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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5화
PAYLUA ORIGINAL · 제115화

115화. 동의하지 않은 아홉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897자

오프라인 책장
선미는 회색 띠가 붙은 아홉 사람의 기록을 찾기 위해 밤새 종이를 넘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 자체가 아니었다. 설명회 뒤 접수된 철회 요청서가 정말 존재하는지, 그 사람들이 지금도 같은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절차를 지키느라 시간이 지나 버리는 건 아닐까요?” 현우가 물었다. 가은은 피곤한 얼굴로 대답했다. “시간이 없다고 남의 서명을 대신하면, 서람에서 우리가 싸워 온 일을 다시 하는 셈이에요.” 현우는 말없이 물병을 건넸다. 선미가 먼저 유병철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카운트다운은 서른여섯 시간을 남겨 두고 있었다. 거실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병철은 사진의 인물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이름을 불렀다. “아내, 아들, 며느리, 손자. 당신들은 화면에 뭐가 있는지만 보겠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랑 매일 밥을 먹었소.” 선미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이라도 원하시는 확인 방법을 선택하실 수 있어요. 직접 열람을 원하시면 입회한 직원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병철은 잠시 생각했다. “기계에 이름을 크게 적는 건 싫소. 전에 전화를 사칭한 사람에게 속아서 고생한 적이 있거든. 하지만 우리 가족이 조회할 때는 확인되면 좋겠소.” “그 범위대로 적겠습니다.” 병철은 종이 위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그는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첫 획을 다시 따라 썼다. “동의라는 건 이런 거요. 내가 원하는 걸 내가 말하는 거.” *** 아홉 사람 중 둘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락을 거부한 사람의 선택을 기록하는 것도 이번 조사의 일부였다. 남은 다섯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정보가 대행 계정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배정숙은 이름이 공개돼도 괜찮지만 진료 내역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피 당시 신고자였던 한 남자는 여전히 이름을 숨기고 싶었다. 자기 이름이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옛 가정폭력 가해자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가은은 그에게 보안 상담과 별도 보호 신청 경로를 안내했다. 현우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처음의 답이 너무 단순했음을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이름을 모두 되돌려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 각자의 이름을 누가, 어떤 목적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선택하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 주영은 수집한 응답을 모두 같은 양식에 강제로 맞추지 않았다. '열람을 원함', '현재 보호 유지', '일부 정보만 공유', '응답 거부'를 분리해 적었다. 그리고 아직 듣지 못한 사람은 '동의'가 아니라 '미확인'으로 두었다. “전산 개발자 입장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값이죠.” 주영이 말했다. “그래도 그게 사람 말이잖아요.” 하린이 답했다. “그러네요.” 하린은 멀리서 문서 봉투에 색깔 스티커를 붙이는 일만 도왔다. 대신 아이들한테는 이름을 묻기 전에 불러도 되는지를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정은채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가방에 붙이고 나타났다. “난 이제 열여섯 번이 아니야.” 하린은 그 아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날은 정은채라는 이름을 크게 불러 주었다. *** 해가 지기 전에 가은은 조명진과 다시 만났다. 명진은 새로운 서류를 가져왔다. '보류함 정리'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었다. 원래 설계안의 첫 경로는 당사자별 재확인이었다. 뒤에 추가된 경로는 통합 계정 자동 대행이었다. “누가 두 번째 경로를 넣었습니까?” “시스템 변경 내역에는 운영 02의 승인만 있어요.” “실제 변경 요청자는요?” “그건 제가 아직 못 찾았습니다.” 가은은 명진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뭔가 더 알고 있는 듯했지만 억지로 입을 열지 않았다. 현우가 물었다. “자동 정리를 중지하려면 아홉 사람의 서명이 전부 필요합니까?” “그렇게 쓰여 있죠. 하지만 원래 설계안은 한 명만 철회해도 그 사람의 연계는 중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주영이 손뼉을 작게 쳤다. “그럼 아홉 명 전원 동의 같은 조건은 나중에 묶인 겁니다. 기술적으로 풀 수 있을 수도 있어요.” 명진이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코드를 바꾼다고 해결되진 않아요. 중앙망이 청리를 통째로 하나의 검증 단위로 보고 있으니까요. 연결을 끊으면 응급 의료망도 같이 멈출 수 있습니다.” 현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주민 이름을 살리려다가 응급실 환자의 진료 이력을 막는 것은 또 다른 피해였다. “그럼 분리 작업을 해야 하겠네요. 실제 서비스는 유지하면서.” 주영이 말했다. “원본과 대행 결과의 차이를 입증하면, 운영기관에 안전 중지를 요구할 근거가 생길 거예요. 당장 단말기를 부수는 대신, 왜 잘못된 승인이 나오는지 증명합시다.” *** 밤 열 시, 선미의 사무실 팩스로 오래된 용지가 들어왔다. 발신 번호는 체육관 시험 단말기의 것이었다. 손으로 누른 흔적도 없는데 팩스가 저절로 움직였다. [대리 확인 요청] [보류함 정리 승인 대상: 유병철 외 8명] [입회 예정자: 이현우] 현우는 자기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숨을 삼켰다. “저는 이런 절차에 동의한 적 없어요.” 가은이 종이를 집어 들었다. “누가 당신을 새로운 대행자로 지정하려는 거예요. 동의받을 수 없다면, 목격자의 이름을 끌어다가 빈칸을 채우려는 거죠.” 팩스가 다시 울렸다. [미참석 시 접수 거부로 처리] 현우는 그 종이를 보며 처음 붉은 이름을 봤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사람을 구하려고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제 그가 서명하지 않는다는 선택까지 남의 결론에 이용되고 있었다. “출석은 하겠습니다.” 현우가 말했다. “무슨 말이에요?” 하린이 놀라 물었다. “입회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러요. 대신 어떤 승인도 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실제로 한 말만 남기겠어요.” 가은은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답했다. “혼자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증거를 먼저 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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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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