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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143화. 열 번째 요청의 첫 문장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119자

오프라인 책장
단말기 화면에 뜬 문장은 네 줄뿐이었다. [이관 신청 확인] [보호 요청 10 / 상태: 반려] [원본 대조 예약: 익일 00:00] [현장 열람 종료 권고] 화면 아래에는 물리적인 키보드가 붙어 있었지만, 아무도 만지지 않았다. 채림은 전원 연결 상태와 케이블 위치부터 촬영했다. “이건 원격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여기에서 잘못 조작하면 누군가 내용을 바꾸고도 우리가 바꾼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은은 시설 관리 책임자에게 네트워크 관리 기록을 보존하도록 요청했다. 현우가 보고 싶은 것은 그보다 아래 선반, 10번 접수 장부였다. 장부의 첫 페이지에는 스무 해 전 날짜가 있었다. 흙탕물이 들이친 밤, 임시 대피소에 접수된 요청 아홉 건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첫 번째부터 아홉 번째까지의 이름은 대부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려져 있었다. 열 번째 칸만 유독 넓었다. '보호 요청 10: 당사자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이름을 부여하지 말 것.' 그 아래 또 한 줄. '침묵은 승인이 아니다. 기다리겠다는 말도 의사 표시다.' 민서가 13번 의자 옆에 적혀 있던 글씨를 떠올렸다. “그 아이가 남긴 건가요?” “지금은 알 수 없어요.” 가은이 대답했다. “장부에 접수자와 요청자가 따로 적혀 있을 수도 있고요.” 채림은 장부를 보존 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페이지를 넘기자 희미한 눌림 자국이 드러났다. 잉크는 없는데 종이만 움푹 패인 자리였다. 누군가 열 번째 요청을 접수하면서 뒤에 한 문장을 더 적었던 것 같았다. “복원하려면 전문 장비가 필요하겠어요.” 채림이 말했다. “지금 연필로 문지르면 오히려 자료를 망가뜨립니다.” 현우는 페이지 위에서 또 다른 붉은 문장을 봤다. [열 번째 요청: 효력 중지 대기] 그는 가은에게 보이는 그대로 읽어 줬다. 그녀는 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효력이 중지된다는 건 어떤 의미죠?” 주영이 전화로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보호 보류'와 '자료 미확정'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원본을 참조하는 규칙이 사라지면 열두 지역에서 나중에 정정한 사람들까지 과거의 대리 승인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전부 지워진다는 말이에요?” 하린이 물었다. “아뇨. 지금 확인된 건 자동으로 잘못된 신원 연결을 다시 적용할 위험이에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개별 자료를 봐야 해요.” 현우는 그 차이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에게 겁을 주는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왔지만, 사실을 바로잡는 데에는 한 글자도 조심해야 했다. 그때 방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시설 관리 책임자가 사다리를 들고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남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도시통합기록팀에서 나왔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오늘 발견된 자료는 저희가 즉시 회수하겠습니다.”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도 상자 쪽을 보지 않았다. 사람의 얼굴도 오래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단말기 상태와 장부의 두께를 눈으로 확인했다. 처음 온 장소가 아니라 미리 보고받은 장소를 점검하는 사람 같았다. “이관 목적부터 설명해 주세요.” 채림이 말했다. “보존 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종이를 그냥 이동시키면 기록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어요.” “우리 쪽에는 스캔본이 있습니다.” “스캔본과 원본은 같지 않습니다. 스캔 과정에서 빠진 문장이 있는지 우리가 지금 확인 중이거든요.” 남자는 처음으로 눈길을 돌렸다. 현우는 그 순간 이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빈칸보다 두 문서의 차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었다. 가은은 그에게 공문을 요구했다. 남자는 태블릿을 꺼내 보였다. 문서에는 이관 품목이 '10번 장부 외 일괄'로 적혀 있었고, 서명권자는 '운영 02'였다. 가은의 표정이 굳었다. “원본 보존 절차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남자는 손가락을 모아 쥐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10번 요청은 반려됐어요.” “누가 반려했습니까?” “전산상 승인자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겁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현우는 그제야 장부의 빈칸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았다. 열 번째 요청에는 분명히 문장이 있었다. 없었던 것은 요청자의 의사가 아니라, 그것을 반려했다고 말할 사람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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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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