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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열 시 십삼 분의 이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32자

오프라인 책장
선희의 집에 가은과 현우가 도착했을 때, 현관문에는 우편물이 세 통 꽂혀 있었다. 가은이 연락을 시도했지만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주인인 선희가 미리 요청한 방문 시간이었고, 두 사람은 관리인의 입회 아래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안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을 때 현우는 비로소 숨을 쉬었다. 선희가 문을 열었다. 전날과 같은 옷이었지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전화를 못 받았어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제 전화 번호가 다른 사람 것으로 떠요. 발신하려고 하면 가입자를 확인할 수 없다고 나오고요.” 그녀는 거실 서랍에서 낡은 통장을 꺼냈다. 은행 거래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본인 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이름과 출생일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오류가 떴다. 현우는 고개를 들어 숫자를 봤다. [오선희 / 29:42:10] 붉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현상이 단순한 예고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의 조작이 그 시간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고장 난 전산 하나가 사람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어제 왜 열 시 십삼 분에 시계를 멈췄다고 쓰셨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선희는 창문 쪽 의자를 당겼다. 밖에는 해가 잘 들지 않는 골목이 있었다. “그날 진료소엔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왔어요. 입 안이 말라서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고, 몸도 많이 떨었죠. 문 앞에는 노란 비옷이 걸려 있었어요. 저는 아이에게 물을 주고 한참 옆에 앉아 있었어요.” “누가 데려왔습니까?” “차에서 내린 사람이요. 얼굴은 기억 안 나요. 빗물이 흘러서요. 그리고 밖에 운전하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선희는 오래된 접수표의 복사본을 가리켰다. “열 시 십삼 분에 아이가 먼저 말을 했어요. '지금은 아무 이름도 쓰지 말아 주세요. 나중에 내가 고를게요.' 저는 그 말을 '응답' 칸에 적었습니다. 이름을 말했다고 표현한 건 잘못이네요. 정확히는, 언제 이름을 말할지를 스스로 정한 거죠.” 현우는 그녀가 보낸 메일 문장을 떠올렸다. 이름을 말했다고 쓴 진술은 자신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더 중요했다. 누군가가 이름을 선택하기 전에 '고르겠다'고 말할 권리 또한 응답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 말을 오래 기억하셨나요?” “그 아이가 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직원이 그건 의료 지시가 아니라서 기록에 넣을 수 없다고 했어요. '보호자 미지정'을 오류로 보고 외부 인계해야 한다는 거였죠.” “누가요?” “새로 파견된 행정 담당자였습니다. 이름은 몰라요. 명찰에 숫자만 붙어 있었어요. 02라고.” 현우는 가은을 바라봤다. 운영 02. 그러나 같은 숫자가 붙었다고 같은 사람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가은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분의 얼굴이나 소속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얼굴은 흐릿해요. 대신 가져온 서류를 기억해요. 아이를 누군가에게 인계하면 공란을 닫을 수 있다면서, 보호자 서명을 대신 쓰라고 했어요. 제가 거절했죠.” 선희는 서랍에서 얇은 노트를 꺼냈다. 그날 열 시 십삼 분에 적은 기록의 사본이었다. '의사 확인: 대기 원함. 당사자 직접 응답. 대리 지정 불허.' 그리고 오른쪽 여백의 붉은 펜 글씨. '교정 대상 — 응답 양식 부적합.' 현우가 숨을 들이켰다. 그 붉은 글씨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잘못된 분류의 시작이었다. 아이의 말은 있었지만, 시스템은 정해진 보기 안에 없는 응답을 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우는 선희가 펼쳐 놓은 노트의 모서리를 바라봤다. 파란 볼펜으로 적은 날짜 곁에, 아주 작게 그려진 별이 있었다. 선희에게 이유를 묻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날 아이가 종이 가장자리에 별을 하나 그렸어요. 이름 대신요.” 현우는 무슨 모양인지 알고 싶었으나 억지로 종이를 돌리지 않았다. 별은 꼭짓점이 여섯 개였고, 그중 하나가 바깥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고른 모양 하나를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다행스러웠다. 그때 선희의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현관 인터폰 화면에는 배달 기사도 이웃도 없었다. 우편함 위에 작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봉투 앞면에는 현재 이름이 아니라 스무 해 전 선희가 진료소에서 쓰던 임시 근무 번호가 적혀 있었다. '13-3. 회수 시한 종료까지 29시간.' 선희가 봉투를 보며 말했다. “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당시 기록실에 있던 사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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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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