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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69화
PAYLUA ORIGINAL · 제169화

169화. 원본을 지키는 사람들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501자

오프라인 책장
백조등대에는 밤마다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대신 구조창고 위에 설치된 작은 적색 경고등이 해무 속에서 느리게 깜박였다. 현우는 물비린내가 섞인 바람을 맞으며 콘크리트 계단을 올랐다. 가은이 먼저 정혜옥을 만났고, 주영은 가지고 온 장비 번호와 보관 목록을 대조했다. 정혜옥은 작고 단단한 손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오래된 관리실로 안내했다. 벽에는 고무장화와 구명조끼가 걸려 있었고, 낡은 철제 책상 위에는 방수 상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백도윤 씨를 본 겁니까?” 현우가 물었다. “그때 그렇게 자기소개한 사람은 봤어요.” 정혜옥은 즉시 답했다. “그가 진짜 백도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신분증은 물에 젖어 읽을 수 없었거든요.” 그녀가 꺼낸 야간 일지에는 날짜와 시각, 인상착의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남성, 젖은 회색 코트, 오른손 엄지에 깊은 상처. 동행 아동 없음.' 서람시 실종 접수 다음 날 새벽이었다. “무엇을 맡겼습니까?” “목소리요.” 정혜옥은 방수 상자 하나를 열었다. 안에는 카세트테이프와 별도 일지가 있었다. 도윤이라는 남자는 그날 입구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다가 녹음 장비를 빌렸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치를 두려워했고, 자신이 말하는 지금 이 순간을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고. “그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까?” 가은이 물었다. “내 일지에는 그날 그 사람이 있었죠. 녹음은 그 증언을 도울 수 있어요. 하지만 스무 해 뒤 살아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현우는 정혜옥의 답이 좋았다. 없는 것을 있다고 꾸며 주지 않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 주영은 원본 테이프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녹음기는 구조창고 장비였고, 테이프 겉면에는 당시 직원 두 사람의 서명이 있었다. 오랜 보관으로 일부 구간은 손상됐지만 주요 음성은 들을 수 있었다. '저는 백도윤입니다. 이곳에 들어온 날짜를 읽어 주십시오.' 그 뒤에 정혜옥으로 들리는 여성이 날짜를 말했다. 이어 남자는 같은 날 기상 상태와 구조창고 앞에 묶인 배의 이름을 묻고 대답을 받았다. 녹음은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이것은 멀리 떨어진 다른 사람의 단어들을 짜깁기한 여섯 초짜리 수락 음성과는 달랐다. 그러나 테이프 중간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이름이 붉게 보였습니다. 그중 한 사람의 이름은 내 이름이었습니다. 내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없어진 건 내 집 주소였습니다.' 현우의 숨이 멎었다. 백도윤도 자기 이름에 나타난 숫자를 보았다는 말인가. '이름을 보는 사람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보여 준 대로 움직이면 누군가는 그것을 신호로 쓰게 됩니다. 제발, 사라질 사람에게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 주세요.' 테이프는 여기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남자는 짧게 웃고는 마지막 한 문장을 남겼다. '운영 00의 기록은 기계에 있지 않습니다. 같은 질문에 답하기로 약속한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가은은 서동재에게 전화를 걸어 테이프 내용과 당시 일지를 구분하여 확인했다. 동재는 오랫동안 말이 없더니 물었다. “그러면 산에 남은 장비는요?” “거짓말을 원본처럼 보여 주는 장치일 수 있습니다. 일부에는 진짜 자료도 남아 있고요.” 전화기 너머에서 동재의 숨이 거칠어졌다. “내가 지키려던 게 그거였군요.” 해무가 두꺼워질 무렵 정혜옥은 또 다른 상자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구조대 근무자들이 돌아가며 적은 공책이 여러 권 있었다. 실종된 사람의 이름을 찾거나 잘못 기록된 사람의 요청을 받으면, 다음 당직자에게 그 이름을 직접 읽어 주었다고 했다. 그들은 서류가 도착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 사람이 원래 있던 자리를 그대로 남겼다. “그게 원래 00의 방식이었어요?” 하린이 물었다. “우린 그 이름을 몰랐어요. 그냥 잊지 않으려고 했죠.” 현우의 시야에 공책 위로 가느다란 붉은 선이 나타났다. 이십 년 전 사람들의 손으로 쓴 글씨는 그대로였고, 그 선은 특정 이름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빈 여백을 지나갔다. [백도윤 / 03:07:19] 그들이 외부 보존망에 테이프의 사본과 출처를 등록하고, 원본은 봉인된 채 남겨 두는 동안, 남쪽 산의 자동 귀속 작업은 보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예약 자체를 삭제하는 데에는 이해관계 기관들의 추가 동의가 필요했다. 한 곳만 멈춘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가은은 모두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 주었다. “세 시간입니다. 백도윤이라는 이름의 모든 기록을 지금 당장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예정된 잘못된 작업이 어떤 근거로 이뤄지는지는 밝힐 수 있어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적처럼 시간을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정혜옥의 공책을 펼쳐 맨 아래의 빈칸을 지우지 않고 남기는 것. 그리고 내일도 누군가 그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공책의 마지막 장에서 낯선 이름 하나가 나타났다. '첫 번째 관찰자: 기록 보류.' 그 아래에는 붉은 연필로 적힌 한 줄이 있었다. '백도윤은 첫 번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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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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