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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열 번째 봉투의 무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927자

오프라인 책장
현우는 종이 위에 적은 질문을 한참 바라봤다. '그 문을 잠그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인가.' 질문을 적고 나니 오히려 누구에게든 성급히 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20년 전 서람초 수문 대피소에서 세 번의 울림이 있었다. 그중 둘은 차수판의 작업 중단 경고였고, 한 번은 문 안의 구조 요청이었다. 지난해까지도 사람들이 그 소리를 전부 '격리 승인'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누가 문을 잠그라고 했는지 못지않게, 누가 그 말을 기록으로 만들었는지도 중요했다. 가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밤새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주영 씨가 전산화 사업 자료를 하나 더 찾아냈어요.” “10번 봉투입니까?” “정확히는 봉투가 이동한 기록이요. 열세 해 전 수신 확인이 되지 않았던 물건이 지난주에 한 번 움직였습니다.” 현우는 창문을 열었다. 비 냄새가 올라왔다. “어디로요?” “시청 별관 지하 보관실에서 구 기록관으로요. 이송 사유는 '자체 소각 전 최종 분류'라고 돼 있어요.” “누가 이송을 요청했습니까?” “신청인 이름이 비었어요. 다만 수동으로 작성한 이송증 한 장이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이송증에는 열 번째 봉투를 열지 말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요.” *** 아침의 구 기록관은 평범한 민원인들로 붐볐다. 초등학교 졸업 증명서를 떼려는 사람, 오래전 건물의 도면을 찾는 사람, 땅의 경계를 확인하려는 노인까지. 누구도 복도 끝에 붙은 '문서 소독 중' 안내판을 오래 보지 않았다. 현우는 안내판 옆에서 주영을 만났다. 주영은 이송증 사본을 손에 들고 있었다. “원본 봉투가 아직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전산상으론 어제 밤 열한 시에 '관리 완료'가 떴거든요.” “소각했다는 뜻입니까?” “그 표현이 문제예요. 폐기도, 반납도, 보존도 아니라 관리 완료라고만 돼 있어요.” 가은이 기록관 책임자에게 허가받은 출입 명단을 보여 줬다. 민감 자료를 다루는 만큼 참관인과 촬영 범위가 정해져 있었다. 문을 열기 전 주영은 현우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가 찾는 게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10은 사람이 아니라 수신 번호였어요. 번호를 가진 누군가를 몰아붙이면 지난번이랑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어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자신이 먼저 했어야 했다. 보관실 안에는 철제 선반 여덟 줄이 있었다. 아래쪽 선반에는 홍수 피해를 입은 종이 자료들이 방습 봉투에 들어 있었다. 담당 직원은 목록대로 열 번째 칸을 열었다. 안에는 두꺼운 갈색 봉투가 있었다. 그러나 앞면에는 번호가 없었다. 대신 손으로 쓰인 문장 하나가 보였다. '듣는 사람을 먼저 확인할 것.' 봉투의 봉인 왁스는 한쪽만 깨져 있었다. 누군가 열어 보려다 멈춘 듯했다. “원래 이런 상태였나요?” 가은이 물었다. 직원이 창백해졌다. “지난주 사진에선 멀쩡했는데요.” 주영이 봉투를 들어 올리려다 멈췄다. 갈색 종이의 아래 모서리에 물기가 배어 있었다. 철제 선반도 바닥도 말라 있었다. 이상했다. 현우는 그 물기를 손으로 만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가은의 카메라로 봉투 상태를 남겼다. “누군가 오늘 아침에 여기 왔다는 뜻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오래된 냉각 장치의 응결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모릅니다.” 가은의 대답은 항상 느리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느림 덕분에 여러 사람이 이름을 잃지 않았다. 봉투를 열자 낡은 음성 기록 매체 하나와 작은 종이쪽지가 나왔다. 매체에는 '현장 전달 원본'이라고 쓰여 있었다. 쪽지에는 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말만 듣고 명령자를 결정하지 마라.' 현우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익명의 문자와 같은 어투였다. 누군가는 그들의 조사 방향을 미리 알고 있었다. 담당 직원이 기록철을 펼치자 다른 이상한 점도 나왔다. 음성 기록 매체의 보존 기한은 수년 전에 끝났지만, 정작 폐기 승인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관리 완료'라는 상태와 달리 실제 폐기는 한 번도 승인되지 않은 것이다. “누가 이걸 지켜 왔군요.” 현우가 중얼거렸다. 가은은 쪽지를 비닐 속에 놓았다. “지켰다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폐기한 척하면서 남겨 둔 사람이 있었던 건 맞겠죠.” 방을 나서는 길에 현우의 휴대전화가 한 번 진동했다. '봉투를 찾았지.' 그리고 두 번째 문자. '열 번째 봉투는 답이 아니야. 질문이 잘못됐다는 증거야.' 그 뒤로 수신 화면이 회색으로 변했다. 숫자도 이름도 없는 발신자였다. 현우는 가은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 “이 사람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같아요.” 가은은 복도에 달린 출입 기록기를 바라봤다. 아까 그들이 들어왔을 때 분명 초록불이 들어왔는데, 화면에는 현우와 가은, 주영의 출입 기록만 남아 있었다. 기록관 직원이 말했다. “형사님, 이상합니다. 제가 분명 네 명을 들여보냈는데, 화면에는 세 명이라고 뜹니다.” 현우는 모니터 옆의 종이 출입 대장을 펼쳐 보았다. 동규의 손글씨로 된 확인 서명이 있었다. 실제로는 방금 자신들을 안내한 사람이 출입 명단에서 사라졌다. 동규는 목에 걸린 명찰을 양손으로 붙잡았지만, 그 작은 플라스틱 판은 아무것도 증명해 주지 못했다. 현우는 처음 자신의 이름이 붉게 변하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경고가 공포였다. 지금은 한 사람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이름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 더욱 무서웠다. “선생님.” 그가 일부러 또박또박 불렀다. “박동규 선생님. 제가 오늘 이곳에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동규가 얼굴을 들었다. 가은은 그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 그날의 비정상적인 전산 화면 위에, 네 사람이 서로를 확인하는 작은 사실 하나가 남았다. 현우는 비어 있는 이름 칸을 보고 숨을 삼켰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가 뒤돌아보는 사이, 방금 봉투를 가져온 담당 직원의 이름표에서 글자가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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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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