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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86화
PAYLUA ORIGINAL · 제86화

86화. 두 번 승인된 침묵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044자

오프라인 책장
2018년 의견서는 세 장이었다. 첫 장에는 업무 효율 개선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둘째 장에는 자동 종료를 반대하는 기술 검토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 장은 두 문장을 동시에 인정하는 듯 보였다. ‘정산 대조 의무를 유지하되, 확인되지 않은 계좌는 정산 완료로 표시할 수 있다.’ 서윤은 문장을 읽자마자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의무를 유지하면서 안 해도 된다는 말인데요.” 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다른 목적의 문서를 합친 것 같습니다. 실무자는 원본 대조를 해야 하고, 영업팀은 완료 표시를 써도 된다는 식이죠.” “누가 최종 결정했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2018년 회사의 결재권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정태겸 본부장이 당시 그 회사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결론 낼 수는 없어요.” 민석은 바닥에 놓인 두꺼운 기록 상자를 내려다봤다. 회의실에 드나드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어떤 문장을 썼는지 알아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시스템은 한밤중에도 수백 개의 기록을 단 몇 초 만에 ‘완료’로 바꿀 수 있었다. 오후 회의에는 피해 가능성이 있는 신청인들을 지원하는 상담 담당자가 참석했다. 상담자는 이 사건을 기사로 먼저 접한 사람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몇몇은 ‘100억 원 보관인’을 찾아가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상담 창구는 당사자 확인 없는 신청을 받지 않고, 담당 기관과 공식 서류를 안내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우리가 사실을 알리려고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군요.” 서윤이 말했다. “소문을 만든 사람이 따로 있어도, 독자가 무엇을 믿는지 살필 책임은 있죠.” 상담자가 답했다. 민석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검은 원장을 인터넷에 올리면 모두가 믿어 줄까? 아마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그중 누군가는 권리 확인을 빌미로 돈을 요구할지도 몰랐다. 그는 화면을 잠그고 수첩에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지 말 것’이라고 적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오후 세 시, 민석은 회사에서 받은 정식 자료제공 거절 사유를 읽었다. 원본 전체를 복사해 달라는 이전 요청은 제삼자의 개인정보와 내부 영업정보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석은 예전 같으면 무언가를 감추려는 증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세린과 함께 범위를 좁혀 재신청했다. 필요한 것은 타인의 잔액이 아니라 상태 코드가 언제 어떤 승인을 거쳐 바뀌었는지였다. “서류 하나 받으려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요?” 준성이 물었다. “이상하게도 시간을 아끼려고 만든 시스템을 조사하는 데 제일 오래 걸리네요.” 하은이 답했다. 하은은 웃은 뒤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도 감사로그의 작성 시간, 승인자 역할, 검토 결과만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 계좌번호가 없어도 잘못된 규칙이 생긴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민석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방향에서 싸웠는지 떠올렸다. 누가 백억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것보다, 왜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것을 이미 확인했다고 적었는지 묻는 것이 먼저였다. 서윤에게는 기사 제안을 철회하겠다는 피해 주장자의 연락이 왔다. 당사자는 가족이 사건에 연루되는 걸 걱정했다. 서윤은 인터뷰 원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취재를 거절하는 사람의 이유까지 보도할 권리는 없었다. 그날 저녁 민석은 편집국 근처에서 서윤과 만나 뜨거운 차를 마셨다. “우린 계속 남의 비밀을 조심해야 하네요.” “네. 그런데 그 비밀을 조심한다고 잘못된 시스템까지 그냥 둘 수는 없잖아요.” 민석은 잔을 내려놓았다. 대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그가 이제 맡을 수 있는 유일한 보관인의 역할 같았다. 저녁에는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 서문재였다. 그는 평소와 달리 깔끔한 양복 대신 낡은 회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2018년 자료를 찾고 있다면서요.” “알고 계신 게 있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문재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2018년 당시 외부 심사 회의의 참석자 목록을 기억해 적어 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본 회의록이 없으므로 그것은 개인 메모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세린은 제출 경위를 따로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반대했던 사람은 없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있었어요. 완료되지 않은 지급을 완료된 것으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업팀은 그게 단지 화면의 표시 문제일 뿐이라고 했죠.” “누가 그 말을 했죠?” 문재는 이름 대신 빈칸을 짚었다. “지금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기억을 틀렸을 수도 있어요. 회의 참석자 중 누구 하나의 인생을 제 기억만으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이 책임 회피인지 신중함인지 민석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둘러 몰아붙이지 않았다. 밤 열한 시, 하은에게 내부 메일 보존 확인이 도착했다. 2018년 예외 조항은 단독 승인 문서가 아니었다. 먼저 작성된 시스템 반대 의견서와 붙어 있었고, 반대 의견의 존재를 인정한 상태에서 영업용 표시만 운영하겠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그러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준성이 말했다. “그렇다고 정상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하은이 답했다. “조건을 지켰는지 확인해야 해요.” 민석은 문서를 마지막까지 읽었다. 조건은 하나였다. ‘원본의 이의 신청이 확인된 경우, 자동 종료 예외는 즉시 중단한다.’ 2016년 10월 25일의 신청은 이미 그날 존재했다. 누군가 그 사실을 2018년에 알았는지, 알 수 있었는지가 이제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그때 보관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11월 30일 예정된 공식 대조에는 2018년 예외 조항 적용 기록도 함께 제출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신청인의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였다. 민석은 전화를 끊고 창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서윤 씨. 기사를 미뤄도 될까요?”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이건 누군가의 잘못을 발표하기 전에 그 사람이 왜 십 년을 기다렸는지 들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래의 잔액은 매일 바뀌어도, 기다린 열 해는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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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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