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세 번째 소리가 끝났을 때 정혜옥의 손에서는 펜이 떨어졌다.
구조창고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서는 창가를, 하린은 유선 전화기를, 주영은 천장 가까이 매달린 낡은 스피커를 보았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 거라면 소리가 온 곳은 하나여야 했다.
“다 들으셨어요?” 현우가 물었다.
가은은 대답 대신 창고 출입문을 열었다. 해무가 끼어 있었지만 방파제까지는 시야가 트여 있었다. 야간 근무를 마친 어부 둘이 멀리 걸어가고 있었고, 출입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문을 닫고 말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손으로 문을 두드린 소리인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정혜옥은 스피커 아래의 나무 상자를 가리켰다. 그것은 해안 구조 방송을 받는 오래된 수신기였다. 전면의 녹색 램프는 오랫동안 고장 난 채였지만, 뒤편에서는 미세한 기계음이 났다.
“저걸 아직 켜 두셨습니까?” 주영이 물었다.
“전기는 들어가요. 정기 점검할 때 신호가 오면 알아야 하니까.”
주영은 장치에 손대지 않고 모델명과 시리얼 번호를 촬영했다. 가은은 통신 관리 업체에 점검 기록을 요청했다. 누군가 급히 선을 뽑으면 신호의 원래 출처를 잃을 수 있었다.
현우는 자신이 본 글씨를 설명했다.
[첫 번째 관찰자 / 이름 미확인]
“숫자가 없었어요. 대신 글씨가 떠오르고 노크가 들렸습니다.”
“이번 소리는 모두 들었죠.” 하린이 낮게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보는 글씨까지 우리가 봤다는 건 아니야.”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분을 하린에게 배운 뒤로 그는 이상한 현상을 사실보다 앞세워 말하지 않으려 했다.
스피커에서 가늘게 잡음이 흘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계가 잠잠해졌다. 정혜옥은 서랍에서 수기 점검 장부를 꺼내 마지막 신호 수신 날짜를 보여 주었다. 지난달 17일, 그리고 오늘. 두 날짜 옆에는 모두 같은 표시가 있었다.
‘3-3-0.’
민서가 그 표기를 손가락으로 짚자 정혜옥은 오래된 일을 하나 떠올렸다. 바다에서 조난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등대 무전실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해 확인했다고 했다. ‘들었습니다’와 ‘찾았습니다’는 전혀 다른 뜻이었다. 수신기를 통해 목소리를 들었어도 구조선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장부에는 완료라고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지막 동그라미가 비어 있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거네요.” 민서가 말했다.
정혜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삼삼공의 마지막 숫자가 그런 뜻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오래된 장부를 해석하는 것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보다 신중해야 했다.
“삼삼공은 뭡니까?” 가은이 물었다.
“그걸 몰라서 적어 뒀지요.”
주영은 장비 설명서 사진을 확대했다. 해상 구조 경보에는 서로 다른 길이의 신호가 사용됐지만, 삼삼공이라는 표기는 없었다. 대신 부속 회선 목록 아래 조그만 수기 메모가 있었다.
‘서람 대피소 / 비상 확인선 / 종단 미확인.’
“폐쇄된 대피소와 여기 사이에 확인선이 있었다는 뜻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죠. 다만 지금도 같은 선을 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은은 수사 협조 요청서를 작성했다. 밤사이 모두가 서람시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기다리자고 했다.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처음 나왔다고 해서 조급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민서가 조용히 말했다.
“세 번 다음에는 쉬었어요.”
현우가 돌아보았다.
“어떤 쉼?”
“예전에 열세 번째 의자 아래에서 봤던 종이배 그림 기억나요? 거기도 세 개의 점 다음에 빈칸이 있었어요. 엄마가 그러셨어요. 빈칸은 빠뜨린 게 아니라 누군가 대답할 자리라고.”
정혜옥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장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스무 해 전 누군가 굵은 연필로 쓴 문장이 있었다.
‘노크 세 번. 안에서 두 번 돌아오지 않으면 열지 말 것.’
가은은 문장을 사진으로 남긴 뒤 기록의 작성자부터 찾자고 했다. 누군가에겐 구조 요령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겐 문을 열지 않을 핑계가 되었을 수 있었다.
창고의 전등이 한 차례 깜박였다.
현우는 이번에는 이름 대신 텅 빈 대괄호를 보았다.
[응답 대기: □ □]
그는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누가 그 자리에 답해야 하는지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제17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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