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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10화
PAYLUA ORIGINAL · 제110화

110화. 이름을 빌린 승인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755자

오프라인 책장
두 명의 오세준은 서로 다른 사람이다. 가은은 그 사실부터 사건 기록의 맨 위에 적었다. 하나는 스무 해 전 중앙 분소에서 잠시 일한 계약직. 다른 하나는 열세 해 전 전산화 사업의 외주 검수 총괄. 주민등록 자료와 근무 이력, 당시의 서명 필체가 모두 달랐다. 이름만 같았다. “시스템에서는 두 사람을 하나로 합쳤어요.” 주영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계정이 내린 승인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보였겠네요.” 현우가 답했다. 가은은 말없이 사고 당일의 장부를 펼쳤다. 18:26, 02석 접수 완료. 서명은 공란. 지금의 시스템은 그 공란에 열세 해 전 외주 총괄의 이름을 채우고 있었다. 근무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스무 해 전의 책임을 주고, 그 이름으로 오늘까지 여러 기록을 지워 온 셈이었다. *** 첫 번째 오세준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 보관한 오래된 업무 수첩이 남아 있었다. 가은은 유족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필요한 날짜의 사본만 확인했다. 수첩에는 급히 휘갈긴 문장이 있었다. '문 열 수 있는지 확인. 아래 통로 끝나면 반드시 재호출.' 그 옆에는 작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내선 02 고장 — 직접 전달.' 현우는 글씨를 한 글자씩 읽었다. “그분은 문을 계속 잠가 두라고만 한 게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수첩에는 이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기록했어요.” 가은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오세준은 자신이 20년 전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작은 문서관리 업체를 운영했다. 나경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먼저 당시 계약서를 꺼냈다. “제가 한 건 종이 장부를 데이터베이스에 넣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낡은 서류는 이름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스템은 빈칸을 허용하지 않았죠.” “그럼 어떻게 하셨나요?” 나경이 물었다. “사업 발주처에서 지정한 기본 계정을 넣었습니다. 운영 02. 잘못된 방법이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 계정에 나중에 누군가의 권한이 붙을 줄은 몰랐어요.” “누가 권한을 붙였습니까?”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검수 범위가 아니었습니다. 배포 후 운영 계약은 다른 회사가 맡았어요.” 가은은 그가 내민 계약서를 살폈다. 실물 근무 카드의 이름과 자동 병합된 경로, 외주 계정의 사용 범위가 확인됐다. 하지만 누가 증언자를 지우도록 규칙을 바꿨는지는 여전히 모호했다. *** 현우는 귀가하던 길에 하린과 약속한 저녁 시간을 떠올렸다. 오늘만큼은 시간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가은이 마지막 확인을 하러 기록관에 들르자고 연락했다. 지금 이동하면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었다. 현우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저 먼저 집에 가도 될까요? 하린이 기다리고 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밤에 자료를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당연하죠.” 가은이 답했다. “여기까지 온 일이 당신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니까요.” 현우는 버스 창밖의 가로등을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 그는 세상에서 사라질 이름들을 붙잡느라 집에 돌아가는 법을 잊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갈 곳이 있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자신의 발로 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하린은 식탁에 두 그릇의 국을 놓아두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진짜 왔네.” “늘 왔잖아.” “가끔은 네가 집에 있어도 계속 저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거든.” 현우는 신발을 벗고 식탁에 앉았다. 하린은 그가 젓가락을 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이 식지 않도록 보온 뚜껑을 덮어 둔 것도 보였다. “오늘은 어땠어?” 하린이 물었다. “동명이인을 발견했어.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일을 합쳐 놓았더라고.” “사람한테 이름 말고도 많은 게 있는데.” 현우는 웃었다. 어린아이에게서 들은 한 문장이 그날 본 수십 장의 문서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 다음 날 공동 검증 회의가 열렸다. 가은은 10번 봉투의 음성이 '격리를 유지하세요'라고 전달한 당시 방송이 맞다는 점, 그것이 사고 시점의 최초 결정자를 단독으로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 같은 음성이 반복 송출됐다는 점을 발표했다. 주영은 사건의 핵심을 두 장의 화면에 나눠 보여 줬다. 첫째 화면에는 수동 접수대장이 있었다. 18:24, 하부 대피 완료. 그리고 재요청. 둘째 화면에는 전산화 이후의 승인 기록이 있었다. 담당자 없음. 운영 02 자동 대행. 나중에는 두 명의 오세준을 하나로 합쳐 만든 승인 이력. “처음의 결정이 누구에게 유효했든,” 가은이 말했다. “그 결정이 끝나야 할 조건이 확인된 뒤에도 자동 유지됐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윤소라도 회의에 참석했다. 그녀는 끝내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비공개 절차에서 당시 접수대장을 직접 작성했다고 확인했다. 배윤석의 진술과 최병환의 기억, 정비 일지와 버스 운행 기록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시각을 가리켰다. 회의 결과, 2006년 사고의 '격리 유지 승인' 전산 기록은 신뢰할 수 없는 단일 책임자 기록으로 분류됐다. 잘못 결합된 두 명의 오세준 이력은 분리하고, 해당 승인을 근거로 작동하던 자동 폐기와 증인 대체 인증은 중지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책임 조사는 계속됐다. 현우는 회의장 문을 나서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20년 전 아이들이 기다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오늘을 지울 필요는 없어졌다. 가은이 그를 불렀다. “처음 적은 질문 기억해요?” “문을 잠그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제 답을 조금 바꿀 수 있겠네요.” 현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 문장을 말한 목소리는 남았어요. 그런데 그 문장을 영원한 승인으로 만든 사람은 아직 모르죠.” 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확인된 만큼만 말하는 겁니다.” *** 밤 열한 시, 주영에게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처는 철거를 멈춘 중앙 분소의 자료 보존 담당자였다. 금속함 아래에 얇은 수첩 한 권이 더 끼어 있었다고 했다. 표지는 오래된 비닐로 감싸져 있었다. 첫 장에는 단 두 줄이 적혀 있었다. '서람 사고 종료 후 보호 기록 이관.' '이관 대상은 사람 1명이 아니라 동일 규칙 12개.' 그 아래에는 지역 이름이 열두 개 나열돼 있었다. 서람, 해온, 그리고 현우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도시들. 주영이 전화를 걸어 왔다. “현우 씨, 이거 중요한 것 같아요. 기록을 잘못 옮긴 일이 서람에서 끝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현우는 창문 밖을 내다봤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밤이었다. 아래 골목에서는 늦은 퇴근길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현우는 그들이 모두 하나의 도시와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새삼 생각했다. “가은 형사님께도 보냈어요?” “예. 곧 확인하신다고 합니다.” “그럼 내일 다 같이 검토하죠. 오늘은 원본부터 안전하게 보관해 주세요.” 주영이 전화를 끊었다. 현우는 식탁 위의 종이배를 바라봤다. 아이가 밤새 문 앞에 서 있지 않도록 하던 약속이, 이제는 다른 도시의 이름들과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불을 끄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한 번 더 울렸다. 처음 보는 지역 번호였다. 짧은 문자에는 제목이 있었다. [열두 번째 지역: 원본 확인 요청] 본문은 한 줄뿐이었다. '이 도시에는 이름이 붉게 변한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 어떤 사람의 이름도 처음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현우는 화면을 다시 켰다. 누가 사라질지 알려 주던 붉은 이름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 더 두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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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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