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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8화
PAYLUA ORIGINAL · 제118화

118화. 사라지는 것이 아닌 흩어지는 것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39자

오프라인 책장
자정이 되자 청리군의 화면은 한순간 회색으로 변했다. 민원실 직원이 비명을 질렀다. 첫 번째 조회 화면에서 유병철의 사진은 남았지만 주소가 다른 사람의 주소로 바뀌었다. 두 번째 화면에서는 의료 이력의 일부가 유사한 식별번호 아래에 붙었다. 세 번째 화면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가족관계가 살아 있는 사람의 기록으로 끼어들었다. “전송을 멈춰요!” 선미가 외쳤다. 주영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지금 회선을 무작정 끊으면 어느 항목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할 수 없어요. 먼저 읽기와 쓰기 경로를 분리하겠습니다.” 중앙망 운영사와 군청 전산 담당자가 승인된 비상 절차에 따라 수정 명령만 막고, 조회와 응급용 기존 데이터는 유지했다. 주영은 실행 화면이 아니라 기록된 변경 이력을 확보하는 일을 도왔다. 수백 줄의 로그가 보존 서버에 차곡차곡 쌓였다. 현우는 복도에서 유병철과 통화했다. “어르신, 지금 기록이 잘못 연결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로잡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말을 먼저 적어 두시오.” 현우는 노인의 말을 수첩 맨 위에 적었다. '유병철은 00시 03분 현재 자신의 집에서 통화하고 있다.' 누구에게는 터무니없는 증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평범한 사실이 어떤 데이터보다 중요했다. *** 십 분이 지난 뒤 선미는 임시 민원 창구를 열었다. 직원들은 주민에게 기존 서류를 직접 보여 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필요한 경우 본인의 선택에 따라 종이 원본을 대조했고, 긴급 서비스는 별도 승인 경로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그사이 가은은 서람에서 받은 보존 명령과 청리의 중앙 로그를 대조했다.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서람의 잘못된 승인값은 시스템을 시작하게 만든 근거였지만, 청리의 자동 정리는 그 근거가 이미 취소된 뒤에도 계속되었다. “옛 승인에 연결된 새 명령이라고 해도, 옛 승인이 무효면 새 명령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우가 물었다. “맞아요. 다만 법적 판단은 기관이 해야 해요. 우리는 그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남길 겁니다.” 운영사 직원 동윤은 키보드 앞에서 손을 떨었다. “예전에는 중지 버튼이 있었어요. 지금은 메뉴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말 사라졌나요?” 주영이 물었다. “권한이 없다고 뜹니다.” “그럼 버튼이 없어진 게 아니라 권한이 바뀐 거네요.” 주영은 그 차이를 문서에 적었다. 기록을 잃어버린 것과 기록을 보지 못하는 것은 달랐다. 청리에서 이름이 없는 것과 이름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달랐던 것처럼. *** 조명진은 새벽 한 시, 직접 군청으로 왔다. 가은에게 과거 설계 변경 회의록 원본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회의록의 가장 아래에는 손으로 쓴 반대 의견이 붙어 있었다. '대리 승인 방식은 보호 종료와 동의 철회에 사용할 수 없음.' 서명한 사람은 조명진이었다. “제가 반대한 뒤에도 적용됐어요.” 명진이 말했다. “정확히 누가 승인했는지 밝혀지지 않아서 그때는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이후 그 계정으로 처리된 사람들 명부를 보고서야 제가 만든 안내문도 그 일에 쓰였다는 걸 알았어요.” “왜 이제야 나왔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두려웠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제가 말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현우는 선뜻 용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실제 조사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자료를 갖고 왔다는 사실까지 지울 필요는 없었다. 주영이 회의록을 자세히 살폈다. “이전에는 말로만 설명하던 겁니다. 원래 규격에는 자동 대행을 금지한다는 조건이 있었군요.” “그런데 시스템이 그 조건을 지키지 않았어요.” 가은은 추가 자료를 첨부해 긴급 처분을 다시 요청했다. *** 새벽 두 시 십칠 분. 중앙 연계센터에서 회신이 왔다. '청리군 보류함 일괄 정리 작업에 대한 임시 중지. 신규 병합 금지. 기존 기록 별도 보존.' 선미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주민 전부가 하루아침에 이전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잘못 연결된 일부 데이터는 원본과 대조해 복구해야 했다. 그러나 더 이상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 흩어지는 일은 멈췄다. 유병철이 영상 통화를 걸어 왔다. 화면 속 노인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내 시계는 아직 가고 있소.” “예. 개인 기록은 복구 중이니까요.” “그래도 괜찮소. 누가 대신 동의하는 건 막았잖소.” 그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때 현우의 휴대전화에 익명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 전송자는 '지역 00 / 이동 접수'였다. 영상 길이는 12초였다. 좁은 복도에서 카메라가 흔들렸다. 바닥에는 젖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그 끝에 누군가 놓고 간 작은 나무 의자가 보였다. 의자 등받이에는 흰 페인트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13.' 영상 마지막에 목소리가 들렸다. “청리의 이름은 되돌려 줄 수 있어도, 여기서 접수된 아이들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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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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