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먼저 내린 아이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87자

오프라인 책장
현우는 민서가 보낸 사진을 세 번 읽었다. '먼저 내린 애가 내 이름을 가져갔어.' 문장이 사실을 말하는지, 오래전 아이가 느낀 두려움을 적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날 차에 아이가 하나만 있었다는 전산 기록과 민서의 기억은 일치하지 않았다. “사진의 글씨가 민서 씨 것일까요?” 주영이 물었다. “본인은 모르겠대요. 언제 썼는지도 기억 안 난다고 했어요.” 가은이 답했다. “그러니까 지문처럼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린은 사진 속 종이배를 바라봤다. “이거 바닥을 접는 방식이 나랑 같아.” “누구나 따라 배울 수도 있어.” 현우가 말했다. “맞아. 그래서 더 찾아보고 싶어. 나만 아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 민서의 기록을 빌미로 여러 사람의 이름을 다시 묶는 일을 피해야 했다. 가은은 조사대상자별로 독립된 파일을 만들고, 공개 동의가 없는 내용은 교차 검색에서도 제외하도록 요청했다. 두 아이의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아이라고 정할 수는 없었다. *** 아침 아홉 시가 되기 오 분 전, 서람시 기록관의 사무용 전화가 울렸다. 안내 음성은 이미 폐지된 이동 접수 창구의 이름을 말했다. “13번 보호 대상의 임시 인계가 시작됩니다. 확인하실 분은 1번을 눌러 주세요.” 담당 직원은 아무 번호도 누르지 않고 통화를 종료했다. 가은은 발신 통신 기록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영은 이 자동 음성이 사람의 동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기관에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건 전화 한 통이 아니에요.” 주영이 말했다. “상대가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의 없음'으로 계산하게 만드는 규칙이죠.” 가은은 운영기관 담당자를 연결했다. 화면을 본 직원은 당황했다. “이게 왜 돌아가죠? 이미 폐기된 코드인데요.” “누가 다시 실행할 수 있습니까?” “예전 시스템을 조회하는 시험 서버가 있어요. 그쪽에서 잘못 복원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하겠습니다.” “시험 서버라면 실사용자 자료를 호출하면 안 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요.” 직원은 즉시 운영 중단과 로그 보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가은은 필요한 범위의 법적 협조 요청을 별도로 진행했다. *** 현우는 민서에게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공포로 바꾸어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가은이 정리한 사실만을 전달했다. 오래된 접수 프로그램이 자동 실행됐으며, 본인의 신원이 변경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민서는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어제 만나고 나서 생각났어요.” “무엇이요?” “버스 안에서 누가 이름을 물었을 때 그 아이가 제 손을 잡았어요. 제 이름을 가져갔다기보다, 제 이름으로 대답하려 했던 것 같아요.” “왜요?” “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노란 비옷을 입은 어른은 아니었어요. 목소리가 달랐어요.” 현우는 숨을 삼켰다. “그 뒤에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먼저 내렸어요. 누군가 저를 데리러 왔거든요. 그런데 차가 떠날 때 그 아이는 내리지 못했어요. 문 쪽 의자에 앉아서 손을 흔들었어요.” “그 의자가 13번이었나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 숫자 13이 보였어요.” 가은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민서의 손끝이 떨리는 걸 보고 질문을 멈췄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기억을 끌어내지 않으셔도 돼요.” “그 아이를 찾으면 전해 주세요.” “무슨 말을요?” 민서가 눈물을 삼켰다. “나는 아직 네 이름을 모른다고. 하지만 네가 거기 있었다는 건 잊지 않았다고.” *** 민서의 통화를 마친 가은은 잠시 사무실을 나와 계단에 앉았다. 업무용 수첩에는 확정된 사실과 보류된 사실이 서로 다른 색으로 적혀 있었다. 확정된 것보다 보류된 것이 훨씬 많았다. 현우가 옆에 앉자 가은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저는 사건이 복잡하면 더 단정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누가 범인인지 먼저 정하면 자료가 거기에 맞춰 들어가 주기를 바라게 되죠.”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잖아요.” “아직 안 한 거예요. 앞으로도 안 하려면 계속 조심해야죠.” 현우는 수첩의 빈칸을 보았다. 처음 이름이 붉게 보였을 때 그는 정답을 이미 아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사라질 사람을 본다는 능력이 그 사람의 삶까지 알려 준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나도 조심할게요.” 가은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 위 창문으로 늦은 햇빛이 조금 들어왔다. 오후, 폐쇄 요청이 접수된 시험 서버에서 마지막 상태 보고가 내려왔다. [임시 인계 보류] [근거: 당사자 확인 실패] 그리고 곧이어 한 줄이 더 나타났다. [미확인 대상의 보호 연장 권한: 운영 02] 현우는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 사람에게 자신의 신원을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구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가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건 프로그램이 대신 고른 이름이 아니에요. 그날 문이 닫힌 뒤에도 버스 안에 남아 있던 사람입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2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2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