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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24화
PAYLUA ORIGINAL · 제124화

124화. 탑승하지 않은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07자

오프라인 책장
열세 해 전이라는 숫자를 듣고 현우는 낮게 숨을 뱉었다. “그 사람을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바꾼 건 사고 직후가 아니군요.” “네. 그때 남긴 서류가 아니라 나중에 고친 자료입니다.” 가은이 답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그 사실까지예요. 실제 인원이 둘이었는지 셋이었는지는 여전히 미확인이고요.” 전산화 사업의 검수 책임자는 오세준이었다. 문제는 이미 지난 사건에서 알았듯 오세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직원이 둘 있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의 기록을 성급하게 합쳐 버린 시스템은 오류를 남겼고, 누가 어떤 문서에 관여했는지도 뿌옇게 만들었다. 주영이 자료를 보며 말했다. “수정자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작업 계정 02-RET입니다. 당시 운영 02와 같은 권한 계열이지만, 같은 사람이 명령했다는 증거는 아니에요.” “그 계정으로 왜 하차 인원을 바꿨죠?” “제일 쉬운 설명은 정산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쉬운 설명이 맞는 건 아니죠.” 가은은 운행 일지의 옛 수기 원본을 다시 보자고 했다. 숫자를 바꾼 이유를 추측하는 대신 기록 사이의 순서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 서람시 재난기록관에는 오래된 종이 자료를 열람하는 작은 방이 있었다. 유리 너머 서고에서 직원들이 장갑을 끼고 상자를 가져왔다. 현우는 하얀 면장갑을 끼는 대신 지정된 받침 위에 손을 올린 채 서류를 기다렸다. 종이가 쉽게 부서지는 상태여서 기록관이 취급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상자 안에는 그날 사용한 접수 수첩 열여섯 권이 들어 있었다. 열두 지역의 공식 장부에서는 보지 못한 손글씨가 여백마다 있었다. '아이가 보호자를 기다림.' '왼쪽 신발 젖음. 여벌 양말 지급.' '주소 두 곳 중 한 곳은 연락 안 됨.' 중요한 것은 사소해 보이는 문장들이었다. 전산화 자료에는 '기록 미확인' 두 글자로 합쳐져 있던 하루가, 종이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찾고 있었다. 하린은 종이 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기가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의 가사처럼,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끌어냈다. “종이배 접는 법, 여기 있어.” 수첩의 구석에 다섯 번 접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마지막 과정에서 아이는 배의 뱃머리에 점 하나를 찍었다. “이 모양으로 접으면 뒤집어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어.” 현우는 하린을 보았다. “누가?” 하린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이 떠오르는 대신 목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모르겠어. 누군가 가르쳐 줬어. 다만 그때 내 이름을 물으면 대답하면 안 된다고 했던 것도 같아.” 가은이 천천히 말했다. “지금 떠오르는 느낌과 그날 실제로 일어난 일은 나눠 두자. 네가 모른다고 말할 권리도 있으니까.”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접는 법이 그려진 종이의 맨 아래를 가리켰다. '누가 먼저 이름을 물어보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다시 물어 주세요.' *** 오후에는 하린이 기록관 뒷마당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다. 현우가 찾아가자 그녀는 손에 쥔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종이배를 접다 실패한 종이였다. “자꾸 끝이 어긋나.”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지.” “그러면 지금 접은 건 없어지잖아.” 현우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서람의 기록이 모두 틀렸다고 해서 처음부터 새 장부를 만드는 편이 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장부에 남아 있던 낙서와 접힌 자국, 누군가의 거절은 어떻게 될까. “그냥 이건 이대로 두자.” 그가 말했다. “실패했는데?” “네가 접었던 기록이잖아.” 하린은 실패한 배를 주머니에 넣고 새 종이를 한 장 꺼냈다. 현우는 그녀가 종이를 다섯 번 접는 동안 기다렸다. 이번에는 대신 접어 주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주영이 문서의 작업 이력을 복원했다. 하차 인원을 수정한 계정은 단독으로 승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반드시 누군가의 검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검수자 란에는 이름이 아니라 '대기 완료'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왜 검수로 처리되죠?” 현우가 물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반론이 접수되지 않으면 승인된 것으로 간주하는 오래된 규칙이 남아 있는 겁니다.” “말하지 않은 사람을 동의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청리 방식과 같네요.” “원리는 비슷해요. 다만 여기서는 누가 타고 내렸는지가 바뀌었습니다.” 그때 가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호출자는 강태석이었다. “생각났습니다. 그날 차량 안에 있던 셋 중 한 사람은 아이도, 보호자도 아니었어요.” “누구였습니까?” “버스에 실려 있던 이동 접수 담당자였죠. 의자가 비었는지 확인해야 해서 잠깐 탔다 내렸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마지막에 내려서야 할 곳에 내리지 않았어요.” “성함을 기억하세요?” “명찰에는 글자가 없었습니다.” 현우는 의자 바닥의 문구를 생각했다. 내가 말하기 전에는 적지 마. 이름을 안 적은 아이가 있었던 게 아니라, 어쩌면 먼저 이름을 가린 어른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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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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