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팀은 장부를 가져가지 못했다. 가은이 자료의 보존 상태와 이관 문서의 발급 경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시설 책임자도 서명 주체가 불분명한 인계증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그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기록실의 단말기에서는 원본 대조가 계속 예약되어 있었고, 현우의 눈에는 붉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스물네 시간도 안 남았어요.” 그가 말했다.
채림은 장부를 습도 유지 포장재에 넣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전에 원본과 사본의 계보를 확인해야 해요. 누가 어디서 어떤 자료를 옮겼는지 모르면, 가짜를 원본으로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11번과 12번 품목은 각각 갈색 테이프와 방수 봉투였다. 테이프에는 '상담 음성'이라는 글씨가, 방수 봉투에는 '침수 전 복사본'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물에 젖어 붙은 종이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채림은 현장에서 종이를 떼지 않았다. 구청 기록관으로 옮겨 보존 장비 아래에서 상태를 확인했다. 가은은 이송 경위를 기록했고, 주영은 단말기의 거래 기록을 분석할 권한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기록관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은은 녹음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채림이 포장 상자에 봉인 번호를 적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 뒤로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게 된 것은 기억을 잃는 일이 아니었다. 기억을 가졌다면서 남의 이름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일이었다.
현우는 창밖에 흐르는 가로등을 보았다. 한 번씩 빛이 지나갈 때마다 자기 얼굴이 창문에 비쳤다. 예전에는 거울 속 자신의 이름이 붉어지는 것만 무서웠다. 지금은 평범한 서류 한 장 때문에 수십 년의 진술이 한 방향으로만 읽히는 것이 더 두려웠다.
“확실한 것부터 적자고 했죠?” 현우가 말했다.
“네. 우리가 아는 건 문서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부터예요.”
한밤중, 현우와 하린은 기록관 휴게실의 자동판매기 앞에 앉아 있었다. 하린은 종이컵의 따뜻한 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사람들이 왜 자꾸 빈칸을 무서워할까?” 하린이 물었다.
“빈칸이 있으면 일을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럼 모르는 건 모른다고 두면 안 돼?”
현우는 웃으려다 멈췄다. 스무 해 전의 어른들 사이에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보다 서류를 끝내라는 명령이 더 크게 들렸던 모양이다.
새벽 두 시, 채림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장이 분리됐다. 잉크는 흐려졌지만 원본에 없는 항목이 사본에 추가되어 있었다.
원본: '본인 의사 확인 전 보호 보류 유지.'
사본: '본인 의사 확인 불가 시 보호 대체 승인.'
“'전'이 '불가 시'가 됐네요.” 현우가 말했다.
“네.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승인 근거처럼 취급됐을 겁니다.” 채림이 말했다.
그녀는 종이 하단을 확대했다. 작은 점 세 개가 세로로 찍혀 있었다. 민서가 남쪽 진료소의 수첩에서 보았던 종이배 옆 표시와 같았다.
가은은 수첩 사본을 불러와 비교했다. 세 점의 간격도 비슷했다. 그것만으로 같은 사람이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두 문서가 하나의 배포 묶음이었을 가능성은 생겼다.
테이프 음성은 생각보다 짧았다. 빗소리 뒤에 어떤 남자가 말했다.
“기다리겠다는 요청은 접수했다. 하지만 규정상 오늘 밤 안에 인계 결과를 적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결과를 못 적는다고 아이의 답을 바꾸면 안 됩니다.”
그 대답은 낯설지 않았다. 가은은 마른 입술을 적셨다.
“어디서 들은 것 같아요.”
“마지막 탑승자요?” 현우가 물었다.
“비슷하지만 아직 단정할 수 없어요.”
음성은 거기서 끊겼다. 테이프의 물리적인 길이는 더 남아 있었는데, 다음 구간은 전부 무음이었다.
주영이 파일 파형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삭제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채널에만 녹음된 것 같아요.”
두 번째 트랙을 열자 아주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이가 접히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
“돌아와서 읽는 사람이 있으면요, 그 사람이 결정해 줘도 돼요?”
여자가 답했다.
“아니. 그 사람은 네 말을 남겨 줄 수 있어. 대신 결정할 수는 없어.”
현우는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스무 해 동안 열 번째 요청을 둘러싼 모든 싸움은 바로 그 차이에서 시작됐다.
그때 주영의 컴퓨터에 새 알림이 나타났다.
[제0기록실 / 일괄 효력 중지 작업 조기 실행 요청]
예정 시각은 자정이 아니었다.
오전 여섯 시. 불과 네 시간 뒤였다.
제1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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