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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67화
PAYLUA ORIGINAL · 제67화

67화. 천 원의 행방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020자

오프라인 책장
최은정의 수선집 앞에는 붉은 털실이 걸려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실타래가 유리문에 가볍게 부딪혔다. 민석은 오전에 도착한 회신서를 들고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천 원짜리 일을 두고 너무 많은 사람이 움직인다고 은정이 생각할까 봐서였다. “들어와요. 거기 서 있으면 손님인 줄 알고 내가 일어나야 하잖아.” 은정은 재봉틀을 멈추고 안경을 벗었다. “결과가 왔다면서요?” “네. 다만 지급 완료라는 뜻은 아니에요.” 민석은 회신서를 펼쳤다. 예전 장부에 적힌 '수취인 동의 완료'가 원본 없이 입력된 것으로 확인돼, 정정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천 원을 반환할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은정은 문장을 따라가며 오래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돈을 받은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내가 동의한 적 없다는 말이 종이에 남았잖아요.” 그녀는 재봉틀 아래에서 낡은 장부를 꺼냈다. 2016년 어느 날의 원단 주문과 바느질 값이 촘촘하게 적혀 있었다. 그 날짜 옆에는 작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이때 누가 천 원을 대신 받았다고 연락했어요. 나는 못 받았는데, 그쪽에선 처리됐다고 하더라고. 천 원 때문에 싸운다고 다들 웃었지.” “왜 끝까지 남겨 두셨습니까?” “천 원이 사라지는 일은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싫었지.” 민석은 수첩을 펼쳤다. 그 말 옆에 동그라미를 그었다. 한 시간 뒤, 은정은 확인할 수 있는 기록만을 사용해 공식 반환 요청서를 다시 작성했다. 민석과 세린은 필요한 절차를 설명했지만 서명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은정이 직접 읽고 직접 이름을 썼다. “내 글씨가 못생겨서 그렇지, 서명은 내가 할 줄 알아요.” 준성이 웃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은정이 눈을 흘겼다. “왜 웃어요?” “아뇨. 저희가 몇 달 동안 찾아 헤맨 답을 너무 쉽게 말씀하셔서요.” 은정은 한숨을 쉬었다. “말은 쉽지. 그걸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문제였지.” 점심에는 이범우가 연락해 왔다. 한때 잘못 공제됐던 73만 원을 돌려받았던 그는, 복잡한 금융 사건보다 아이의 학원비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이번 달 카드값이 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돈이 들어오니까 끝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 다른 회사에서 내 임금채권을 검증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내 이름이 또 쓰였나 봐요.” 민석은 표정을 굳혔다. “직접 동의하셨어요?” “아니요. 무슨 말인지도 몰랐어요.” 그는 문자 내용을 보여 주는 데 동의했고, 민석은 개인정보를 가린 상태로 기록했다. 반환받은 73만 원이 다시 미래의 자산 가치에 포함됐다는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돈을 여러 문서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오후 세 시, 한 작은 회의실에 여섯 사람이 모였다. 은정과 범우, 조하은이 알선한 외부 상담 창구를 통해 연결된 미지급 임금 당사자들, 그중 자신의 사연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윤은 녹음기를 켜기 전에 모두의 동의를 따로 확인했다. 기록을 남기되 기사에 실을지는 나중에 다시 묻기로 했다. 참석자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여성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코트를 벗지 않았다. 혹시 자신의 이름이 다른 곳에 남을까 봐 긴장된다고 했다. 서윤은 녹음하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하고 노트를 덮었다. 그제야 여성은 가방에서 오래된 노란 봉투를 꺼냈다. “내가 가져온 건 돈 달라는 서류가 아니에요.” 봉투 안에는 배우자가 생전에 보관하던 급여명세서가 있었다. 지급 완료로 표시된 줄이 한 장, 은행 거래 내역이 없는 날짜가 한 장.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이것들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봉투를 꺼낼 때 손이 흔들렸지만 목소리는 단단했다. “우리 집 이야기를 기자가 써 줘도 괜찮아요. 그런데 이름은 아직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서윤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사진을 찍거나 기사에 쓰기 전에 다시 묻겠습니다.” 여성은 봉투를 그대로 품에 안았다. 민석은 불현듯 한 사건의 숫자가 52건이라는 말이 얼마나 조잡한 분류인지 깨달았다. 어떤 항목은 한 사람의 한 달이었다. 어떤 항목은 가족이 십 년 동안 접어 둔 시간이었다. 둘을 더한다고 쉰두 명이 되지는 않았다. 젊은 배달기사가 입을 열었다. “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주에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근데 종이에는 '이전 분쟁에 대한 이의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옆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저는 그런 문장을 못 봤어요. 앱 화면에선 그냥 '다음 단계'였거든요.” “받아야 할 돈을 받으려면 무조건 눌러야 하는 줄 알았겠네요.” 서윤이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뭘 포기하는 건지도 몰랐어요.” 민석은 그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돈이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거절하라고 말하는 일은 쉬웠다. 그 대가를 대신 치러 줄 수 없는 사람이 명령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질문 하나만 했다. “어떤 문장을 확인하고 나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답을 했다. 계좌에 돈이 실제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람. 신청서를 종이로 받고 싶다는 사람. 집에 가져가서 가족과 상의하고 싶다는 사람. 어떤 대답도 틀리지 않았다. 은정이 천천히 말했다. “모르면 내일까지 기다려도 된다고 써 주세요. 누군가는 그게 제일 중요할 거예요.” 준성은 노트에 그 말을 큼지막하게 적었다. 회의가 끝나자 민석의 원장에는 뜻밖의 문구가 나타났다. [자동 대리 동의 전환: 6건 실패] [실제 반환 처리: 아직 확인 안 됨] “우리 때문에 여섯 건이 멈춘 건가?” 준성이 물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을 보류한 거지.” 민석은 대답했다. 그 순간 서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의 편집국으로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정산 프로그램 신규 약관’이라는 문서였다. 약관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선택을 보류한 이용자에 대해서는 장기 보관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 그 아래 보관인의 이름은 강민석이었다. 사람들이 누르지 않으면, 그들의 선택마저 민석의 선택으로 바꾸겠다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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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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