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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45화
PAYLUA ORIGINAL · 제145화

145화. 서명을 받으러 온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310자

오프라인 책장
기록관의 새벽은 밤보다 환했다. 서류 보존실 앞의 형광등이 꺼지지 않았고, 인수인계 서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복도를 오갔다. 오전 다섯 시 십 분, 남색 점퍼를 입었던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이름은 백정훈. 도시통합기록팀 파견 계약직이었다. 그는 가은을 보자 먼저 인계서 대신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제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무슨 서명이죠?” “어제 가져오지 못한 10번 장부가 정상적으로 이관됐다는 확인입니다. 팀장이 오늘 안에 받으라고 했어요.” 가은은 종이를 훑어보았다. 확인서에는 물건을 누가 보관 중인지부터 틀리게 적혀 있었다. 더 이상한 점은 확인서 맨 위에 '기록 열람자 이현우'라고 인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죠?” 현우가 물었다. 백정훈은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보여 줬다. 사내 메신저 화면에 '현장 목격자 서명 필요 / 서명 없으면 일괄 교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 제 서명을 받으면 교정은 멈춥니까?”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지시한 사람이 서면으로 남겼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백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현우의 눈앞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종이 위가 아니라 백정훈의 휴대전화 화면 위였다. [열람자 서명 전환: 승인자 지명] 현우는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이 모든 잘못을 고치는 마법이 될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건의 목격자에서 대리 승인자로 바꿔 넣는다면, 스무 해 전의 일이 그대로 되풀이될 것이다. “제 이름은 사실 확인에만 쓸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을 대신 승인하지 않습니다.” 백정훈이 종이를 구겼다. “그럼 저는 해고될 수도 있어요.” “그건 다른 문제예요.” 가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회사에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그대로 남기세요. 당신이 잘못된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은 사실도요.” 정훈은 한참 서 있다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원본 문서 운반 일을 일주일째 맡고 있었고, 자기 명의의 업무 계정이 아닌 공동 계정으로 접속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늘 여섯 시에 실행되는 작업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저 '오류를 수습하는 일'이라고만 들었다. 가은은 그가 자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무 지시 기록을 보존하고, 변호사나 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정훈이 거부하는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 주영은 정훈이 제시한 이관 확인서의 서식 번호를 보고 놀랐다. “이건 단순한 물품 인계서가 아니에요. 승인 관계를 재설정하는 양식이에요. '열람자' 칸에 서명하면 해당 문서 묶음의 대표 응답자가 되는 구조죠.” 현우는 손에 든 펜을 내려놓았다. 누군가의 손으로 빈칸을 채워야 시스템이 다음 단계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밤새 서명 하나를 구하려 한 것이었다. 정훈은 자신이 받은 지시 중 가장 사소한 것 같았던 문장을 기억해 냈다. '이관 후 보관함을 촬영하지 말 것.' 가은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보고서에 사진을 붙이면, 장부가 어디서 어떻게 발견됐는지 알 수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어요. 그땐 단순히 업무 기밀인 줄 알았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펴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점퍼 주머니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펜이 있었다. 어디든 서명할 수 있는 펜. 단단한 몸통에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었지만, 정훈이 실제로 무엇에 서명하는지 알려 준 사람은 없었다. 가은이 그에게 종이와 시간을 줬다. 정훈은 자신이 직접 들은 말과 추측한 말을 두 칸으로 나누어 적었다. 예전에 현우가 하지 못했던 구분이었다. 오전 다섯 시 사십오 분, 가은은 기록관 책임자와 감사 부서가 참여하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주영은 외부 지역에 자동으로 전파될 수 있는 변경을 우선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 운영 서버를 무단으로 차단할 수는 없었다. 사용자 계정과 정정 서비스까지 모두 멈추면 실제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 “변경의 범위를 좁혀야 해요.” 주영이 말했다. “오늘의 배치 작업 중 원본 대조 효력만 임시 보류하고, 의료·민원 접수는 계속 유지하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백정훈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 팀장이 제게 한 말이 하나 있어요. 열두 지역에는 같은 시각에 같은 답이 와야 한다고요. 한 지역이라도 다른 답이 오면 검증 실패로 표시된대요.” “왜요?” 현우가 물었다. 정훈은 침을 삼켰다. “다른 답이 오면 누군가 원본을 고쳤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복도 끝 전광판이 여섯 시를 가리켰다. 주영의 화면에 열두 개의 작은 네모가 나타났다. 하나씩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서람시의 네모만 회색이었다. 그 아래에는 두 단어가 떴다. [수동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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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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