 나란히 놓자 통신사 직원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회선 번호가 해지됐다는 것과 선이 실제로 끊겼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시 재난 시설은 별도 접지선과 우회 경로를 남기는 경우가 있었어요.”
주영은 시설도를 보며 말했다. “번호가 폐지돼도 다른 장비가 예전 번호를 발신자 표시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 전화가 과거에서 걸려 왔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걸 확인하러 왔습니다.” 가은이 답했다.
직원은 가은의 요청에 따라 폐쇄 회선의 공사 기록을 꺼냈다. 평범한 교환기 교체 작업이 두 번 있었고, 세 번째 작업에는 발주자의 이름 대신 기관 코드만 남아 있었다. 결재 도장이 찍힌 자리는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다.
“누가 지운 겁니까?”
“전자 변환할 때 누락됐을 수 있어요. 여기 원본 장부와 맞춰 보셔야 합니다.”
주영은 사진을 찍기 전에 직원에게 촬영 가능한 범위를 확인했다. 사건과 무관한 가입자 정보까지 함께 복사할 필요는 없었다. 작은 구분이었지만 현우는 그들이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일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이름을 잃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사무소 지하 창고에서 발견된 지도에는 세 개의 표식이 있었다. 옛 서람 대피소, 북하 방송국의 비상 교환실, 남쪽 백조등대. 세 장소를 잇는 회선 옆에는 ‘실패 시 벨 대신 타격음 전송’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자동 응답용 장치가 실제 벨소리 대신 기계적 두드림을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소리를 들려줬을 수도 있겠네요.” 하린이 말했다.
“맞아.” 주영은 지도에서 지우지 못한 연필선을 가리켰다. “다만 이 선이 살아 있다는 것도, 누가 썼다는 것도 아직은 추정이야.”
가은은 회선 종단을 확인할 자격이 있는 기술자와 건물 소유주의 입회를 요청했다. 그날 오후까지 확인된 것은 더 작고 중요한 사실이었다. 해지된 번호에 대응하는 케이블이 서람시 구역 어딘가로 이어져 있다는 것.
현우는 시청 앞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만두를 반쯤 먹었을 때, 옆자리 고등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종 사건 관련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영상에는 그의 얼굴이 흐리게 처리돼 있었다.
‘붉은 이름을 보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한 학생이 말했다. “다 거짓말 아니야? 실종자 가족들 괜히 희망 주는 거잖아.”
현우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과거 같았으면 자신에게 보이는 이름을 말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은 누구에게나 검증 가능한 증거가 아니었다.
가은에게 메시지가 왔다.
‘회선 출처 단서 확보. 옛 대피소 현장 입회 내일 오전 9시. 혼자 오지 마세요.’
저녁에는 한예린에게도 전화가 왔다. 아버지 백도윤의 72시간이 끝난 뒤 처음으로 연락한 것이었다.
“그 사람은 결국 누구였어요?” 예린이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지금은 첫 번째 관찰자를 찾고 있어요.”
“관찰자라는 말, 이상하네요. 우리 아버지는 그 사람을 본 것뿐인데. 어쩌다 사람 이름보다 번호가 먼저 남았을까요?”
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예린이 이어 말했다.
“누군가 발견한 사람을 또 다른 번호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통화를 마치자 현우는 주영에게 부탁했다. 신원을 확인해도 공개 여부는 당사자에게 묻자고. 주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통신사에서 정식으로 회신이 왔다. 옛 회선은 폐쇄된 대피소의 전화기만 연결한 것이 아니었다. ‘상호 확인 단말기’라는 다른 설비를 거쳤다.
설비 배치도에 네모난 방 하나가 표시돼 있었다. 원래 도면에는 없던 방이었다.
방의 이름은 ‘13번 검사 공간.’
그 아래 누군가 붉은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았다.
‘이 방은 피난 인원 산정에서 제외할 것.’
현우는 그 문장을 읽고 오래 숨을 쉬었다. 숫자에서 제외된 것이 방뿐이었을까. 그 방 안에서 기다린 사람도 함께 제외됐던 건 아닐까.
제17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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