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요청의 수신인은 장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없어서 이상했다. 이제 현우는 누군가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서랍 속 편지와 달리, 이 문서는 누가 돌아와서 읽을지 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림은 밤새 보존된 페이지를 순서대로 펼쳤다. 안쪽에 겹쳐 있던 문장은 한 줄이 더 이어졌다.
'수신인은 미래의 당사자. 그때 확인이 어려우면 관련 기록을 열람하려는 사람에게 보류 사실을 먼저 고지할 것.'
“결국 편지의 주인은 그 아이군요.” 하린이 말했다.
“정확히는 그때 대답을 기다리던 당사자예요.” 가은이 고쳐 말했다. “우리는 현재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선택도 알고 있죠. 이 문서 때문에 다시 그 사람의 이름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유정안은 마지막 장을 보며 눈가를 문질렀다.
“제가 이런 문장을 적어 놓고도 잊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했던 일을 인정하는 것도 증언이에요.” 가은이 말했다. “여기 적힌 것과 선생님 기억을 구별해 남기면 됩니다.”
정오를 두 시간 앞둔 시각, 열두 지역 중 일곱 곳이 원본 대조가 완료될 때까지 '거부→승인' 변경을 보류하겠다고 통지했다. 세 곳은 해당 항목 자체가 없다고 확인했고, 두 곳은 아직 확인 중이었다. 숫자는 하나로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이 요구한 '전 지역 같은 답'은 실제 기록 상태를 설명할 수 없는 형식이었다.
주영은 그 자료를 모아 감사 요청에 첨부했다. 원본 요청이 실재했고, 그것을 반려할 적법한 승인자의 흔적은 없었으며, 다음 날 생성된 사본에서 문장의 의미가 뒤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자동 정정 작업이 진행되면 진술의 보류와 거부가 허위 승인으로 바뀔 우려가 있으므로, 문제 항목을 분리해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오전 열한 시 사십 분, 지역 기록관과 운영 부서의 공동 점검 회의가 열렸다. 주영은 단말기 앞에 앉아 상태 변화를 기다렸다. 현우는 누구에게도 본인이 붉은 글씨를 본다고 강변하지 않았다. 초조해하는 자신을 위해, 가은이 손바닥 위에 작은 종이배 하나를 올려 줬다.
“하린이가 접었어요. 가만히 손에 쥐고 있으래요.”
현우는 웃었다. 종이배의 접힌 선 하나가 비뚤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완벽하게 맞지 않아도 배는 배였다.
회의 결과는 대단한 선언이 아니었다. '제0기록실 10번 요청에 대한 원본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관련 자동 효력 변경 보류.' 원본 문서와 전산 변환본은 각각 보존하고, 조사 중인 주민의 기존 서비스 이용에 불필요한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오전 열한 시 오십구 분, 현우의 눈에 숫자가 나타났다.
[00:00:09]
그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아홉, 여덟, 일곱. 숫자는 누구의 머리 위가 아니라 장부 위에 있었다. 문서가 없어질지, 자신의 능력이 무엇을 경고한 것인지도 아직 알지 못했다.
[00:00:03]
채림이 확인서를 출력했다. 원본의 보존 번호와 사본의 별도 번호가 각각 찍혔다. 두 개의 기록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었다.
[00:00:01]
붉은 글씨가 꺼졌다.
기록관의 종이는 그대로였다. 불도 꺼지지 않았다. 대신 주영의 화면에서 일괄 효력 변경 예약이 '보류'로 바뀌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끝났어요?” 정안이 물었다.
가은은 서류를 그에게 보여 줬다.
“오늘 예정된 변경은 멈췄습니다. 다만 누가 원래 문장을 바꾸었는지, 왜 그걸 열두 지역에 적용했는지는 여전히 조사해야 합니다.”
정안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면 오늘은 괜찮겠습니다.”
***
오후에 오선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원 예약 확인 문자가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도착했고, 보호자 항목에는 그녀가 직접 지정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선희는 아직 공식 정정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제가 아니라고 했던 게 아니라고 남았대요.”
그 말은 현우에게 단순한 승리 선언보다 오래 남았다. 시스템이 바뀌더라도 모든 사람의 삶이 한순간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잘못된 기록에 붙들린 한 사람이 오늘 할 수 있는 선택을 다시 얻은 것은 분명했다.
가은은 가은대로 접수된 감사 요청의 처리 번호를 확인하고 있었다. 기록 보존과 행정상 판단은 다른 일이었다. 그녀는 자동 보류가 유지되는 기간과 재검토 담당자를 별도로 적었다. 한 번 막았다는 안도 때문에 다음 사람의 문제가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저녁 현우는 집 앞 문방구에서 빈 공책을 샀다. 첫 페이지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라는 두 칸을 그렸다. 아는 것에는 스무 해 전 열 번째 보호 요청이 있었고, 그 요청은 기다리는 아이를 대신 결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고 적었다. 모르는 것에는 운영 02가 원본을 바꿔야 했던 이유, 제0기록실의 진짜 관리자, 그리고 문서 위에까지 나타나기 시작한 붉은 예고를 적었다.
하린이 문방구에서 산 연필을 굴렸다.
“전에 네가 이름을 보면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잖아.”
“지금도 구하고 싶어.”
“그런데 오늘은 이름을 안 봐도 뭔가를 지켰네.”
현우는 공책 한가운데 빈칸을 남겼다. 이제 그는 모든 빈칸을 즉시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걸 배울 때까지 많은 이름이 위험에 놓였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 주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기록실 단말기의 오래된 백업에서, 삭제된 줄 알았던 설정 파일 하나가 복원됐다는 내용이었다.
파일명은 짧았다.
[ORIGIN_00]
안에는 열두 지역의 이름이 없었다. 대신 제0기록실의 첫 화면을 구성하던 문장 한 줄이 남아 있었다.
'목적: 사라질 사람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서는 안 될 기록을 찾아 보호한다.'
현우는 그 문장을 읽었다. 그가 처음 보았던 붉은 이름과 지금 보는 붉은 문서 사이에, 오랫동안 잘못 이어진 길 하나가 있는 것 같았다.
메시지는 끝이 아니었다. 그 아래 로그가 한 줄 더 있었다.
[최초 접근 기록 / 사용자: 운영 00 / 접속 장소: 서람시 외부]
시간은 스무 해 전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있었다고?” 현우가 중얼거렸다.
그는 공책을 덮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찾으러 가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사라지기 전에 미리 준비한 이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알아야 했다.
공책의 마지막 빈칸 위로, 아주 잠깐 붉은 글씨가 스쳤다.
[다음 열람 대상: 운영 00]
현우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숫자는 없었다. 아직은.
하지만 그는 이제 그 예고가 시작되기 전에 물어야 할 질문을 알고 있었다.
제15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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