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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열세 번째 의자의 주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36자

오프라인 책장
버스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현우는 방금 받은 문자를 다시 읽었다. '당신이 찾는 13번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 밑의 문장은 더 불편했다. '하지만 13번 자리에 앉았던 아이는 아직 이름을 기다립니다.' 정작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번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발신 정보를 보여 주는 자리가 문장 하나만큼 비어 있었다. 청리군에서 여러 번 보았던 회색 띠와는 달랐다. 사진을 찍으면 남는 흔적조차 희미했다. 현우는 하린을 깨우지 않고 문자 수신 시각을 종이에 적었다. 화면 속 글자가 사라져도 이 시각만은 남겨 두고 싶었다. 옆자리에서 하린이 눈을 떴다. “누가 보낸 거야?” “모르겠어.”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 또 혼자 짐작해서 쫓아가면 안 돼.” “그래.” 하린은 다시 눈을 감지 않았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의자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기다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왜?” “나도 그랬잖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리는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내가 누구인지 물어봐 주기를 기다린 거지.” 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린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두 개의 출석부를 찾아다니던 동안, 자신이 몇 번이나 그 아이의 답을 먼저 정해 놓았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 서람에 돌아온 다음 날, 가은은 20년 전 이동 접수 시설의 배치도를 가져왔다. 수문 대피소와 학교 강당, 임시 진료실 사이를 오간 버스 세 대의 운행 기록이었다. 두 대는 명확하게 추적됐지만 한 대의 차량 번호가 검게 지워져 있었다. “13번 의자는 이 차에 실려 있었어요.” 가은이 확대해 보여 준 사진에서 접이식 의자는 버스 출입문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등받이에는 흰 페인트로 숫자가 쓰여 있었지만, 좌석마다 붙어 있는 대기 번호표는 아니었다. 다른 의자들은 접수대 앞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놓였다. 13번만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왜 저기만 따로 있었죠?” 현우가 물었다. “당시 시설운영표에는 '기록 미확인 대기'라고 적혀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이 무슨 절차였는지는 없고요.” 하린은 화면을 보다 말고 손가락으로 의자 아래를 가리켰다. “저건 종이배 아니야?” 의자 다리 사이에 흰 삼각형이 보였다. 현우가 늘 가지고 다니는 종이배와 모양이 비슷했다. 확대하자 뾰족한 끝에 작은 파란 점이 드러났다. “파란 잉크.” 현우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보이지만 사진만으로는 확인 못 해요.” 가은이 말했다. “실물부터 찾죠.” 운행 기록을 뒤진 결과 차량은 사고 한 달 뒤 지역 재난물품 보관소로 넘겨졌다. 그 뒤로 소유권 이전이 두 번 있었다. 차량은 폐차됐다는 기록이 없었다. 자료를 살피는 사이 휴대전화에는 온갖 소식이 쌓였다. 어떤 기자는 열세 번째 생존자가 나타났다는 제목을 이미 만들어 두고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어떤 익명 계정은 '13번이 바로 하린'이라고 주장했다. 가은은 어느 쪽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퍼지면 당사자가 자기를 설명할 기회도 사라져요.” 현우는 하린의 표정을 살폈다. 하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메시지를 지웠다. “내 얘기라면서 내가 한 적 없는 말을 적었어. 누가 그걸 믿으면 어쩌지?” “우리는 그 글을 사실로 다루지 않을 거야.” “알아. 그런데 내가 직접 아니라고 말하면 더 퍼질까 봐 무서워.” 가은은 공개 반박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허위 신원 주장이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게시 내용을 보존하고 필요한 신고 경로를 안내했다. 현우는 그 작은 조치를 보며, 소문 앞에서 침묵하는 것도 스스로 고른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오후 네 시, 가은에게 보관소 관리인의 전화가 왔다. “버스는 없어요. 그런데 의자는 있습니다. 구석 창고에 남아 있어요.”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갈 수 있습니까?” 가은이 그를 붙잡았다. “사진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물건을 확인했다고 해서 바로 사건의 증거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잠시 후 사진 세 장이 도착했다. 먼지가 쌓인 나무 의자. 등받이에 남은 숫자. 마지막은 의자의 바닥이었다. 나무판에 칼로 긁은 듯한 글씨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내가 말하기 전에는 적지 마.' 현우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갑자기 오래전 대피소의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가까워진 듯했다. 사진을 보내 준 관리인이 한 문장을 덧붙였다. '이걸 찾으시는 분이 지난주에도 한 명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의자가 아니라, 의자가 비어 있었는지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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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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