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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내일을 받는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177자

오프라인 책장
민석은 새벽 세 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자신이 받은 음성메시지는 두 번만 재생했다. 더 들으면 목소리만으로 누군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십 년 전 기억을 여러 번 잘못 믿을 뻔했다. 목소리를 알아들었다는 이유로 생사나 신원을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 기태가 메시지 파일의 기본 정보를 확인했지만 발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 서윤은 기사의 후속 취재와 음성메시지를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누가 보냈는지 확인될 때까지는 별개였다. 아침 일곱 시, 창밖이 옅게 밝아졌다. 민석은 손에 쥐고 있던 서윤의 수첩을 펼쳤다. 첫 페이지부터 읽었다. 확인한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다. 그는 자신에게 묻는 질문을 하나 지웠다. '나는 언제 천억을 갚게 되지?' 대신 다른 질문을 적었다. '이 돈의 주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누가 나를 보관인으로 세웠지?' 오전에는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최은정이 자신이 제출한 반환 요청서에 관한 추가 안내를 받았다고 연락했다. 오래된 천 원의 지급 의무를 검토하는 기관이 관련 회사에 실제 송금 증빙을 요구했고, 회사는 그 돈을 지급 완료로 처리한 근거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다 됐다고 연락 올 줄 알았는데 또 확인하래요.” 은정이 말했다. “그래도 지난번과 달라진 점이 있어요. 이제 누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종이에 적혀 있잖아요.” “그렇죠. 내가 받았다고 우기지는 않네요.” 은정의 웃음에는 피로가 섞여 있었다. 민석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숫자 하나가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원장보다, 실제 돈이 도착할 때까지 확인하겠다는 당사자의 태도가 믿음직했다. 오후 두 시, 세온기록관리에서 050번과 관련한 오래된 자료를 추가로 제공했다. 공식 보관 계정에는 세 개의 하위 항목이 있었다. [050-A: 수취인 미지정] [050-B: 보관인 지정 보류] [050-C: 반환 확인 문서 — 열람 제한] 050-C는 특정 조건을 충족한 이해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었다. 그 조건 중 하나가 '2016년 종료 시 당사자가 남긴 질문의 확인'이었다. “비밀번호 같은 건가?” 준성이 물었다. “그렇게 취급하면 위험해.” 기태가 말했다. “질문 자체가 누군가를 식별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답이 외부에 알려졌을 수도 있으니까.” 민석은 자료 하단에 실린 문장을 읽었다. '보관인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금액을 반환하기 위해 지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주인을 확인하지 못한 기록을 임의로 확정하지 않기 위해 남겨진다.' 도현의 영상에서 들었던 말과 같은 뜻이었다. 그러나 다음 줄은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보관인이 사라질 경우, 해당 칸은 임의로 이전되지 않는다. 마지막 확인자에게 원본을 보여 줄 것.' “마지막 확인자는 누군데요?” 민석이 물었다. 세온 직원은 관련 기록을 넘겼다. 본인 확인과 보관기관 절차를 거친 후 제한된 열람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원본이 있다고 했다. 오후 네 시, 민석과 서윤, 기태는 열람실로 향했다. 준성은 복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문을 열기 직전 민석의 손이 떨렸다. 도현의 동영상을 봤을 때보다 더 긴장됐다. 타인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가 또 나오리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화면이 켜졌다. 2016년 10월 25일. 젊은 민석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녹화 상태를 확인하던 그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나는 050번 항목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돈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친 얼굴이었다.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짙었고, 셔츠 소매에는 빗물이 말라 생긴 얼룩이 남아 있었다. “나중에 내 이름이 이 칸에 들어가 있다면, 그건 내가 돈의 주인이라는 증거가 아닙니다.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남겨 주세요.” 젊은 민석은 종이를 들어 올렸다. 거기에는 48,000원짜리 영수증이 붙어 있었다. 오늘의 민석은 마치 거울 속 자신의 손에 영수증을 쥐여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본을 옮기는 비용은 내가 먼저 냈습니다. 그 사실 때문에 지급 확인서를 쓰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내가 대신 받은 돈은 없습니다.” 영상 속 민석은 잠시 창밖을 봤다. 