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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141화. 문서 위의 붉은 이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017자

오프라인 책장
서람시 북쪽에는 길이 두 번 끊기는 골목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래된 철길 앞에서, 두 번째는 행정구역 표지판 뒤에서였다. 지도 앱은 그 골목 끝을 공터라고 표시했다. 현우는 주영이 보내 준 스무 해 전의 지적도에서 같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공터라는 글씨 밑에 희미한 사각형이 있었다. “제0기록실.” 말을 소리 내자 문서의 오른쪽 아래가 붉어졌다. 그때처럼 눈꺼풀 안쪽에만 떠오르는 글씨였다. 현우는 화면을 껐다 켰다. 붉은 줄은 사라졌지만, 검은 잉크로 인쇄된 주소는 그대로였다. 가은은 현우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는 것을 봤다. “무엇이 보였어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문장에요. '원본 열람 불가'라는 글씨 위로요.” “시간도 보였어요?” “잠깐. 마흔여덟… 그다음은 못 읽었어요.” 가은은 메모를 남겼다. 현우가 보는 글씨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건을 조사할 때마다 그녀는 현우의 감각을 단서로는 사용했지만 증거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영이 보낸 두 번째 파일은 구청에서 폐기 직전에 촬영한 문서 목록이었다. 제목은 '제0기록실 이전 예정 품목'. 내용은 기묘했다. 건물 번호도 소유 기관도 비어 있었는데, 매년 같은 날 정기 점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기관을 누가 스무 번 점검한 거죠?” 현우가 물었다. “점검한 건 장소가 아닐 수도 있어요.” 주영이 화상 통화에서 말했다. “여기 담당자 칸을 보세요. 성명이 전부 같은 기호예요. 동그라미 둘.” 점검 목록을 훑던 주영이 한 가지를 더 찾아냈다. 스무 해 전부터 최근까지 담당자 서명 필체가 매년 다른데도, 인수인계 번호만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다음 사람에게 넘겨야 할 물건이라고 믿었던 셈이었다. 가은이 말했다. “실무자가 자기 이름으로 확인한 것과, 시스템이 같은 코드로 묶은 건 분리해야 합니다. 이 목록 자체를 거짓이라고 볼 이유는 없어요.” 현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은 붉은 이름을 볼 때마다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사람을 지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분명한 규칙이 시키는 작은 일을 수행했다. 그 작은 일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삭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날 오후, 현우와 가은은 북쪽 골목을 찾아갔다. 담벼락에는 물높이를 나타내는 흰 줄이 남아 있었다. 이 구역은 스무 해 전 홍수 때 급수 시설과 기록 보관 시설을 함께 운영한 장소였다. 지금은 작은 빗물 펌프장이었다. 관리인은 방문 목적을 듣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공문 없이는 지하에 못 내려갑니다. 그리고 기록실이라는 건 처음 듣습니다.” 가은이 신분증을 내밀었지만, 출입 절차를 건너뛰지는 않았다. 그녀는 구청 시설 관리과로 연결해 과거 시설 배치도를 요청했다. 관리인은 열쇠를 돌리는 대신 낡은 기계실 도면을 꺼내 주었다. 도면에는 펌프 두 대와 비상 발전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하 계단 끝, 두꺼운 벽 너머에 가로세로 한 칸짜리 빈 공간이 남았다. “저 벽 뒤는 뭔가요?” 관리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벽 뒤요? 거긴 벽입니다.” 현우는 문서 목록을 다시 펼쳤다. 목록의 첫 줄 위에 붉은 글씨가 번졌다. [원본 소급 정리 예정 / 47:59:58] 이번에는 분명했다.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사람의 생명을 세던 능력이, 누군가의 기록이 사라질 때까지 남은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그 순간 관리인의 무전기에서 짧은 호출음이 울렸다. “금일 야간, 제0시설 보존물품 전량 전산 대조 예정. 현장 접근 통제 바랍니다.” 가은이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관리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은 기록실을 모른다고 말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무전기에서는 분명히 제0시설이라고 불렀다. 골목을 나서며 현우는 도면의 빈 공간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들은 벽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누가 벽을 열지 못하게 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종이 위 붉은 숫자는 그가 화면을 닫은 뒤에도 눈앞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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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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