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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93화
PAYLUA ORIGINAL · 제93화

93화. 문을 닫은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912자

오프라인 책장
찻집 창문에는 오래된 보관소의 붉은 벽돌이 비쳤다. 빗물이 창틀을 따라 흘렀고,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젖은 우산 냄새가 들어왔다. 배성규는 생각보다 조용한 사람이었다. 넓은 손바닥을 계속 무릎에 문질렀다.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날 창고 문을 잠그셨다고요.” 서윤이 말문을 열었다. “네. 오후 네 시 사십 분 조금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별도 봉투는 네 시 사십삼 분에 접수됐습니다.” “그래서 그 봉투가 어디로 갔는지가 문제겠군요.” 성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날 그는 1층 현관 셔터를 내리고 직원 출입문만 열어 두었다고 했다. 운송 업체가 원본 상자 운송을 취소해 임시 보관소가 어수선했고, 보안 규정상 낯선 사람이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제가 잠근 문은 1층 현관입니다. 회의실은 아니에요.”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십 년 전 화면의 질문과 맞닿는 설명이었지만, 같은 문을 뜻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제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습니까?” “당신이 봉투를 안 받았다는 겁니다.” 성규는 낡은 근무수첩을 꺼냈다. 원본의 일부만 보여 주기 전에 그는 직원 번호와 개인 연락처를 가렸다. 서윤이 필요한 페이지의 복사 허락을 요청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16:43 별도 봉투 도착, 발송인 미확인. 16:44 강민석 원본 상자 이동. 17:02 보관대 임시 반입.’ “봉투를 가져온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얼굴은 기억납니다. 코트에 물이 흥건했어요. 하지만 이름은 보지 못했습니다.” 민석의 기억에 붉은 끈이 떠올랐다. 그는 무심코 말을 꺼냈다. “봉투를 붉은 끈으로 묶었나요?” 성규가 놀란 얼굴을 했다. “그건 봉투가 아니라 상자 손잡이에 묶어 둔 표시였습니다. 젖어서 떨어질까 봐.” 기억의 한 부분이 바뀌었다. 민석은 모서리가 젖은 종이상자와 자신이 움켜잡던 붉은 끈을 떠올렸다. 그날의 봉투는 적어도 자신의 손에 들려 있지 않았을 수 있었다. “그 봉투는 제가 직원 통로 옆 수취대에 올려 뒀습니다.” 성규가 말했다. “다음 날 출근했더니 없어졌고, 화면에는 인수 완료라고 표시됐습니다. 그래서 인계된 줄 알았어요.” “누가 인수했는지 확인하셨습니까?” “그때는 못 했습니다.” 대답은 담담했다. 책임을 피해 가는 말처럼도 들렸고, 열 해 동안 스스로에게 반복한 변명처럼도 들렸다. 서윤이 질문을 바꿨다. “봉투 안에 뭐가 있었는지 보신 적 있습니까?” “아니요. 다만 겉면에 글씨가 있었어요. 서류를 받기 전에 다시 확인하라고요.” 성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네 글자를 적었다. ‘수령 전 대조.’ 민석의 입술이 마르기 시작했다. 상자에 적혀 있던 ‘P01부터 확인. 서명 전’과 같은 종류의 경고였다. 누군가는 업무가 끝났다고 기록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라고 계속 적고 있었다. 성규는 수첩 마지막 장을 펼쳤다. 밤 열한 시에 이뤄진 임시 보관함 점검 내역이었다. 봉투 칸에는 '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수 완료 표시는 오후 다섯 시부터 나타났는데, 밤 열한 시에도 물건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전산의 인수 완료와 실제 이동은 다른 거네요.” 민석이 말했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제가 확인한 것까지입니다.” 그때 성규가 덧붙였다. “다음 날 없어진 뒤로는 못 봤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 한 여자가 찾아와 그 봉투가 아직 있느냐고 묻더군요.” “누굽니까?” “그 여자도 이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담당자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이걸 보여 주라고 했어요.” 그가 꺼낸 것은 잉크가 번진 작은 명함이었다. 이름은 잘려 있었지만 단어 하나는 선명했다. ‘김예린 — 자료 검증’. 민석은 명함을 내려다봤다. 예린이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 자체는 새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수취대에 봉투가 있던 시각을 알고 있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예린 씨에게 확인해야겠네요.” “네.” 서윤이 답했다. “먼저 본인이 그 명함의 주인인지부터요.” 찻집에서 나오기 전 성규는 작은 부탁을 했다. 서윤이 사진을 찍는다면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 십 년 전의 일을 다시 꺼내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서윤은 인터뷰에 동의한 범위와 사진 공개 동의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트에 적힌 문장은 인용할 수 있지만 얼굴과 직장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오래된 얘기를 하는 게 겁납니다.” 성규가 말했다. “그러면 왜 연락하셨습니까?” “그때 같이 일하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화면에 완료라고 떠서 수취대를 확인하지 않고 퇴근했다고, 자기가 잘못했다며 십 년을 괴로워했어요. 그런데 업무 수첩에는 분명 밤 열한 시에도 봉투가 있었거든요. 혼자 잘못해서 생긴 일인지, 우리가 쓰던 프로그램이 애초부터 헷갈리게 만든 일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종이컵을 쥐었다 놓았다. “그 후배가 이번 일을 보고 연락해 왔어요. 돈을 준 것도, 뺏은 것도 아닌데 누군가 자기 때문에 피해를 봤을까 걱정된다고요. 그래서 저부터 말하자고 했습니다.” 민석은 성규를 바라봤다. 그가 지금까지 찾던 사람들은 원장을 조종하는 거대한 악당이 아니라 잘못된 화면을 믿었던 평범한 직원일지도 몰랐다. 그 사실이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바꾸어 놓았다. 찻집 문을 나설 때 성규가 민석을 불렀다. “강민석 씨. 그때 그쪽이 제게 한 말을 기억합니까?” “무슨 말이요?” “‘제가 옮긴 건 상자뿐입니다. 나머지는 누가 가져갔는지 꼭 써 두세요.’ 그랬어요.” 민석은 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잊은 말이 십 년을 돌아 다시 귀에 들어왔다. 그날 밤 검은 원장은 처음으로 그의 이름 옆에 작게 표시를 바꿨다. [별도 봉투 직접 이동자: 강민석 → 미확인] 하지만 그 아래 새로운 오류 문구가 떠올랐다. [미확인 인수자: 2036년 강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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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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