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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3화
PAYLUA ORIGINAL · 제113화

113화. 사람 대신 대답한 기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688자

오프라인 책장
재난방송 시험 단말기는 버려진 체육관 지하에 있었다. 해마다 한 차례 통신 점검을 할 때만 사용하던 장소였다. 체육관 간판의 페인트가 벗겨졌고, 기계실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마른 낙엽이 수북했다. 가은은 관할 담당자의 입회와 허가를 받고 문을 열었다. 현우는 손전등을 비추었다. 벽장 안에 검은 단말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초록 불빛이 깜빡였다. 먼지 낀 선반 주변만 깨끗했다. 누군가 최근에 다녀간 흔적이었다. “전원이 살아 있네요.” 주영이 말했다. 그녀는 원격 접속 포트를 살피면서 기계를 함부로 조작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임의로 로그를 삭제하면 우리가 찾는 증거도 사라집니다. 저장 매체를 읽기 전용으로 복제할게요.” 현우는 벽면의 종이 기록표를 보았다. 마지막 수동 점검은 다섯 달 전, 서명은 '정태운'이었다. 문 옆에는 낡은 확성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현우가 확성기 그릴을 살짝 건드리자 기계에서 잡음이 났다. “시험 방송입니다. 모든 분은 지정된 번호로…” 말이 중간에 끊겼다. 현우의 등이 굳었다. 음성은 사람의 말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20년 전 봉투에서 들었던 '격리를 유지하세요'의 기계적 반복이 떠올랐다. 가은이 담당자를 보았다. “최근 점검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정태운 씨는 퇴직한 통신 기술자입니다. 필요할 때 계약으로 점검했어요. 연락해 보겠습니다.” *** 주영은 체육관에서 나온 데이터를 세 종류로 나눴다. 첫째는 원래의 재난방송 시험 기록, 둘째는 전산화 사업 이후 추가된 연계 모듈, 셋째는 외부에서 보낸 명령 목록이었다. “이 장치는 말을 듣는 기계가 아닙니다.” 주영이 설명했다. “정해진 신호가 들어오면 정해진 응답을 내보내죠. 그런데 '본인 확인' 항목에도 같은 방식이 붙어 있어요.” “누가 질문을 하면 기계가 답한다는 겁니까?” “네. 본인의 질문이 무엇인지, 대답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확인 완료'를 전송해요.” 선미가 책상 가장자리를 쥐었다. “이게 수천 사람의 보호를 갱신해 왔다고요?” “일부 구간에서요. 정확한 범위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현우는 빈 체육관을 돌아보았다. 어떤 사람은 이름을 가리기 위해 스스로 동의했고, 어떤 사람은 다시 이름을 드러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기계가 모두의 뜻을 하나로 결정하고 있었다. “시한은 왜 붙었어요?” 가은이 물었다. 주영이 로그를 확대했다. “최근에 갱신 응답을 보내지 못한 기록이 있습니다. 72시간 뒤까지 확인이 없으면 '보호 상태 재분류'로 넘어가요.” “재분류가 소멸입니까?” 현우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학교, 병원, 민원실이 같은 등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분류되면 생활에 필요한 접근 권한이 동시에 바뀔 수 있어요.” 그 대답은 충분히 무서웠다. 누군가를 납치할 필요조차 없었다. 사람을 어디에도 들여보내지 않으면, 그는 살아 있는 채로 세상에서 밀려날 수 있었다. *** 오후 세 시, 정태운이 체육관에 왔다. 쉰을 넘긴 남자는 기계를 보자마자 표정을 찌푸렸다. “전원을 왜 안 껐죠?”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점검하셨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원래는 시험 장비였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중앙망에서 자동 신호를 받았고, 담당자가 승인 없이 설정을 바꿀 수 없게 했죠.” “누가 바꿨습니까?” “계약서에는 지역 통합보호팀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가은은 정태운이 내민 종이 한 장을 읽었다. 법인명은 지워져 있었지만 계약 서명란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조명진 / 지역 통합보호팀 대외협력.' “이 사람을 아십니까?” “딱 한 번 봤어요. 출장 온 여자분이었습니다. 제가 보호 요청자가 누구냐고 묻자 그분이 그러더군요. 본인을 직접 찾지 않는 편이 그 사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요.” 현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을 믿으셨습니까?” 정태운은 오래 침묵했다. “당시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오늘 이 사람들이 겪는 일을 보니, 누가 누구를 보호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가은은 비난하기보다 당시의 작업 명세서와 연락처를 요청했다. 정태운은 가지고 온 공구함에서 접힌 작업 지시서를 꺼냈다. 한쪽 끝에 손으로 적은 글씨가 있었다. '청리 12 / 공란 적용 선행 구역. 성공하면 전 지역 확장.' 선미가 중얼거렸다. “시험용이군요. 우리 군이.” 가은은 문서를 증거봉투에 넣었다. *** 그날 저녁, 유병철의 시한은 마흔아홉 시간을 가리켰다. 선미는 그를 만나 직접 설명했다. 오늘 발견된 것은 시스템의 자동 처리이며, 그가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기한 뒤 발급 제한이 확산될 수 있어 대체 서류 발급을 준비 중이라고.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을 되찾을 수 있소?” “선생님의 이름은 이미 선생님께 있습니다. 저희가 되찾아야 하는 건 그걸 인정하지 않는 절차예요.” 선미가 그렇게 말하자 노인은 천천히 신청서 사본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 무렵 하린의 휴대전화에 낯선 메시지가 도착했다. 화면에는 이름 대신 작은 회색 네모가 있었다. '현우에게 전해 줘. 열두 번째 지역이 비어 있는 이유는 열한 지역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야.' 하린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메시지를 가은에게 전달하고, 화면에 남은 발신 시각을 기록했다.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내가 조명진이다. 만나고 싶다면 사람이 아닌 목록을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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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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