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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죽은 사람의 진술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371자

오프라인 책장
민석은 한동안 '정도현'이라는 이름만 바라봤다. “죽은 사람이 무슨 진술을 한다는 거야?” 준성이 물었다. “녹음이나 문서일 수 있지. 꼭 사람이 직접 나오는 건 아닐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민석은 자신이 왜 그 이름 앞에서 쉽게 놀라지 못하는지 알 수 없었다. 2016년 마지막 밤, 정도현은 누구보다 다급하게 원본을 금고로 옮기려 했다. 지금 눈앞의 화면은 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발신 회사가 설명하겠다고 약속한 시각에 민석과 세린, 기태는 작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회사는 익일금융이 아닌 '세온기록관리'라는 외부 보관 지원 업체였다. 연락은 업체가 먼저 걸어온 것이 아니라 은행에 제출한 조회 서류를 통해 정당하게 회신받은 절차 안내로 확인됐다. 세린은 참석자와 자료 제공 범위를 미리 기록했다. 업체 직원은 48,000원이 2016년의 미정산 경비 목록을 2026년 장기 보관 계정으로 이관하는 시범 처리 중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급 요청을 누가 승인했는지는 당장 증명하지 못했다. 회사는 문제를 확인한 뒤 추가 자동 지급을 중단했다고 했다. “왜 강민석 씨 계좌였나요?” 세린이 물었다. “보관 목록에 수취 후보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계좌를 어떻게 확보했죠?” 직원은 서류를 넘겼다. “작년 본인 확인 과정에서 제출된 정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동의 목적이 이번 지급까지 포함하는지 재검토 중입니다.” 민석은 기억을 더듬었다. 작년 자신에게 갑자기 보관 자료를 확인하라는 우편이 온 적이 있었다. 반송하려다 신분 확인 서류만 제출했다. 돌려받을 돈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당시에는 오래된 회사의 기록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신청서를 보낸 건 맞을 수도 있어요.” 세린은 그의 말을 막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동 지급이나 다른 사람의 채권 처리를 승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직원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보관 계정의 역사 자료가 열렸다. 2016년 종료 시점, 정도현이 남긴 동영상 진술 한 건이 목록에 있었다. 동영상 원본은 보관기관의 별도 승인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었고, 직원은 그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분이 살아서 말하는 건 아니군요.” 준성이 낮게 말했다. 직원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준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을 마셨다. 그날 오후, 예린은 2016년 시스템 파일에 숨어 있던 번호 체계를 복원했다. 반환 대상의 목록에는 001부터 049까지가 붙어 있었다. 050은 존재했지만, 개인 정보 입력 필드가 없었다. [항목 050] [유형: 수취인 미지정 보관] [금액: 입력 불가] [담당 역할: 보관인] [지급 처리: 당사자 확인 후 별도 판단] “그럼 쉰 번째 항목은 사람이 아니네요.” 민석이 말했다. “원본에서는 그래요.” 예린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원장에는 이걸 당신 이름으로 바꿔 놓았죠.” 황기태가 비교 화면을 열었다. 오류가 발생한 시점은 2016년 프로그램의 마지막 빌드가 아니라 2026년의 배포 기록 중 하나였다. 변경 이력에는 담당자 이름 대신 자동 마이그레이션이라는 항목만 남아 있었다. “이건 자동으로 실행됐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동이라는 글자 뒤에 누군가의 결정을 감출 수도 있습니다.” 민석은 '보관인'이라는 말을 입안에서 굴렸다. 왜 자신이 보관인으로 등록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보관인은 돈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것을 찾을 때까지 함부로 처리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마지막 반환 대상이 아니라면, 왜 원장은 내가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을까요?” “사람의 이름을 넣어야 처리 완료가 되도록 만든 거겠죠.” 기태가 말했다. “기계는 빈칸을 견디지 못하지만, 현실에선 빈칸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서윤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도현의 영상 공개 절차를 기다리던 보관기관이, 영상의 일부를 이해관계자에게 열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공개를 앞두고 누군가 그 영상을 근거로 보증상품 판매 안내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보자가 광고 문안을 보내 줬어요. 제목이 '사망자의 확인으로 완결된 미래 정산'이래요.” “동영상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요?” “그걸 모르니까 더 이용하기 쉬운 거겠죠.” 서윤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사망한 사람은 반박할 수 없으니까요.” 민석은 영상 열람에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보관기관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은 뜻밖에도 정태겸이었다. 익일금융 데이터사업본부장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었다. 태겸은 민석에게 다가와 얇은 안내서를 내밀었다. 표지에는 '정산권 실사 대상자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럴듯한 문구였다. 미지급액을 찾아 주고, 수취인의 시간을 줄여 준다니. 민석도 처음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서류에 서명하기만 하면, 지금까지 묶여 있던 돈을 먼저 지급할 수 있습니다.” 태겸이 말했다. “얼마나요?” “대상자마다 다릅니다.” 민석은 안내서를 넘겼다. 부록에는 '현재 지급 가능한 총액'이라는 항목이 있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실제 이체 확정액은 아님'이라는 각주가 붙어 있었다. “총액이라고 써 놓고 지급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작게 적었네요.” “금융상품 설명서는 원래 조건을 적습니다.” “그럼 조건을 큰 글씨로 써야죠.” 태겸은 한동안 민석을 바라봤다. 그는 자기가 악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조급한 고객을 달래는 직원에 가까웠다. “강민석 씨.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증명을 끝내려면 세월이 또 지나갑니다. 그사이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당사자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대리권을 가져오겠다는 겁니까?” 태겸은 안내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 “설명할 기회는 충분히 제공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내미신 서류부터 읽을 시간을 주세요.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요.” 태겸은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민석은 그 작은 반응만으로도 그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더 묻고 싶어졌다. “저도 그분의 마지막 말을 듣고 싶습니다.” 민석은 그가 손을 내밀어도 잡지 않았다. “먼저 묻겠습니다. 영상을 보기 전에 이미 그분이 무엇에 동의했는지 아는 척하는 광고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태겸의 미소가 사라졌다. “지금 중요한 건 과거를 회복하는 일이 아니라, 자산을 실제 가치로 바꾸는 일입니다.” “받지 못한 돈을 받았다고 적는 일을 말씀하는 겁니까?” 태겸은 대답 대신 출입증을 보여 줬다. 그 아래의 작은 문구가 민석의 눈을 끌었다. [열람 목적: 050번 보관인 교체] 누군가 이 자리에서 보관인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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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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