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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비어 있었다는 증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386자

오프라인 책장
“지난주에 누가 다녀갔다고요?” 가은은 통화 내용을 메모하며 다시 물었다. 보관소 관리인 문재식은 자신이 직접 안내한 손님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여자분이었어요. 마흔쯤? 아니, 더 젊었을 수도 있고. 예전에 접수 차량에서 일했다면서 의자를 물어보더군요.” “신분을 확인하셨습니까?” “방문 대장에 적게 했습니다. 그런데 대장을 보니 이름이 없어요. 날짜만 남아 있고요.” 가은은 현우와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도 이름을 썼는데 지워진 것인지, 처음부터 쓰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감시 카메라는요?” “며칠치 저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제 허락으로 가져갈 수는 없을 거예요. 정식으로 요청해 주세요.” 가은은 곧바로 시설 담당 부서에 보존 협조를 구했다. 화면을 빼내는 대신 원본이 덮어써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보관소는 오래된 산업단지 끝에 있었다. 우중충한 창고 여러 채 사이로 오후 햇빛이 길게 누웠다. 문재식은 잔뜩 휘어진 철제 열쇠로 문을 열어 주었다. “어릴 적 여기 다니던 애들도 저 의자를 좋아했어요. 앉으면 꼭 배를 타는 것 같다고.” 창고 안에는 부서진 안내판과 오래된 구호 물품들이 쌓여 있었다. 그 끝, 천막 아래에 13번 의자가 있었다. 사진보다 작았다. 현우는 다 자란 사람이 앉기에는 무릎이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린이 바닥의 글씨를 보려고 허리를 숙였다. “만져도 돼요?” “아직은 안 돼.” 가은이 말했다. “소유기관 입회하에 상태부터 기록할 거야.” 그들은 의자의 앞면과 뒷면, 나뭇결이 갈라진 자리를 각각 촬영했다. 현우는 의자 밑에 고무줄이 한 줄 감겨 있는 것을 보았다. 오래전 누군가 그곳에 무언가를 끼워 뒀다는 흔적이었다. 재식은 보관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십육 년 됐다고 했다. 그 이전의 일은 선배에게 들은 게 전부였다. “이 의자는 버스 문을 막지 않는 쪽에 두라는 지시가 있었답니다. 그래야 원하면 곧바로 내려올 수 있다고요.” “다른 의자와 달랐군요.” “예. 한때는 여기에도 이름표가 달려 있었답니다. 다만 그 이름표를 떼어 버린 사람이 있었다고 해요.” “누굽니까?” “그걸 모릅니다.” 가은이 오래된 시설 인수대장을 펼쳤다. 물품명에는 '임시 대기 의자'라고만 쓰여 있었다. 그런데 비고란에는 연필로 작게 덧붙인 문장이 있었다. '점유자: 없음. 단, 빈 상태의 확인 불가.' 현우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의자에 사람이 없는데 빈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하린이 말했다. “있었는데 남들이 못 봤을 수도 있겠지.” 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 사람이 있었다고 꾸며 냈을 수도 있지. 둘 다 열어 두자.” *** 보관소를 나서기 직전 하린은 창고 입구에 놓인 어린이용 우비를 발견했다. 오래된 행사 물품인지 소매가 여러 번 꿰매져 있었다. 노란색이었다. “이런 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대.” 재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구호 물품은 대부분 같은 색이었어요. 노란 우비만 보고 사람을 구분할 순 없습니다.” 하린이 우비의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천이 얇아 자꾸 벌어졌다. 작은 손이면 무언가를 넣었다 잃어버리기 쉬웠을 것 같았다. 현우는 예전에 사라지는 사람을 처음 구하려고 했을 때를 떠올렸다. 낯선 사람을 붙잡기 위해 달려갔고, 상대가 도망치면 무조건 위험을 모르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창고의 의자와 우비는 알려 주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원치 않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저 의자에 앉아 기다린 게 아니라,” 하린이 중얼거렸다.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갔던 거라면?” 현우는 당장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질문도 기록해 두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식당에 들렀다. 현우는 국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보관소에 다녀온 뒤로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 자신이 보지 않아도 좋은 정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종종 두려웠다. 가은이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보관소 방문자가 찍힌 화면을 확인했어요. 영상 공개는 제한돼 있으니 여기서 보여 줄 수는 없지만, 담당자가 외형을 설명해 줬습니다. 검은 우산을 들고, 왼손에 장갑을 낀 여자였대요.” 하린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회색 우산을 든 여자가 있었잖아. 전에.” “같은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 현우가 말했다. 가은은 이 말에 작게 웃었다. 얼마 전의 현우였다면 지금 당장 같다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그때 보관소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재식은 서류 한 장을 더 찾았다며 숨 가쁘게 말했다. “예전 차량 일지에 이런 게 있습니다. 의자에 처음 앉았던 사람의 이름은 없고, 그 아이가 직접 고른 말만 적혀 있어요.” “뭐라고요?” 재식이 천천히 읽었다. “'저는 돌아갈 집이 두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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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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