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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4화
PAYLUA ORIGINAL · 제114화

114화. 열한 장의 명부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985자

오프라인 책장
가은은 하린에게 온 메시지를 열 번쯤 읽었다. “가져오라는 목록은 서람 중앙 분소에서 발견한 열두 지역 이관 명부일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원본은 넘길 수 없어요.” 현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조명진이 정말 기술 사업 담당자라면 무엇을 알고 있는지 확인할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낯선 사람의 요구에 따라 이름을 담은 명부를 움직이는 건 피해자를 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원본 대신 공개 가능한 목록만 제시하죠.” 현우가 말했다. “그것도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한 뒤에요.” 조명진은 다음 날 오전 아홉 시, 폐업한 청리역 매표소 앞을 약속 장소로 지정했다. 철도는 10년 전 끊겼지만 플랫폼은 공원처럼 남아 있었다. 현우는 역에 도착하자 출입구를 둘러보았다. 이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이름이 없다는 감각에 조금 익숙해진 자신이 싫었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금세 적응하고, 그 익숙함 때문에 이상을 놓치곤 했다. “이쪽입니다.” 회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매표소 유리 뒤에서 나왔다. 마흔 전후로 보였다. 왼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조명진 씨입니까?” 가은이 물었다. “한때는요.” 여자가 말했다. “지금은 그 이름을 쓰면 계정이 잠겨요.” 가은은 신분증과 과거 계약서의 사진을 대조했다. 일치했다. 그러나 신분 확인만으로 그녀의 말이 사실이 되는 건 아니었다. “왜 하린에게 연락했습니까?” “이현우 씨에게 직접 보내면 중앙망이 걸러 낼까 봐요. 서람에서 나온 '09'는 이미 감시 목록입니다.” 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 이름을 누가 감시하죠?” “이름이 아니라 역할을요. 아홉 번째 목격자, 외부 이의 신청자. 누가 되든 그 역할로 기록되면 통행할 수 없는 구역이 생깁니다.” 명진은 서류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열한 장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각 종이에는 지역명과 서로 다른 표식이 있었다. 서람은 '승인 자동 유지', 해온은 '증언자 외부 연동', 다른 지역에는 '열람 제한', '복귀 확인 보류'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왜 청리만 비었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열한 지역의 오류를 한꺼번에 숨길 공간이 필요해서요.” “사람을 숨긴다는 겁니까?” “처음에는 문서만 숨겼습니다.” *** 명진은 청리에서 실험한 방식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데이터는 삭제하지 않고 별도의 보류함에 넣었다. 공식 조회에서는 이름이 보이지 않게 만들고, 본인 확인을 보류했다. 이것이 운영자가 말한 '충돌 없는 이관'이었다.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오세준을 하나로 합쳤던 것처럼, 분리할 수 없는 기록을 그냥 치운 거군요.” 가은이 말했다. “네. 그런데 보류함이 늘어나면서 청리의 사람들까지 표준 대기 상태로 들어갔어요. 청리 주민이 전부 사고 피해자인 건 아니에요. 그저 시험이 가능한 작은 군이었죠.” 현우는 노인이 가족관계 증명서를 받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건 보호가 아니네요.” “처음부터 전부 악의였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명진이 답했다. “정보를 함부로 공개해선 안 되는 사람도 실제로 있었으니까. 다만 보호 대상과 검증 오류를 같은 색깔로 표시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문제가 커졌죠.” 가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진 씨가 맡았던 역할은요?” “외부 협력. 주민 안내문을 고치고 시험 지역을 섭외했어요.” “본인이 동의서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있죠. 그래서 지금 여기 나온 겁니다.” 그녀는 첫 장을 펼쳤다. 청리의 초기 설명회 참석자 명부였다. 참석자 열아홉 명 중 아홉 명의 이름 위에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현우는 순간 숨을 멈췄다. 종이 위의 도장인데도 자신의 눈에 보이던 붉은 이름과 겹쳤다. “왜 붉은색입니까?” “동의가 철회된 사람 표시예요. 회의 끝나고 요청서를 냈거든요. 그런데 그 표시를 시스템에서는 '우선 전환 대상'이라고 불렀어요.” 현우는 종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 “철회 요청을 왜 우선 전환이라고 했습니까?” “당신들이 알아내야 할 문제이기도 해요. 저는 그 뒤에 사업에서 빠졌습니다. 설명회에서 사람들은 이름을 보호해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원치 않는 연계를 멈춰 달라고 했어요.” 가은이 명부를 사진으로 남기려 하자 명진이 손을 들어 막았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이 있어요. 모두 가져가실 수는 없습니다.” 가은은 카메라를 내렸다. “맞아요. 공개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필요한 건 영장이나 별도 동의를 받겠습니다.” 명진은 그제야 조금 긴장을 풀었다. *** 역을 나서기 전 명진이 현우를 따로 불렀다. “당신은 붉은 이름이 보이죠.” 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운영 기록에 남았으니까요. 어떤 사람이 사라지기 전에 경고를 봤다고 여러 번 말하면 시스템은 그를 예외 목격자로 분류했어요.” “그 기록이 내 눈을 만든 건 아닙니다.” “알아요. 적어도 기록에는 원인을 설명하는 항목이 없었어요.” 현우는 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베이스가 자신의 능력을 설명할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모든 원인을 시스템에서 찾으려 했다. 누군가의 직관이나 증언을 지우는 일은 쉬웠다.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먼저 기록에서 빼 버리면 되기 때문이었다. 명진이 마지막 종이를 건넸다. 이름 없는 한 장짜리 작업표였다. '청리군 보류함 정리 일정 — 3일 뒤 00시.' '검증 거부 시 통합 계정으로 흡수.' “흡수되면 무슨 일이 생깁니까?” 현우가 물었다. “사람 하나가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대신 그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기록이 여러 사람의 기록으로 나뉘어 들어가요. 가족관계도, 치료 이력도, 이름을 되찾을 근거도요.” 현우는 유병철에게 남은 시한을 떠올렸다. 사람을 지우지 않으면서 사람을 잃어버리는 방법이었다. 그가 한 걸음 내딛자 청리역의 오래된 전광판이 켜졌다. 운행하지 않는 역에서 뜻밖의 안내문이 떠올랐다. [열두 번째 보류함 자동 정리 준비] [잔여 동의: 0 / 9] 아홉 명이 철회했다는 동의가, 이제는 정리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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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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