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이 가져온 두 열쇠 중 하나는 제0기록실 13번 대기함의 측면 열쇠 구멍에 맞았다. 다른 열쇠는 벽장 뒤에 있는 좁은 철제 함의 자물쇠와 맞았다.
채림은 정안의 입회 아래 상태를 촬영하고, 봉인이 이미 훼손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함을 열었다. 안에는 얇은 장부 한 권과 탄소 복사지가 들어 있었다. 겉에는 '제0기록실 야간 보류 접수'라고 적혀 있었다.
장부의 첫 페이지는 낮의 문서와 같았다. 다만 열 번째 요청을 적은 다음 페이지에는 날짜가 하루 늦게 찍혀 있었다.
현우는 그 날짜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같은 요청을 왜 다음 날 다시 접수했을까요?”
“다른 사람이 받았을 수도 있죠.” 가은이 말했다.
주영은 장부의 날짜와 정안의 당직표를 대조했다. 열 번째 요청이 처음 들어온 밤, 정안은 야간 보조원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다른 직원이 인수인계 장부를 받았다. 두 기록은 같은 사건을 이어 적은 것이지 서로 다른 신청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장 끝이 달랐다.
첫날: '대상자의 의사 확인 전까지 보호 보류 유지.'
다음 날: '당사자 부재 시 지정인이 최종 보호 결정을 대신할 수 있음.'
“같은 문장이 아닌데요.” 현우가 말했다.
정안은 눈을 감았다.
“그날 아침, 저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밤새 일해서 쉬라는 말을 들었어요. 돌아왔을 땐 이미 양식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가은은 두 문서의 작성 시각과 필체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별도로 요청했다. 정안이 기억한다고 해서 그가 모든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본 생성일이 원본보다 하루 늦다는 사실은 물증으로 남았다.
그때 주영이 회수팀의 지시서를 확대했다.
“운영 02가 서명을 요구했던 이유를 찾았어요. 이 전산 시스템은 접수인이 승인자와 동일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최초 접수인 유정안을 승인자로 옮겨 버린 거죠. 그런데 본인은 서명한 적이 없으니까 현재 기록의 근거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와서 사인을 받으려 한 거군요.”
“네. 늦은 서명이라도 받으면 과거의 누락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채림은 다음 날 만들어진 장부의 제본 흔적을 살폈다. 전날 문서를 베껴 적은 뒤 맨 끝 한 장을 끼워 넣은 흔적이 있었다. 날짜 표시는 잉크가 다르게 번졌다. 정안은 그 페이지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오래된 종이 한 장이 지나간 근무 시간을 뒤흔들고 있었다.
가은이 옆에서 물었다.
“책임자를 찾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한 장만으로 누가 문구를 바꿨는지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록 제작 단계가 다르다는 것부터 공식적으로 남길 겁니다.”
“그래야죠.” 정안이 말했다. “저도 그날의 모든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말이 아닌 문장이 사람을 움직였다는 건 분명합니다.”
정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제가 그 종이에 서명하면 아이의 선택이 사라지는 겁니까?”
가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명 하나로 과거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잘못된 전산 기록을 정당화하는 자료로 쓰일 위험이 있어요. 어떤 문서인지 확실히 이해하기 전에는 서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우는 정안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스무 해 전 야간 접수인의 역할은 요청을 받아 적는 것이었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문서 가장자리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차기 대조 시 최초 접수인을 최종 승인자로 병합]
그 아래 숫자가 줄었다.
[18:22:11]
현우는 단말기의 예약 목록을 확인했다. 다음 날 정오에 '제0기록실 기록 통합 정정'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 작업이 보류되자 시스템은 다른 경로로 같은 결과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다음 시도가 예약됐어요.”
주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원본과 수정본을 분리하자, 그 차이를 지우려고 다시 연결하는 거예요.”
현우는 두 날짜가 다른 장부를 나란히 보았다. 두 장의 종이는 같은 사람을 가리키지 않았다. 하나에는 요청을 접수한 사람이, 다른 하나에는 누군가가 만들어 낸 승인자가 있었다.
가은이 말했다.
“이번에는 문서를 한 장만 지키면 안 됩니다. 서로 다른 날짜에 서로 다른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켜야 합니다.”
그들은 열두 지역에 정정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같은 답을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 지역이 원본과 전산 변환본의 차이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제14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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