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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폐기되지 않은 시험 파일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186자

오프라인 책장
그들은 세온기록관리의 복사 이력 열람 신청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자료실 복도는 오래된 서류 냄새가 났다. 종이가 습기를 머금었다가 말라붙은 냄새는 민석에게 2016년의 밤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도 그는 이 냄새를 맡으며 원본 상자를 밀고 있었다. “시험 파일이 남아 있었다고 해서 지금 원장이 그 파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황기태가 말했다. “알아요. 그런데 파일 이름이 너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요. 비슷하게 보이게 만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기태는 증거를 세 줄로 분리해 적었다. 파일 이름이 존재했다. 누군가 폐기를 확인하지 않았다. 실제 2026년 중계 시스템에 같은 코드가 쓰였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민석은 그 구분을 지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혜라는 다시 한 번 만나 2016년 당시의 기술 구조를 설명했다. 개발팀은 실제 수취인 정보가 지워진 자료로도 대조 화면이 제대로 뜨는지 시험해야 했다. 그래서 가상의 이름과 금액을 넣는 테스트 원장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현실의 권리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확인 수취인이 있으면 어떻게 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정상 설계에선 빈칸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시험 설계에서는 보관 담당자 이름을 넣고 '정산 완료'로 표시하는 지름길이 있었어요.” 민석이 웃지도 못한 채 말했다. “제가 막으려던 지름길이네요.” “맞아요. 테스트에서 그런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주고 폐기할 생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빠른 정산 알고리즘이라고 불렀고요.” 그날 오후 익일금융 내부 감사팀에서 답변이 왔다. 조하은은 직접 문서를 작성해 대조했다. 시험 파일 이름과 유사한 모듈이 2026년 중계 서비스의 테스트 폴더에 존재했다. 기능 설명에는 '수취인 미입력 시 관리자 프로필을 대체 입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거래 시스템에서 테스트 폴더를 불렀다는 뜻입니까?” 세린이 물었다. “그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하지만 설정 값이 생산 환경의 참조 목록에 들어 있다는 건 확인됐어요. 누군가 승인 절차를 건너뛴 건지, 이관 작업에서 빠진 검사가 있었는지는 외부 점검이 필요합니다.” 정태겸의 사무실에서 시험 모듈 도입을 요청한 검토 의견도 확인됐다. 단, 서류에는 기술적 위험을 검토한 개발팀의 반대 의견이 함께 붙어 있었다. 준성이 말했다. “태겸이 직접 만든 거네.” “도입 검토 의견이 있다는 사실과 직접 개발했다는 사실은 달라요.” 하은이 바로잡았다. “그는 사업 책임을 설명해야겠지만, 누가 코드를 바꿨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민석은 동의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하나를 범인으로 정하면 잠깐 속은 시원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그 사람 뒤에서 움직이는 구조를 놓칠 수 있었다. 오후에는 기태가 공개된 제품 설명서를 토대로 데이터 흐름을 그렸다. 실수로 남은 개발용 값은 검증 과정에서 다시 빈칸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새 중계 화면에는 빈칸 대신 관리자 코드가 들어간 뒤, 그 값이 끝까지 유지되도록 된 설명이 있었다. “기록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도 정보인데, 이 프로그램은 그걸 실패로 취급했네요.” 민석이 말했다. “찾지 못했다고 알려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완료율'이 떨어집니다. 누군가는 빈칸이 없는 대시보드를 더 높은 성능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어요.” 기태는 숫자 두 개를 적었다. 열람 화면에서 100퍼센트로 표시되는 확인율과, 실제 당사자에게 송금이 확인된 비율이었다. 두 숫자는 같을 이유가 없었다. 준성이 연필을 돌리며 말했다. “회사가 빈칸을 싫어해서 사람을 만들었는데, 그 사람이 하필 너였다는 거네.” “아직은 제 이름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확인되지 않았어.” 민석이 답했다. “내가 도와준 일도 아니고, 내가 막으려던 일도 아닌 무언가가 중간에 있었을 수 있으니까.” 그 말은 준성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했다. 민석은 누군가의 숨겨진 역할을 짐작하면서도, 당사자가 대답하기 전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해 질 무렵, 서윤은 오래된 익일금융 홍보 자료를 발견했다. '미래에 받을 권리를 오늘의 확실한 금액으로 전환한다'는 문구 아래 가상의 사례가 소개돼 있었다. 사례 속 사람은 월급을 받지 못했는데도 정산이 완료된 것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누락된 수취인 이름을 대신 입력한 사람은 '관리자 강민석'이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잖아요.” 서윤이 말했다. “이름까지 들어가 있네요.” “이 자료가 실거래용이었는지 홍보용이었는지부터 확인해요.” 민석이 답했다. “그건 확인해야죠. 그래도 이미 이런 이야기를 팔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에요.” 민석은 머리가 띵했다. 십 년 전 폐기된 줄 알았던 시험 기능이, 이제는 투자를 설득하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밤 아홉 시, 외부 보존 기관의 임시 회신이 왔다. 사본 B는 폐기 완료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시연·검증용 한시 대여'라는 항목이 있었다. [대여 종료일: 2036년 11월 20일] [대여 승인 후보: 강민석] [서명 검증: 미완료] 준성이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아니, 또 십 년 뒤야?” 민석은 무릎 위의 수첩을 펼쳤다. 그 날짜는 이제 미래에서 온 편지라기보다 누군가가 미래까지 권한을 연장할 때 쓴 날짜처럼 보였다. 그는 세린에게 물었다. “제가 이걸 지금 취소한다고 서명하면 어떻게 되나요?” “당신이 실제 승인자가 아니라면 취소할 권한도 없을 수 있어요. 먼저 원본 대여 계약과 서명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그때까지 사람들 돈은 계속 묶입니까?” “실제 지급 의무와 이 시험 파일의 문제를 나눠 대응해야죠. 시험 파일의 진위를 기다리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청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어요.” 그 답을 듣자 민석은 처음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둘로 나눌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누가 파일을 썼는지 묻고, 다른 한쪽에서는 은정과 범우가 자기 이름으로 실제 돈을 돌려받는 절차를 계속하는 것. 밤이 깊어 갈 무렵 흰 원장이 켜졌다. [2036년 연결 상태: 정상] [2026년 연결 상태: 제한] [접속 유지 조건: 다음 동의서 제출] 화면 아래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강민석 — 2016년 승인 완료.' 이제 민석은 그 도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만 놀라지 않았다. 그 아래에 적힌 대여 종료일과 서명 검증 상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거짓말 자체가 아니었다. 확인하지 못한 거짓말이 사실처럼 일하는 시간이 십 년이나 주어졌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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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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