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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81화
PAYLUA ORIGINAL · 제81화

81화. 돈보다 먼저 온 날짜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283자

오프라인 책장
윤혜라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을 때, 강민석은 메모장에 같은 날짜를 세 번 적고 있었다. 2016년 10월 25일. 자신이 마지막으로 원본 상자를 옮긴 날. 열 해 동안 폐기됐다고 믿었던 사본 B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 날. 그리고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신청인이 ‘받지 못한 돈의 출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날. “그분이 직접 연락하겠다고 하셨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아뇨. 대리 접수 창구를 통해 절차를 재개하겠다는 뜻만 전달했어요. 본인 확인과 자료 열람 동의는 별개입니다.” 혜라는 말끝을 분명하게 했다. 십 년 전 신청인이 연락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이름과 삶을 추적해도 좋다는 허락은 아니었다. 민석은 그 사실을 수첩의 첫 장에 다시 적었다. 준성은 그 옆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원장은 11월 30일 아홉 시라는데, 신청인은 벌써 연락했잖아. 그러면 예측이 틀린 거 아냐?” “접수 의사를 밝힌 것과 실제 접수가 완료되는 건 다르겠지.” “아니면 누가 아홉 시로 일정을 잡아 놓고 원장에 미리 넣었거나.” 그럴듯했다. 너무 그럴듯해서 민석은 오히려 속이 서늘해졌다. 자신을 놀라게 했던 수많은 ‘미래 정보’가 누군가의 예약 화면이라면, 그는 그동안 미래를 본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계획을 엿본 셈이었다. 다음 날 오전, 세린은 작은 회의실의 자리 배치를 바꿨다. 기다란 테이블의 머리 쪽을 비우고 모두 같은 방향으로 앉도록 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신청인을 심문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오늘은 신청인의 이름이나 계좌를 전달받는 날이 아니었다. 보관기관이 공개할 수 있는 2016년 문서 목록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혜라는 봉인된 목록 사본을 펼쳤다. [2016.10.25 15:40 — 지급 원본 대조 마감] [2016.10.25 16:12 — 반출용 사본 B 생성] [2016.10.25 16:59 — 추가 열람 요청 접수] [2016.10.25 17:08 — 원본 상자 이동 확인] “시간이 거꾸로 보이네요.” 서윤이 말했다. “어떤 의미로요?” “신청인이 돈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시각은 네 시 오십구 분인데, 그 전에 사본 B가 만들어졌잖아요.” 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사본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최소한 그날 생성된 첫 번째 사본은 신청보다 먼저 존재했다. 준성이 펜 끝으로 16시 12분을 짚었다. “그렇다면 신청이 사본 유출의 원인이라는 말도 아직 못 하겠네요.” “맞아요. 반대로 그 신청 덕분에 사본이 밖에 나간 사실이 남았을 가능성은 있지요.” 민석은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창고의 차가운 바닥, 물기가 스며든 상자 모서리, 그리고 자꾸만 종료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던 사람. 그가 기억하는 시계는 복도 끝에 있었다. 분침이 다섯 시를 지났던 것 같았다. 그러나 기억은 증거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그날의 영수증만 남아 있었다. 택시비 48,000원. 서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신청서에 지급 금액이 적혀 있나요?” “원본의 금액란은 비공개입니다. 하지만 목록에 기재된 요구 사항은 알려 드릴 수 있어요.” 혜라는 짧은 문장을 읽었다. ‘완료 처리된 것으로 표시된 첫 번째 지급 기록의 실제 도착 여부를 확인해 달라.’ 민석은 의자 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완료 처리됐는데 돈이 안 들어왔다는 겁니까?” “그렇게 주장한 신청이 있었다는 것까지만 확인됩니다. 실제 미지급인지는 대조해야 합니다.” 서윤이 메모했다. 완료 표시와 실제 입금은 다르다. 그 문장은 지금까지 사건을 끌고 온 모든 것의 시작 같았다. 쉬는 시간, 민석은 2016년 당시 창고 담당자를 찾을 수 있느냐고 혜라에게 물었다. 혜라는 오래된 명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연락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기관이 필요한 범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분이 왜 상자를 옮겼는지 아실지도 몰라서요.” “기억이 남아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십 년이 지났으니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민석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오래전의 기억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그날 커피를 누가 사 왔는지, 비가 언제부터 왔는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지갑에 남아 있던 영수증과 업무 인계 표의 마지막 글씨뿐이었다. 서윤은 민석에게 기사에서 그를 ‘정산 문제를 처음 밝힌 사람’이라고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십 년 전 어딘가에서 받지 않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이 먼저 있었다. “나를 주인공으로 쓰지 말고, 절차가 왜 여기까지 늦어졌는지를 써 줘요.” “그 사람의 동의가 없다면 개인 이야기는 싣지 않겠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더 어려운 거예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과 알려도 되는 건 다르니까.” 준성은 대화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소설이라면 이름 하나 밝혀지는 순간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질 텐데.” “현실은 퍼즐이 아니라 사람이야.” 민석이 말했다. 그날 점심에는 서윤이 자신이 쓴 이전 기사에서 ‘확정 자산’처럼 읽힐 수 있는 문장에 정정 안내를 덧붙였다. 민석은 처음에는 그런 수정이 약점처럼 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정한 기록까지 남기는 일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원장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하은이 회사의 운영 변경 공지를 전달했다. 050-C 계정은 중지됐지만, 일부 외부 조회 화면에는 변경 전 값이 하루 이상 남을 수 있었다. 이미 내려받은 서류도 있었다. 허위 보관인 정보가 지워지려면 거래마다 별도의 정정 통보가 필요했다. “돈을 돌려주는 일보다 잘못된 확신을 지우는 일이 오래 걸리네요.” 민석이 말했다. “거짓 정보는 복사하기 쉽고, 정정에는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하은이 답했다. 집으로 돌아온 밤, 민석의 휴대전화에 흰 원장이 켜졌다. 사라진 줄 알았던 검은 부분에 새로운 줄이 있었다. [대조 예정 시각: 2026.11.30 09:00] [첫 번째 기록: 지급 완료] [신청인 주장: 미수령] [불일치가 유지될 경우: 050번 보관인 재검증] 민석은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그가 간신히 멈춘 대리권 검증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다시 나를 보관인으로 넣겠다는 건가.” 민석은 어느 것도 누르지 않고 화면을 촬영했다. 그리고 세린에게 원장의 표시를 보냈다. 누가 첫 번째 돈을 받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겼다. 돈을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면, 왜 다른 사람에게 그 돈의 주인을 대신할 권한이 생기는가. 그 질문의 답은 십 년 전 장부가 아니라, 누군가 장부 위에 덧씌운 규칙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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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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