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서로 다른 두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32자

오프라인 책장
백도윤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또 있었다. 주영은 과거 기록을 대조하다가 멈칫했다. 사고가 일어난 해, 다른 지역에도 동명이인의 실종 접수 기록이 있었다. 나이도 직업도 달랐다. 한 사람은 서람시 경보 시험의 설계자였고, 다른 사람은 같은 날 철도 현장에서 일한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 노동자는 실종 신고 이후 본인이 직접 경찰서에 출석해 신고를 철회했다. “그러니까 그 철회 기록이 설계자에게 붙은 거군요.” 가은이 말했다. “네. 운영 02가 이름과 발생 연도를 기준으로 두 사람을 자동 결합한 흔적이 나옵니다.” 현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누군가를 증발시키는 비밀 기계보다도 무서운 건 이렇게 단순한 오류일지도 몰랐다. 한 사람의 생존을 증명하는 진술이 다른 사람의 실종을 지우는 허가증이 됐다. 그러나 예린의 붉은 예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예린의 자료까지 자동으로 합쳐질 위험이 남아 있었다. 주영은 두 도윤의 서로 다른 주민 기록, 당시 주소, 통신 시험 명단, 철회 접수 장소를 독립 자료로 모았다. 가은은 관할 기관에 동명이인의 이력 분리를 요청하고 당사자 동의 없이 가족 관계를 자동 확장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현우는 회의실에서 두 장의 사진을 보았다. 하나는 철도 현장 단체 사진. 다른 하나는 이문경이 서랍에서 찾아온 경보 시험장 사진이었다. 후자는 화면 가장자리에 남자의 팔꿈치와 손 하나만 찍혀 있었다. 백도윤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그분 얼굴이 맞나요?” 현우가 물었다. 이문경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기억에는 안경을 쓴 사람이었는데, 이 사진에는 얼굴이 없네요.” 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현우는 묘하게 안심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 증인이 필요했다. 처리 기한까지 삼십 분이 남았을 때, 예린이 센터에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초췌했지만 걸음은 단정했다. 전날 부탁했던 자신의 의사 확인서를 들고 왔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을 적었어요.” '저는 아버지 백도윤의 실종 기록 열람과 오류 정정을 요청합니다. 다만 제 이름으로 아버지의 행적을 대신 확정하거나, 현재와 과거의 제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처리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은이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은 자신이 직접 서명했다. 가은은 그것이 어떤 항목에 효력을 가지는지 다시 설명했다. 오래 걸렸지만 예린은 끝까지 듣고 서명 날짜를 썼다. “아빠를 찾고 싶지만, 제가 아빠가 될 순 없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 현우는 목이 메었다. 그는 예린에게 손을 내밀려다 망설였고, 예린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붉은 숫자가 00:04:32를 가리켰다. 그사이 다른 지역 서버에 복제된 잘못된 기록은 '비교 검토 필요'로 분리됐다. 확정되지 않은 철회 정보를 다른 사람의 가족관계 변경 근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예린의 기존 신원 조회도 유지됐다. 현우는 시계를 보는 대신 예린에게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실 거예요?” “집에 가서 밥 먹을 거예요.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엄마가 적어 놓은 기록을 다시 읽어 볼래요.” 현우는 웃었다. 그렇게 평범한 계획이 가장 확실한 살아 있음의 증거 같았다. 00:00:09. 그의 시야에서 예린의 이름이 붉게 흔들렸다. “가은 씨.” 현우가 작게 불렀다. 가은은 예린의 확인서 원본과 발급 번호를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00:00:03. 현우는 마음속으로 예린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만 부른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그 이름을 자기 목소리로 부를 수 있어야 했다. 00:00:01. 숫자가 사라졌다. 예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가은도 그녀를 알아보았다. 컴퓨터 화면의 신원 조회 결과도 바뀌지 않았다. 현우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끝난 건가요?” 예린이 물었다. 현우가 대답했다. “오늘의 잘못된 변경은 막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거면 돼요. 없는 답을 있다고 해 주지 않아서 고마워요.” 그날 저녁, 채림은 복원된 북하 방송국 세 번째 테이프의 말미에서 낯선 소리를 찾아냈다. 아이와 어른의 대화가 끝난 뒤, 작게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백도윤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남자가 말했다. '이 아이는 아홉 번째가 아니다. 이름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세면 열 번째다.' 현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아홉 번째로 등록되던 날을 떠올리며 의심했다. 아홉 번째로 적힌 사람과, 그 이름을 처음 본 사람이 서로 달랐던 것은 아닐까.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5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5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