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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돌아갈 집 두 개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65자

오프라인 책장
집이 두 개라는 말에 현우는 먼저 주소를 떠올렸다. 서람에서 청리까지 수많은 신청서를 보며 주소가 곧 사람의 자리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는 상황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린은 다르게 말했다. “집이 두 개면 꼭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해?” “그럴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왜 접수할 때는 하나만 적으라고 했을까.” 가은은 차량 일지의 원본 사진을 받아 확인했다. 서류는 물에 젖었다가 말라 가장자리가 뒤틀려 있었다. '돌아갈 집이 두 개입니다'라는 문장 아래에 당시 담당자가 연필로 표시한 칸이 있었다. [주소 선택 불가 / 본인 진술 유지] “원본 작성자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가은이 말했다. “그런데 전산화된 자료에는 주소 하나만 남았습니다.” “어디 주소요?” “시설로 분류된 곳입니다. 사람이 살던 집이 아니라, 임시 보호를 위해 잠시 사용한 진료소 주소예요.” 현우는 13번 의자 바닥의 글씨를 떠올렸다. 내가 말하기 전에는 적지 마.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문장이었을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돌아갈 곳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 차량의 마지막 운전자로 기록된 사람은 강태석이었다. 사고 직후에는 구호 버스를 몰았고, 지금은 시장 입구에서 작은 수선점을 운영했다. 가은은 연락을 취해 만남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태석은 손가락이 굵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는 운전대를 잡던 버릇인지 테이블 위에서도 손을 둥글게 모았다. “그 의자 기억납니다. 문 앞에 놓으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어요.” “왜 그렇게 놓았나요?” “아이들이 원할 때 내릴 수 있게요. 겁이 나서 접수대에 못 앉는 애들이 있었거든요. 문 근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면 기다리게 해 줬습니다.” “13번에 앉은 아이를 기억하세요?” 태석은 아주 오래 생각했다. “얼굴은 선명하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왔으니까. 그런데 신발은 기억해요. 한쪽에 파란 끈을 달았더군요.” “왜 신발을요?” 하린이 물었다.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그 끈이 바닥에 닿았어요. 사각, 사각. 그 소리가 나면 아직 아이가 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 아이가 내렸나요?” 태석의 입술이 굳었다. “모릅니다.” 현우가 의아해하는 사이 태석이 덧붙였다. “마지막 운행 날 차량 기록에는 두 명이 탔다고 되어 있어요. 제가 분명 뒷거울로 본 건 아이 하나와 보호자 하나였죠. 그런데 내린 사람은 셋이라고 적혔습니다.” “셋이요?” “그 일지 때문에 여러 번 조사받았어요. 사고 뒤 정신이 없어서 잘못 봤다고 했죠. 그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가은은 그에게 억지로 기억을 끄집어내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차량의 시각별 운행 기록, 해당 구간에서 출입을 확인한 다른 자료가 있는지 물었다. 태석은 문득 서랍에서 낡은 열쇠고리를 꺼냈다. “제가 마지막 날 받은 겁니다. 여자애가 갖고 있던 거라면서 직원이 건네줬어요. 나중에 아이를 만나면 돌려주래요.” 작은 알루미늄 고리에는 주소나 이름이 없었다. 대신 집 두 채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하나에는 굴뚝, 다른 하나에는 열린 창문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아이를 찾아 준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가은이 말했다. “알아요. 찾게 되면 이걸 본인에게 보여 주세요. 가져갈지는 아이가 결정하게.” *** 태석은 그들이 가기 전 수선점 문턱까지 따라 나왔다. “이런 얘기는 아무한테나 하지 못했어요. 내가 본 숫자가 잘못됐다고 몇 번이고 설명하고 다녔거든요. 나중에는 내가 정말 틀렸다고 믿는 편이 편했습니다.” 가은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오늘 말씀하신 내용 중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을 거짓말쟁이로 보지는 않아요.” “그럼 내가 본 걸 그대로 적어 줄 수 있어요?” “네. 기억나는 것과 추측하는 것을 구분해서요.” 태석은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문 위의 풍경이 바람에 울렸다. 현우는 손때 묻은 작업대에서 수선 중인 아이 신발 한 켤레를 보았다. 낡은 밑창 옆에 새 파란 끈이 놓여 있었다. 우연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그 끈이 누구의 신발을 다시 묶어 줄지 궁금해졌다. 수선점을 나온 뒤 현우는 창문이 열린 집 그림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하린이 유리 너머로 그를 보았다. “나도 기억 안 나는 게 많아. 그런데 기억 안 난다는 이유로 누가 내 말을 다른 말로 바꾸면 화가 나.” “알아.” “그때 어렸다는 이유로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던 거 아닐까?” 현우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날 밤 가은에게 운행 일지의 두 번째 사본이 도착했다. 서람시 기록관에서 발견한 전산화 직전 서류였다. 첫 번째 사본의 '내린 사람 3'이라는 숫자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 옆에 다른 필체로 수정된 문장이 있었다. '하차 인원 2. 한 명은 탑승한 적 없음.' 가은은 사진을 확대했다. 수정 승인자 이름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수정한 날짜만큼은 선명했다. 사고가 난 날이 아니라, 열세 해 전 전산화 사업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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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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