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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38화
PAYLUA ORIGINAL · 제138화

138화. 모두가 아닌 한 사람의 증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16자

오프라인 책장
카메라 속 젊은 여자의 이름은 명부에 없었다. 가은은 사진을 근거로 인물을 단정하지 않았다. 선희가 기억하는 얼굴과 스무 해 전의 흐릿한 영상이 같은 사람인지 판단하려면 더 많은 확인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그 여자 본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당시 이동 진료 지원반에서 행정 일을 맡았던 은퇴자의 연락이 왔다. 그가 보내온 자료에는 협력 상담 인력의 일일 근무표가 있었다. 촬영된 여자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없었다. 다만 한 자리가 반복해서 비어 있었다. '파견 상담 인력 1 / 임시 번호 00 / 실명 미기재.' 그 밑에 정정 요청이 한 번 접수돼 있었다. '실명 비공개 요청은 근무 사실의 삭제 요청이 아님.' 현우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왜 그때는 아무도 이걸 못 본 거죠?” “본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 남기려 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거겠죠.” 가은이 말했다. 은퇴자는 당시 기밀로 분류된 상담 내용은 자신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지원반의 한 상담사가 아이에게 직접 답할 기회를 주려고 했고, 다른 직원들과 크게 다툰 뒤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았다는 기억은 있었다. “상담사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때 제가 이름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내일도 여기 올 수 있는지부터 묻더군요. 아이가 내일도 기다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요. 그게 기억나요.” “그 사람의 행방은 모릅니까?” “모릅니다. 일당 지급 영수증은 다른 이름으로 처리됐어요. 오래된 개인 사정을 함부로 파헤치지는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가은은 그 부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개 범위를 설명한 뒤,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통로만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선희의 기록 문제는 긴급 정정 절차에서 중요한 단계에 도달했다. 출생 기록과 과거 주민등록 원장, 직장 재직 증명, 최근 의료 이용 기록이 서로 일관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동 대조 결과만으로 당사자 본인 확인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임시 안내가 관련 기관에 전달됐다. 선희는 병원 창구에서 직접 약을 받았다. 서류를 건네받는 손이 떨렸다. “이렇게 평범한 걸 다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현우는 숫자를 확인했다. [오선희 / 02:17:09] 붉은 글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다 해결된 건 아닌가 봅니다.” “뭘 더 해야 하는데요?” 선희가 물었다. 가은이 대답했다. “당장 생활을 막는 오류는 바로잡았어요. 하지만 서명 기록이 잘못 연결된 문제를 아직 원본과 분리하지 못했죠. 선희 씨가 동의하지 않은 일을 동의한 것으로 남겨 두면 언제든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그날 늦은 밤 주영은 원본 표와 전산 변환본을 비교한 결과를 보내 왔다. 구형 인계 양식에는 대리 서명자의 이름을 쓰는 칸이 없었다. 원래 표에 있던 것은 '서명 거부 확인자'라는 항목이었다. '오선희 / 대리 서명 거부를 확인함.' 전산화 과정에서 그 문장은 '오선희 / 대리 서명 완료'로 바뀌었다. 거부라는 두 글자가 빠지면서 선희는 자신이 반대했던 일의 승인자가 되었다. “이게 원인이었군요.” 현우가 말했다. “원인 중 하나죠.” 주영이 대답했다. “다만 처음 그 항목을 지운 이유는 아직 몰라요.” 가은은 기록의 차이를 공식 수정 요청서에 첨부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의 서명을 승인으로 쓰지 말 것. 정정 전후의 원자료를 보존할 것. 그리고 잘못된 대조 결과가 다른 사람의 신원까지 바꾸지 못하도록 연결을 분리할 것. 시계가 자정을 가리킬 때 현우는 선희의 얼굴을 다시 봤다. [오선희 / 00:00:11] 숫자가 하나씩 줄었다. 선희는 식탁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얹고 기다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같았지만, 사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기록 하나를 바로잡기 위해 움직였다. [00:00:03]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선희의 이름을 불렀다. “오선희 씨.” “네. 저 여기 있어요.”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붉은 글씨가 사라졌다. 선희의 얼굴이 흐릿해지거나 방이 무너지지 않았다. 대신 가은의 휴대전화로 짧은 처리 알림이 왔다. [대리 서명 원자료 분리 완료 / 외부 신원 연동 일시 중지] 선희는 그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다행이네요.” “끝난 건 아니에요. 정식 정정 결과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은이 말했다. “알아요. 그래도 오늘은 제 이름으로 내일 병원 예약을 할 수 있겠어요.” 현우는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늘 숨 막히는 추격전으로 끝날 필요는 없었다. 때로는 한 사람의 문장이 원래 뜻을 되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구조였다. 그때 주영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실명 미기재 상담사 쪽에서 연락 가능한 방법을 보내 왔습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요. 그때 버스에 남았던 아이의 이름을 먼저 묻지 말아 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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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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