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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61화
PAYLUA ORIGINAL · 제61화

61화. 백억과 천억 사이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327자

오프라인 책장
[최종 반환 대상: 강민석] [예상 잔액: -100,000,000,000원] [돈의 소유자: 강민석 아님] 민석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열한 자리 숫자도 아니고 열두 자리 숫자였다. 그에게 처음 나타난 마이너스 백억 원의 잔액은 -10,000,000,000원이었다. 그런데 지금 표시된 액수는 마이너스 천억 원이었다. “십 배잖아.” 식당에서 돌아온 준성이 신발도 벗지 않고 그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뭐가?” “처음 숫자랑 지금 숫자. 원장은 둘 다 백억이라고 부르는데 금액이 달라.” 민석은 책상 서랍에서 첫날의 인쇄물을 꺼냈다. 종이를 뽑아 놓은 이유는 그때의 자신이 너무 들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화면에 나타난 백억 원을 보고 그는 종이를 두 장이나 인쇄했다. 한 장은 혹시 화면이 사라져도 믿을 수 있게, 다른 한 장은 혹시 돈을 쓸 날이 오면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지금 보니 두 장의 인쇄물은 똑같이 우스꽝스러웠다. '예상 잔액'이라는 글씨 아래 찍힌 숫자에는 분명 10,000,000,000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흰 화면에는 거기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둘을 같은 빚으로 부른다면, 숫자에 관한 이야기의 출발점부터 틀리는 셈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야겠네.” 민석이 말했다. “또?” “처음에는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했어. 그다음엔 어떻게 빚을 막지 생각했고. 이제는 누가 내게 그 숫자를 보여 줬는지부터 묻고 싶어.” 준성은 찢어진 노트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게. 우린 숫자만 보느라 화면을 만든 사람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네.” 준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 계산기를 켰다. 0의 개수를 두 번 세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네가 숫자 하나를 잘못 본 거 아니야?” “처음 화면은 캡처해 놨어. 그리고 지금 화면도 외부 카메라로 찍고 있어.” 책상 끝에 세운 카메라에는 흰 원장과 벽시계가 함께 잡혔다. 화면 속 초침은 분명히 움직였다. 십 년 뒤의 날짜를 내건 메시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한 줄짜리 문장만 깜빡였다. '마지막 한 건을 열지 마.' 민석은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막으려고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화면이 꺼지자 거실은 순식간에 평범해졌다. 세탁기가 멈추는 소리, 창밖을 지나는 오토바이의 배기음, 냉장고가 켜지는 소리. 그런데 그의 귀에는 한동안 숫자가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백억도 없는데 천억을 갚으래.” 준성이 중얼거렸다. “사기꾼도 적당히 해야지.” “나한테 갚으라는 게 아닐 수도 있어.” 민석은 서윤이 준 수첩을 펼쳤다. 첫 장에 세 개의 열을 그었다. '은행에서 확인한 사실', '종이에서 확인한 사실', '원장이 주장한 것'. 은행 열에는 48,000원을, 종이 열에는 천억 원 상당의 보관 증빙이 있다는 사실만 적었다. 원장 열에는 백억과 천억을 각각 따로 적었다. 준성이 고개를 기울였다. “둘이 같은 돈이 아니라는 거야?” “같은 돈이라고 확인한 사람이 없어. 종이에 천억이라고 써 있다고 천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석은 그제야 조금 숨이 쉬어졌다. 숫자가 커져서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숫자를 하나의 운명으로 믿기 시작한 자신이 두려웠다. 다음 날 아침, 황기태가 화면 녹화를 확인하러 왔다. 그는 기록 파일을 따로 복사한 다음 원본 파일의 해시값을 계산해 적었다. 영상을 조작할 수 없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이후에 파일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비교할 수 있었다. “이 날짜요. 2036년 11월 15일.” 기태가 말했다. “십 년 뒤의 시계처럼 보이지만, 미래에서 보내 온 정보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기기에 저장된 텍스트를 현재 시각에 맞춰 보여 줄 수도 있거든요.” “그럼 미래의 나라는 사람도…” “지금은 '그렇게 주장하는 화면'이라고 불러야죠.” 예린도 원격 회의에 들어왔다. 그녀는 숫자 둘을 보자마자 종이를 찾았다. “원본 RETURN은 금액과 권리의 가치를 같은 칸에 넣지 않아요. 두 식은 단위가 달라요.” “백억과 천억처럼요?”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처음 백억은 가정된 손실 액수였고, 지금 천억은 정산권 묶음에 붙인 액면가일 수 있죠. 그런데 화면이 둘을 '잔액'이라고 부르며 합쳐 버렸어요.” “프로그램 오류입니까?” 준성이 물었다. “오류일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코드를 만들었는지 봐야 해요.” 민석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파트 맞은편 도로에선 배달기사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그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자 곧바로 출발했다. 한 사람의 하루는 거대한 숫자와 무관하게 흘러갔다. 오전 열 시, 은행 고객센터에서 전날 남긴 송금 확인 문의에 관한 안내가 왔다. 개인정보 제공 범위 때문에 상대방 계좌를 직접 알려 줄 수는 없지만, 공식 이의 신청 절차를 통해 거래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민석은 출처가 확인되기 전까지 48,000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전했다. 은행 직원은 사용하지 않는 것과 돈을 법적으로 맡아 두는 것은 다르며, 구체적인 처리는 거래 사실 확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가 가진 돈이 아니라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고객님 계좌로 입금된 사실까지는 확인됩니다. 정당한 수취권이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 대답을 들으니 우스웠다. 검은 원장은 천억을 단숨에 빚으로 만들었는데, 현실의 은행은 사만 팔천 원의 주인을 단숨에 정하지 않았다. 점심 무렵, 서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2016년 종료 승인서의 파일 목록에서 이상한 줄을 발견했다고 했다. “한 페이지에는 '52건의 반환 대조'라고 적혀 있는데, 다른 페이지엔 '51건+보관인 1명'이라고 적혀 있어요.” 민석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보관인이요?” “서명란도 아니고, 반환 대상도 아니에요. 문서마다 표현이 달라서 아직 확정할 순 없지만… 쉰두 번째가 사람이 아닌 역할일 수도 있어요.” “그럼 나를 마지막 수취인이라고 적은 이유는 뭔데요?” “그걸 확인하려고 연락했어요. 강민석 씨, 마지막 한 건을 열지 마세요. 대신 그 번호가 원래 어떤 칸이었는지부터 찾아보죠.” 전화를 끊자마자 흰 원장이 스스로 켜졌다. [미확인 목록: 50건] [명단 001~049: 열람 가능] [명단 050: 보관인 확인 필요] 그리고 화면 아래 처음 보는 버튼이 나타났다. [보관인으로 계속하기] 버튼 아래에는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계속하는 즉시, 이전 금액 표시의 불일치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민석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천억 원을 주기 전에 먼저 받아 가려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동의했다'는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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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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