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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65화
PAYLUA ORIGINAL · 제165화

165화. 문 뒤의 가짜 보존실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072자

오프라인 책장
남쪽 보관소에 들어가는 사람은 네 명이었다. 현우 혼자가 아니라 가은, 주영, 시설 책임자 박세진이 함께였다. 가은은 전날 변경된 출입 예약이 유효하지 않다는 확인을 관리업체로부터 받아 냈다. 박세진은 출입 기록을 검토하다가 얼굴을 굳혔다. “저희 쪽에서 한 사람이 수정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승인 시각이 야간 자동 점검 작업 시간대예요.” “그때도 직원들이 출입합니까?” “아뇨. 원격 장비 진단만 합니다.” 문을 연 박세진은 서둘러 내부 전등을 켰다. 보관소는 계곡 아래 점검실과 연결된 좁은 통로 끝에 있었다. 벽에는 습기가 배어 있었고, 바닥에는 새 물자국과 오래된 흙먼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남아 있었다. 바깥에서 본 것과 달리 공간은 꽤 컸다. 첫 번째 방에는 전원 장비, 두 번째 방에는 비어 있는 선반, 세 번째 방에는 오래된 캐비닛이 놓여 있었다. '원본 보존실'이라는 금속 명패가 캐비닛 위에 붙어 있었다. 현우는 명패 앞에서 멈췄다. 이곳까지 오도록 자꾸 안내하던 문자는 명패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을까. 주영이 캐비닛의 시리얼 번호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제조 연도가 사고 이후입니다. 원본을 이 안에 처음 보관했다는 설명은 맞지 않아요.” “그러면 이동 보관했을 수도 있겠죠.” 박세진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문구만 믿을 순 없다는 뜻입니다.” 캐비닛을 열자 작은 외장 저장 장치들이 늘어서 있었다. 겉면에는 '서람시 긴급 보존', '보호 대상자 전원 복구', '00 승인 완료'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보존 목록의 작성 날짜는 지난달이었다. 어떤 자료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전엔, 오래된 사고의 원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가은은 봉인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박세진은 업체 측 자료 반출 절차를 설명했고, 모두 동의한 범위에서 목록 사본만 확인했다. 주영이 가져온 이전 수첩의 기기 번호와 비교하자 세 번째 선반에서 단 하나 일치하는 번호가 나왔다. '송출실 바닥 통신함 / BK-031.' 그러나 저장 장치가 아니었다. 손바닥만 한 철제 상자였다. 옆면에는 세 개의 작은 홈이 있었고, 가운데 홈은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종이배에 찍힌 도장과 같았다. “열쇠처럼 생겼네요.” 현우가 말했다. “혹은 물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잠기게 만든 걸지도.” 박세진이 상자 외관을 확인했다. “임의로 열면 내부 자료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가은은 전문가 입회 아래 상자를 옮겨 검사하기로 했다. 출입구로 되돌아오던 순간, 주영의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보관소 원본 목록 요청 수락] [요청자: 이현우] “저 요청 안 했습니다.” 현우가 즉시 말했다. 주영은 기록을 열었다. 시스템상 현우의 이름으로 몇 분 전 제출된 동의서가 있었다. '소유자가 미확정인 모든 자료를 본인 명의로 인수한다'는 문구와 함께, 현우의 주민번호 끝자리가 적혀 있었다. 기존 자료에서 가져왔을 법한 정보였다. “이걸 승인하면 서람시 원본의 소유자가 현우 씨로 바뀌는 겁니까?” 가은이 물었다. “사용자에게 그런 권한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하지만 조회 화면이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건 가능합니다.” 주영이 대답했다. 현우는 등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벽에 붙은 안전 거울에는 네 사람만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백도윤 / 37:26:18] 그리고 그 아래 처음 보는 문장이 나타났다. [대리 수신인 선정 중: 이현우] “또 내가 대신 받는 구조군.” 그가 중얼거렸다. 그가 거절을 말하려는 순간 복도 끝 조명이 꺼졌다. 비상등의 붉은 빛 속에서 멀리 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박세진이 인터폰을 두드렸지만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다. 가은은 손전등을 켜고 침착하게 문을 확인했다. 비상 개방 레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들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출구에 놓인 장치 하나가 눈에 걸렸다. 녹음기가 켜져 있었다. 작은 화면에 재생 시간이 나타났다. 00:00:06. '이현우 님의 수락이 확인되었습니다.' 누군가 현우의 목소리와 닮은 짧은 응답을 편집해 틀어 놓았다. 현우는 입을 열지 않았는데, 기계는 벌써 그의 대답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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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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