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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멈추지 않는 자정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634자

오프라인 책장
“회의 출석이 동의가 된다고요?” 군청 담당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강동윤은 화면을 보자마자 노트북을 껐다가 다시 켰다. 그러나 중앙망의 승인 상태는 그대로였다. 주영이 말했다. “화면을 껐다고 서버의 기록이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어떤 명령을 보냈는지 추적하는 겁니다.” 현우는 자신이 뒤집어 놓은 처음 명패를 떠올렸다. 아침에 그가 문구를 고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회의실에 남은 사진도 똑같은 문장을 가리켰을 것이다. 그러나 명패를 바꾼 것만으로 시스템은 멈추지 않았다. 가은은 운영사에 즉시 변경 이력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동윤은 한참을 망설이다 내부 회선으로 전화했다. 통화를 끝낸 뒤 그의 얼굴에 땀이 맺혔다. “변경 요청서에 제 이름이 들어 있답니다.” “직접 요청했습니까?” “아니요. 제가 이곳으로 오기도 전에 만들어진 작업입니다.” “그럼 누군가 당신의 계정을 이용했네요.” 동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더 이상합니다. 이 계정은 작년에 폐기됐어요.” *** 청리군 보건소 응급실에서 연락이 온 것은 오후 네 시였다. 교통사고로 옮겨 온 환자의 약물 알레르기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환자의 보호자는 이름을 밝히고 기존 진료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중앙망은 회색 띠만 보여 주었다. 가은은 사고 경위와 별개로 의료진의 긴급 접근 절차를 확인하도록 연결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먼저 하면서 기존 병원에 직접 문의했다. 선미는 본인의 동의가 확인된 정보만 전달하는 별도 경로를 마련했다. 현우는 복도에서 보호자가 손을 비비는 모습을 보았다. “전산에 이름이 없다고 하네요. 제가 아내 이름을 수십 번 말했는데.” 현우는 그와 나란히 앉았다. “저희가 기록 문제를 해결하는 중입니다. 다만 의료 판단은 의료진이 하고 있어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단정해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만도 고맙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척해서 더 무서웠거든요.” 현우는 더 이상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의료진은 이전 병원과 통화해 필요한 정보를 확인했다. 환자는 응급 처치를 받았고 상태가 안정됐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군청 담당자도 문제를 단순한 이름 표기 오류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기록 하나가 늦는 시간이 사람의 몸에 닿을 수 있었다. *** 주영은 독립 단말기의 검증 절차를 시험했다. 기록관 내부에서 본인이 적은 보호 질문의 정답을 확인하면, 중앙망에는 '열람 허용'이나 '보호 유지'처럼 필요한 최소 상태값만 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름과 보호 이유는 중앙 서버로 보내지 않았다. “한꺼번에 전원에게 적용하면 안 됩니다.” 주영이 말했다. “자기 의사를 확인한 사람부터, 기존 서비스가 끊기지 않는지 시험해야 해요.” 선미는 첫 시험 참여자로 유병철을 추천하지 않았다. 시한이 촉박하다고 첫 번째로 위험을 떠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원한 기록관 직원 한 명이 자신의 자료로 시험했다. 성공 여부는 독립적으로 확인했고, 문제가 생기면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다. 시험은 절반만 성공했다. 화면의 성명란은 복구됐지만 병원 연계망에는 잠시 '인증 충돌' 경고가 나타났다. 다행히 실제 의료 정보 접근은 끊기지 않았다. “왜 충돌이 나죠?” 선미가 물었다. “중앙망이 여전히 000 단말기를 최종 승인자로 보고 있으니까요.” 주영이 로그를 펼쳤다. 새 단말기가 '본인 확인'을 보내면 체육관 중계기는 같은 시각에 '대리 확인'을 보냈다. 두 요청 중 늦게 도착한 쪽이 이전 결과를 덮었다. “그럼 우리가 고쳐도 다시 지워질 수 있네요.” 현우가 말했다. “네. 그리고 그 중계기의 입력은 여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주영은 통신 경로를 역추적했다. 최상단에 낯선 식별자가 있었다. '지역 00 / 이동 접수.' “지역 00은 원래 명부에 없잖아요.” 현우가 말했다. “맞아요. 열두 개 지역 중 하나가 아니라, 열두 개를 묶어 처리하는 입구처럼 보입니다.” ***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십칠 분이었다. 병철의 개인 시한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청리 전체의 보류함 정리 명령은 자정에 실행될 예정이었다. 두 시계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동윤이 긴급 변경 중지 신청을 올렸다. 그러나 시스템은 같은 문장을 돌려주었다. [최종 확인자 불명 / 승인권자: 운영 02] 현우는 화면의 빈칸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아무도 서명하지 않은 승인이라면, 승인한 사람을 찾아야만 멈출 수 있는 겁니까?” 가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무효임을 입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녀는 서람의 수정 결정문과 청리 시험 장비의 로그, 오늘 회의의 녹화본을 한 묶음으로 정리했다. 명령을 보낸 사람을 아직 찾지 못하더라도, 그 명령이 사람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밤 열한 시 사십삼 분. 군청에 긴급 보전 요청이 접수됐다. 그러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중앙망 상태등은 꺼지지 않았다. 현우가 시계를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 그는 숫자가 줄어들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누구도 대신 동의하지 않으면서 그 숫자를 멈춰야 했다. 열한 시 오십구 분. 청리군 기록관의 모든 모니터에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보류함 정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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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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