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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83화
PAYLUA ORIGINAL · 제83화

83화. 비공개 신청인의 조건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56자

오프라인 책장
신청인이 공개하겠다고 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과 2016년 근무지를 정식 대조기관에만 알리고, 기사에는 가명을 사용한다는 것.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금액은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강민석에게는 단 하나의 질문을 전달해 달라는 것. ‘그날 당신은 왜 원본 상자를 직접 옮겼습니까?’ 민석은 그 질문을 세 번 읽었다. 자신도 대답을 확신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보안 담당자가 외부 운송 차량을 취소했고, 퇴근하지 못한 자신에게 상자를 맡겼던 장면은 기억났다. 그러나 누가 운송을 취소했는지, 왜 다른 직원은 서명을 거부했는지는 희미했다. 준성이 물었다. “그냥 옮겼다고 하면 안 되냐?” “상자만 옮긴 게 아닌 모양이야.” 민석은 서류를 넘겼다. 자신이 택시비 48,000원을 냈던 사실, 기관 직원에게 상자를 인계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누가 사본 B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빈칸이었다. 세린이 조언했다. “확실히 기억나는 것과 기록으로 확인한 것을 나눠 적으세요. 모르는 부분을 채우려고 하지 마시고요.” 민석은 신청인에게 전달할 답을 두 문단으로 썼다. 그는 상자를 옮겼다. 그 이유가 모든 사람의 지급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멋있게 포장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에게 그렇게 요청했는지, 왜 운송 업체가 취소됐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적었다. 그날 점심, 서윤의 편집장에게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에는 민석이 2016년 보관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메시지는 짧았다. ‘미래 보관인이라는 인물이 이미 십 년 전부터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편집장은 흥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서윤이 사실과 의혹을 구분해 보도해 온 덕분이었다. 그는 사진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진만으로는 어떤 계약인지 알 수 없습니다. 돈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고요.” 서윤이 답했다. 원본 사진을 검토한 결과, 서명하던 종이의 제목 일부가 보였다. ‘원본 이관 인수 확인서’. 택시비 48,000원에 대한 간이 영수증은 다른 종이였다. 촬영자는 두 장을 잘라 한 장처럼 이어 붙였다. 서윤은 편집장에게 비교 자료를 보냈다. 이 사건은 여전히 누군가의 이야기로 돈을 벌려는 사람에게 매력적이었다. 한 시간 뒤 익명의 계정이 같은 조작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 제목은 훨씬 노골적이었다. ‘100억 원의 주인, 알고 보니 보관 담당자.’ 민석은 댓글을 읽다가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반박하고 싶은 문장이 수십 개 떠올랐지만,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는 동안 진짜 신청인은 또 뒷전으로 밀릴 터였다. “화나지 않아요?” 하은이 물었다. “화나요. 그런데 저 사진에 대답한다고 돈 안 받은 사람의 입금 내역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세린은 조작 사진의 원본 자료와 비교본을 보존하고, 필요한 정정 요청만 하자고 했다. 서윤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제목에 올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는 더 노골적인 연락이 왔다. 자신을 금융상담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민석의 계좌에 나타난 48,000원과 천 원을 언급하며 사건을 대신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상담료만 내면 보관인 문제도 사라진다는 주장이었다. “제 이름과 금액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인터넷에 다 나와 있잖아요. 저희는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합니다.” 민석은 통화를 길게 끌지 않았다. 자신이 제공하지 않은 정보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확인하고, 상대에게 더는 개인 거래를 제안하지 말라고 했다. 금융기관과 세린에게 사실을 전달했고, 수상한 계좌나 수수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준성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백억 얘기 꺼냈을 때는 부자가 될 줄 알았지. 지금은 그 얘기로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네.” “그래서 그분 이름이 안 알려져야 하는 거야.” 민석이 말했다. “십 년 동안 돈을 받았다고 우겨 온 사람들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번엔 돈을 받아 주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또 고생하면 안 되잖아.” 서윤은 편집장에게 제안했다. 거짓된 확정 금액을 광고로 내세우는 업체의 접근에 주의하라는 일반 안내를 기사 하단에 넣자는 것이었다. 편집장은 동의했지만 사건 당사자의 명의를 내세우지는 말라고 했다. 밤이 되자 조작 사진을 올린 계정은 게시물을 지웠다. 그러나 그 화면을 복사한 다른 계정들은 이미 소문을 퍼뜨린 뒤였다. 준성은 ‘삭제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려다 민석의 얼굴을 보고 말을 삼켰다. 기록은 지워지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퍼졌는지 모르게 될 수도 있었다. 늦은 오후 신청인의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문장 대신 열두 글자의 번호 일부였다. 기관이 동일 사건에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접수번호의 앞자리였다. [16-1025-P01-****] 혜라는 해당 번호의 보관 위치를 대조한 뒤 한참 말을 잇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민석이 물었다. “P01이요. 보관기관에서는 첫 번째 지급 요청이라는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투자사 집계표에서는 다른 의미입니다.” “뭔데요?” “‘첫 번째 지급 완료’입니다.” 작은 차이였다. 요청과 완료. 받으려던 돈과 받았다고 기록된 돈. 그러나 그 차이가 십 년 뒤 천억 원의 평가 자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었다. 민석은 책상 앞에 앉아 2016년 상자 사진을 열었다. 테이프 아래에 가려진 손글씨가 보였다. ‘P01부터 확인. 서명 전.’ 그 필체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십 년 전 누군가 민석보다 먼저 문제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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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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