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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53화
PAYLUA ORIGINAL · 제153화

153화. 세 개의 열쇠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19자

오프라인 책장
바인더 마지막 장은 접혀 있었다. 이문경은 조심스럽게 접힌 부분을 폈다. 세로로 그어진 검은 줄 아래 이름 세 개가 적혀 있었다. 경보 담당 이문경. 현장 기록 담당 유정안. 주민 대표 대리 접수인 공란. “처음에는 사람이 셋이어야 작동하도록 만들었어요.” 이문경이 말했다. “한 사람의 독단으로 누군가의 대피 기록을 바꾸지 못하게요?” 가은이 물었다. “정확해요. 기상 경보를 보내는 사람과 현장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 그리고 기록의 당사자. 셋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확인하면 보존만 할 수 있었습니다. 취소나 이름 변경은 별도 절차였고요.” 현우는 이름 없는 세 번째 줄을 바라보았다. 주민 대표 대리 접수인이라는 긴 설명 밑에 빈칸이 있었다. 누가 빈칸을 채우려고 했는지 지난 수십 화 동안 충분히 보았다. “그런데 이건 왜 비어 있죠?” “접수인을 못 구해서가 아니에요. 주민 본인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대신 적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으니까요.” 이문경이 오래된 도면을 펼쳤다. 거기에는 세 곳의 연결선이 이어져 있었다. 상류 관측실, 하류 대피소, 서람시 기록 보관실. 선들이 만나는 중앙에는 큰 동그라미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운영 00은 계정 이름이었지, 특정 담당자의 직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끼리는 빈 의자라고 불렀어요. 누군가 결정을 보류했을 때 그 상태를 유지하는 자리.” 주영은 통화로 참여한 채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스무 해 전 사고 하루 전에 접속한 게 말이 되네요. 훈련 때 운영했으니까.” “그건 설명이 되죠.” 이문경이 답했다. “하지만 그날 실제로 누가 마지막 접속을 했는지는 별도 문제입니다. 저는 그날 새벽 연결 상태를 시험했을 뿐이에요.” 그녀는 마지막 장 뒷면을 보여 줬다. '최초 접근 사용자: R-00-17 회선' '진술 주체: 식별 대기' '승인 기능: 없음' 승인 기능이 없는 계정. 그런데 운영 02는 수많은 사람의 승인을 처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가 보호용 빈 의자를 승인용 도장으로 바꿔 버린 셈이었다. 가은은 질문을 바꿨다. “이 장치의 설계자는 누구였습니까?” 이문경이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업체 직원이 한 명 있었어요. 이름은 백도윤. 전산 설계를 담당했죠. 그런데 이 사람은 일찍부터 사고 조사에 나오지 않았어요.” “왜요?” “사고 당일 저녁에 실종됐습니다.” 현우는 펜을 놓쳤다. 바닥에서 굴러간 펜이 책상 아래로 사라졌다. 가은이 몸을 숙이려 하자 그가 먼저 주웠다. 실종이라는 단어에 너무 익숙해졌지만, 그런 단어가 실제 사람에게 닿는 순간의 무게는 매번 달랐다. “사고로 실종된 겁니까?” “그걸 몰라요. 공식 목록에는 없었어요. 가족들은 찾았고, 회사는 출근하지 않았다는 기록만 냈습니다. 나중에는 그 사람이 처음부터 직원이 아니었다는 식의 자료까지 나왔어요.” 백도윤. 현우는 이름을 공책에 적었다. 그의 머릿속에 예전부터 되풀이된 질문이 떠올랐다. 누군가 정말로 지워졌을 때,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남아 있어야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사람 사진이 있습니까?” 이문경이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사진 대신 접힌 도면 한 장이 나왔다. “사진은 없어요. 그런데 그가 자신을 기억할 방법을 남겼습니다. 이름 대신 설계 순번을.” 주영이 도면의 오른쪽을 확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거기에는 복잡한 기호 사이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00이 보호하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이름이 바뀌기 전의 대답.' 그 아래에는 숫자가 아니라 손으로 그린 작은 붉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20년이 지나 색은 갈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현우는 손가락을 뻗었다가 멈췄다. 그가 보는 붉은 글자와 도면 위 잉크는 달랐다. 전자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고 후자는 모두가 볼 수 있는 물감이었다. 둘을 하나로 취급하는 순간 또 다른 오류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 동그라미는 무슨 뜻입니까?” 이문경은 잠시 망설였다. “그날 백도윤이 이상한 말을 했어요. 시간이 끝나기 전에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부르면, 남겨 놓을 수 있다고.” 가은이 현우를 보았다. 현우는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의 의미를 아십니까?” “몰랐습니다. 그때는 그냥 엔지니어가 비유로 말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며칠 뒤 사고 기록을 열람했을 때, 몇 명의 이름이 정말로 명단에서 빠져 있었어요.” 창문에 바람이 부딪쳤다. 이문경은 마지막 장을 도로 접지 않았다. “도윤 씨는 그날이 오기 전부터 그 이름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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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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