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하 수문으로 가는 길은 좁았다. 오전 일곱 시, 강 위로 안개가 흩어지고 있었다. 물가의 갈대는 물살이 아니라 바람 쪽으로 기울었다.
현우는 차창 밖을 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기록관에서 보낸 접속 로그 보존 신청은 접수됐지만, 실제 시스템 잠금은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부서 간 공문이 오가는 동안에도 붉은 숫자는 줄어들었다.
“시설 안에는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가 물었다.
“관리자 입회하에 장비 외관만 확인할 수 있어요.” 가은이 운전대를 잡은 채 대답했다. “장비를 가져오거나 전원을 넣는 건 승인 없이는 안 됩니다.”
“알아요. 예고가 보인다고 규칙을 건너뛸 수는 없으니까.”
“그 말, 제가 한 번쯤은 안 해도 됐으면 좋겠네요.”
현우는 웃었다. 가은이 그렇게 말할 때면 일이 잘못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지는 듯했다.
정문에는 자물쇠 두 개가 걸려 있었다. 북하 수문 관리팀장과 전산 시설 담당자가 함께 열쇠를 가져왔다. 그들은 현우가 형사도 기술자도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한동안 망설였다. 가은은 민원 제기인으로서 입회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했고, 현우는 선을 넘지 않겠다는 확인서에 서명했다.
통신실 안에는 오래된 습기 냄새가 났다. 벽에 붙은 지도는 지금보다 강의 굽이가 하나 더 있었다. 노란 스티커에는 '모의 훈련용 회선'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장비는 대부분 철거됐지만 한쪽에 케이블 끝이 투명한 봉투로 묶여 있었다.
채림은 감식 장비 대신 사진기를 들었다. “저 봉투 날짜를 보세요. 장비를 철거한 날보다 삼 년 늦어요.”
“왜 철거하고 나서 봉인했을까요?” 현우가 물었다.
관리팀장은 기록을 확인했다. “시설을 닫은 뒤 다른 기관에서 자료 회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가져갈 장비가 없어서 연결부만 봉인했다네요.”
주영이 전화로 설명했다. “R-00-17은 단말기가 아니라 회선 번호였어요. 접속한 장비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선 중계만 했을 거예요.”
그 말에 현우는 조금 허탈했다. 붉은 예고에 쫓겨 한 시간이나 달려왔는데, 찾아낸 것은 빈방과 케이블뿐이었다. 그러나 유리창 아래 붙어 있던 작은 기록판을 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경보 수신 시험 04:50 / 장비 정상]
[주민 대피 안내 사전 송출 05:40 / 대기]
현우가 주영에게 사진을 보냈다.
“ORIGIN_00 접속이 다섯 시 사십일 분이었죠. 사전 송출 시험과 일 분 차이네요.”
“사전 훈련용 접근일 수 있어요. 사고를 예지한 증거는 아닙니다.”
시설 담당자가 낡은 바인더를 꺼냈다. 스무 해 전 경보 시험 목록이었다. 시험 결과를 보고하는 칸에 같은 서명이 반복됐다. '이문경.'
바인더 마지막에는 손으로 적은 메모가 있었다.
'시험 송출은 경보 발령과 다름. 현장 판단 및 주민 의사 기록 별도 보존.'
현우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기록을 보존한다는 말이 있었다. 열 번째 보호 요청보다 먼저, 같은 문장이 여기서 사용되고 있었다.
밖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관리팀장이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밖에 차 한 대가 왔습니다. 이문경 기사님이요. 연락을 받고 오셨어요.”
이문경은 회색 점퍼를 입은 여성이었다. 머리는 희게 세었지만 걸음은 빨랐다. 그녀는 현우가 든 접속 기록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이걸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서람시 제0기록실의 옛 파일에서요.”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채림이 기록판을 가리키며 경보 시험에 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문경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스무 해 전, 저희가 시험한 건 대피를 명령하는 기계가 아니었어요. 대피 안내가 나간 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 말을 지우지 않고 남기는 장치였죠.”
“그게 운영 00입니까?” 현우가 물었다.
“그 이름을 아직 쓰나요?”
“운영 02는 씁니다.”
이문경은 씁쓸하게 웃었다.
“02를 운영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잘못됐어요. 그건 원래 사람 계정이 아니었는데.”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현우의 시야에 남아 있던 숫자가 흔들렸다. 11시간 38분. 이문경의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그녀가 손에 쥔 바인더 제목 위로 붉은 글자가 나타났다.
[00의 첫 사용자 진술 / 회수 예정]
이문경은 현우의 시선을 따라 바인더를 내려다봤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을 봐야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원본이 왜 서람시가 아니라 여기서 시작됐는지 적혀 있어요.”
제15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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