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윤의 회사는 스무 해 전에 합병됐다. 합병한 회사는 다시 두 번 이름을 바꿨고, 인사 기록은 폐기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도윤을 검색한 주영은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으면 안 되겠네요.” 현우는 말했다.
“그럼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다른 사람부터 찾죠.”
이문경은 한참 생각하다가 동료의 이름을 떠올렸다. 최상규. 당시 통신 장비 구매를 맡았던 경리 담당자였다. 가은이 공개된 사업자 기록을 확인하고 연락 가능 여부를 수소문했다. 정식 절차 없이 개인 정보를 넘겨받지는 않았다. 몇 차례 연락이 이어진 끝에 최상규 본인이 통화에 동의했다.
그는 전화기 너머에서 첫마디부터 날카롭게 말했다.
“그 이름을 이제 와서 왜 찾습니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증언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은이 말했다.
“도윤이가 없었다고 쓴 서류에 내 도장이 들어갔어요. 나는 그날 회사에 출근조차 안 했는데.”
현우는 숨을 들이켰다. 또 하나의 대신 찍힌 도장. 그러나 가은은 섣불리 연결하지 않았다.
“당시 부재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습니까?”
“급여명세서 뒤에 휴가 결재가 있어요. 집에 아직 남아 있다면요. 찾아보고 말씀드리죠.”
통화가 끝났다. 현우는 북하 수문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백도윤은 정말 사라진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고용 관계를 둘러싼 분쟁의 당사자였을까.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도 있었다.
오후에 주영에게 메시지가 왔다. 기록 보존 신청은 긴급 처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단, 원본 로그 일부가 다음 날 정기 보존 정책에 의해 자동 재작성되도록 예약돼 있어 보존 범위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현우의 눈에 뜬 붉은 시간은 네 시간 이십 분이었다.
“방법이 있을까요?” 그는 채림에게 물었다.
“원본을 떼어 가는 건 불가능해요. 대신 변경 전후의 자료를 독립적으로 보존하고, 지금 시스템에서 무슨 규칙이 실행되는지 로그를 남기는 거죠.”
“그게 늦으면요?”
“늦었다고 해서 없는 자료를 있는 것처럼 만들진 않겠습니다. 남아 있는 출처부터 확인해야죠.”
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그 두 사람의 확실하지 않은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허위의 확신보다 단단했다.
그 무렵 채림은 다른 보관 상자에서 낡은 우편 봉투를 발견했다. '서람시 기록 보관소 담당자 귀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봉투는 개봉되지 않은 상태였다. 봉인 안내와 관리 목록이 일치했으므로 채림은 담당 기관에 열람 절차를 문의했다.
봉투는 저녁에 기록관의 감독 아래 열렸다. 안에는 짧은 편지 하나와 작은 테이프의 목록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백도윤의 서명이 있었다.
'제가 만든 장치는 앞으로 사라질 사람을 알아맞히지 못합니다. 그저 이미 예약된 변경과 그 변경을 기다리는 사람의 답을 따로 저장합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화면에 예약되지 않은 붉은 이름이 보입니다. 그 이름들은 시스템에도 없습니다.'
현우는 마지막 줄을 세 번 읽었다. 백도윤이 화면에서 붉은 이름을 보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저 기록상 붉은 표시를 발견했다는 것일까.
가은은 편지를 촬영하고 보존 번호를 확인했다. “이 말은 도윤 씨의 관찰입니다. 현우 씨의 현상과 같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스무 해 전부터 붉은 이름을 봤다는 건가요.”
“최소한 그 표현을 쓴 사람은 있었죠.”
편지 뒷면에는 덧붙인 날짜가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이었다. 접속 기록보다도 하루 빨랐다.
그날 밤 주영은 설계 파일의 숨겨진 설명란을 찾아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 메모였다.
[보존 대상 판별: 실행 예약된 신원 변경 / 원본과 비교]
[예외 알림: 실제 변경 예약 없음 / 원인 미상]
현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럼 예약이 없는 붉은 이름은 뭡니까?”
주영은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저는 프로그램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현우 씨가 그걸 왜 직접 보는지는 몰라요.”
바깥이 어두워졌다. 붉은 숫자가 한 자리로 줄어들었다.
[03:59:12]
현우는 편지에서 가장 작은 글씨를 읽었다.
'만약 나를 찾을 수 없게 되면, 목소리가 남은 곳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 아래 주소 하나.
'옛 북하 방송국, 지하 송출실.'
제15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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