먼 곳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이 자료가 십 년 뒤에 남아 있다면, 그때는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못 찾았다면, 내가 했던 실수부터 다시 확인해 주세요.” 현재의 민석은 눈을 감았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 '실수'라는 단어였다. “그날 나는 프로그램을 멈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본 하나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어요.” 영상이 갑자기 끊겼다. 보관기관 직원이 파일의 일부에 손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석은 화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무슨 원본이요?” 대답할 사람은 화면 안에도 밖에도 없었다. 서윤은 민석의 팔을 잡았다. “지금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 하나 남아 있다는 건 알았죠.”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가르쳐 준 것과 같은 일이었다. 없는 답을 지어내지 않고 빈칸을 남겨 두는 것. 열람실을 나오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은행의 공식 앱 알림이었다. [입금: 1,000원] [거래 시각: 2026년 11월 20일 16:42] 민석은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 금액은 최은정이 돌려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돈과 같았다. 준성이 입을 벌렸다. “설마 은정 아주머니 천 원까지 네 통장으로 보낸 거야?” “아직 그렇게 말할 수 없어.” 민석은 공식 앱에서 거래를 다시 열었다. 48,000원 때처럼 표시 메시지와 실제 송금인이 일치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입금 내역 자체는 분명했다. [송금 메시지: RETURN_050] 그는 서윤과 기태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050번은 아직 수취인이 미지정인 보관 항목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으로 또 실제 돈이 움직였다. 민석은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거래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결정을 한 뒤에야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 그때 흰 원장이 열렸다. [2036년 11월 20일 16:42] [현재 연결된 보관인: 2명] “둘?” 민석이 중얼거렸다. 기태가 손을 들어 화면을 가리켰다. 그는 섣불리 시간을 뛰어넘는 통신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같은 이름의 계정을 두 번 로그인시킨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은 두 사람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연결 A: 강민석 — 2026년] [연결 B: 강민석 — 2036년] 화면 아래에 글자가 느리게 떠올랐다. '너는 오늘 천 원도 쓰지 않았구나.' 그리고 곧바로 다음 문장이 나타났다. '잘했어. 하지만 그 돈을 네 계좌로 보낸 사람은 내가 아니다.' 민석의 목이 말랐다. 그는 화면에 답장을 쓸 수 있는 칸이 생긴 것을 보았다. 처음으로 흰 원장이 먼저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대신 텅 빈 입력창 하나를 내밀었다. [상대방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문장만.] 민석은 손가락을 올렸다. 묻고 싶은 것은 수백 가지였다. 십 년 뒤의 자신이 살아 있는지, 돈을 벌었는지, 서윤과 준성은 어떻게 됐는지, 그동안 지킨 사람들은 제 몫을 찾았는지. 그러나 그는 질문을 하나로 줄였다. '그 돈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잠시 뒤, 화면에 답장이 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나 혼자일 줄 알았는데.' 마지막 문장이 나타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부터 확인해.'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서윤과 기태는 모두 그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성은 유리문 너머 복도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 열람실 안에서 직원이 황급히 뛰어나왔다. “강민석 씨. 잠깐 돌아와 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열람하신 2016년 영상의 원본 보관 기록에 마지막 접속자가 추가됐습니다.” “누가 접속했는데요?”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민석 씨요. 그런데 접속 완료 일자가…” 그는 종이를 내밀었다. '2036년 11월 20일 16:42.' 민석은 종이를 바라봤다. 흰 원장과 똑같은 시간이 인쇄돼 있었다. 누가 조작한 기록인지, 왜 십 년 뒤의 시간이 표시됐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었다. 이번에는 미래의 잔액만이 아니라, 원본을 보관하는 현실의 시스템에도 그 날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은행 앱에는 아직 주인을 확인하지 못한 천 원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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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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