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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73화. 원본 대조인 윤혜라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287자

오프라인 책장
윤혜라는 현재 기록 보존 연구소의 문서 복원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으나 연락을 받게 하는 일은 달랐다. 서윤이 공식 대표 번호로 취재 요청을 남긴 뒤 그날 저녁 짧은 회신이 왔다. '2016년 프로젝트의 참여 사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 관계를 대신 답할 수 없습니다. 확인할 문서 목록을 먼저 보내 주십시오.' 준성은 메시지를 읽고 혀를 찼다. “여기도 절차, 저기도 절차네.”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야.” 민석이 답했다. “누가 맘대로 전화번호를 넘겼다면 오히려 무서웠을걸.” 서윤은 질문지를 세 문장으로 줄였다. 2016년 10월 25일 종료 원본의 마지막 대조에 참석했는지, 항목 050을 사람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정이 있었는지, 민석이 서명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는지. 답변을 기사에 싣기 전에 사실 확인과 인용 승인을 별도로 요청하겠다는 문구도 붙였다. 다음 날 연구소 자료실에서 만난 혜라는 예상보다 차분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반백의 머리카락을 단정히 묶고, 투명한 파일에 종이 세 장을 넣어 왔다. 책상에 놓인 손수건에는 오래된 잉크 얼룩이 있었다. “강민석 씨를 기억합니다.” 민석은 숨을 들이켰다. “어떤 사람으로요?” “빨리 끝내고 싶어 하던 젊은 직원이었어요. 서류에 문제가 있어도 일단 도장을 찍고 다음 날 수정하면 안 되느냐고 묻던 사람.” 준성이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 민석은 귀가 뜨거워졌다. “그건 좀… 저 같네요.” “그날 새벽에는 달랐습니다.” 서윤은 혜라에게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모두 펼쳐 보이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먼저 들려주면 십 년 전 기억을 그 추측에 맞춰 재구성할 수도 있었다. 대신 날짜만 적힌 종이와 현장 메모의 사본을 보여 주었다. “그날 기억나는 소리가 있습니까?” 혜라는 오래 생각했다. “새벽 두 시쯤 복도 끝에서 복사기가 멈추는 소리가 났어요. 급하게 출력하던 종이가 걸렸죠. 누가 종이를 찢으려고 하니까 강민석 씨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기록이 훼손된다고.”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복사기 뚜껑을 열고 걸린 종이를 한 장씩 빼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종이가 실제로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제가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었나요?” “그날만은 그랬습니다.” 혜라가 말했다. “그 전에는 어떻게든 퇴근하고 싶어 보였는데, 마지막에는 담당자 이름 한 글자도 고쳐 쓰지 못하게 하더군요.” 준성이 작게 웃었다. 민석도 웃으려다가 멈췄다. 자신이 남은 이유가 의로운 결심 하나였는지, 실수한 종이를 바로잡으려는 두려움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혜라의 기억에는 적어도 구체적인 시간과 행동이 있었다. 혜라는 종이를 꺼냈다. 종료 회의의 현장 메모였다. 참석자명, 시간, 폐기 검토 대상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문서의 맨 마지막에는 민석의 손글씨와 비슷한 짧은 문장이 있었다. '누가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은 내역은 보관만 할 것.' “이 글은 제가 쓴 건가요?”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억만으로 확정하지 마세요. 보존된 원본과 필적을 대조할 수는 있어요.” 민석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반가웠다. 십 년을 뛰어넘는 메시지보다, 본인도 틀릴 수 있다고 말하는 증인이 더 믿을 만했다. “당시에 050번은 뭐였습니까?” 세린이 물었다. “수취인을 모르는데도 기록을 버릴 수 없을 때 잠시 남겨 놓는 칸이요. 그 칸에 들어간 것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강민석 씨는 왜 보관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까?” 혜라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 종이를 내밀었다. 장기 보관 위탁 계약서 초안이었다. 보관인 서명란에는 기계로 인쇄한 '강민석'이라는 글자가 있었으나 실제 자필 서명은 없었다. 주석에 '연락 담당자명 자동 입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계약이 완성되기 전에 담당자 이름을 넣어 둔 겁니다. 강민석 씨가 그 이름을 지워 달라고 했어요. 연락 담당자가 되는 것과 기록에 관한 법적 권한을 갖는 것은 다르다고요.” 민석의 머릿속에서 유리문이 잠기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장부와 상자를 옮기며 누군가 문을 열라고 외쳤다. 당시의 자신은 종이에 잘못 인쇄된 이름 하나를 지우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날 남았습니까?” “제가 늦게 도착했거든요.” 혜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고용 관계가 끝나는 직원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외부 대조인으로 배정된 제가 도착했어요. 그때까지 누군가 원본을 들고 있어야 했는데 정도현 씨는 보관실 안에서 다른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죠. 강민석 씨가 현관에서 제 확인 서류를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사람이었다. 민석은 눈을 내리깔았다. 흰 원장의 말은 맞는 듯 보였지만 이유는 달랐다. 그가 기다린 마지막 사람은 미래의 자신도, 숨겨진 큰손도 아니었다. 잘못된 서명을 막아 줄 외부 대조인이었다. “그럼 그날 제가 실수했다고 말한 건요?” 혜라는 세 번째 종이를 꺼냈다. 봉투의 목록이었다. '사본 A — 반환 원본' '사본 B — 개발용 시험 파일' '사본 C — 외부 대조 전송용' 사본 B 옆에는 붉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개발용 시험 파일은 폐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폐기 완료 확인서에 제 서명이 없었어요. 제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내보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디로요?” “그때는 정확히 몰랐습니다. 최근에야 경로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았어요.” 혜라는 명함 뒤에 자료 보존 기관의 정식 열람 신청 번호를 적었다. 특정 회사나 개인의 비밀을 몰래 빼내자는 제안이 아니었다. 기록의 소유권자와 기관이 확인된 뒤 복사 이력을 열람할 수 있는 신청 절차였다. 민석은 봉투의 세 줄을 번갈아 보았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실수는 미래의 사람을 불러낸 일이 아닐 수 있었다. 원본을 지키느라 시험 파일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 일. 그때 혜라가 조용히 덧붙였다. “강민석 씨.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게 있어요. 시험 파일에는 실제 이름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었군요?” “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시험 파일에 들어 있는 건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나중에 채울 수 있는 규칙이었으니까요.” 서윤이 펜을 내려놓았다. “어떤 규칙이요?” 혜라는 파일 이름을 또박또박 읽었다. 'RETURN_2036 — 누락 수취인 자동 대체 시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민석은 원장의 검은 화면이 떠올랐다. 2036년의 강민석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십 년 전에 버렸어야 할 시험 파일에서 처음 만들어졌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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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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